
자유로운 배낭여행자 찰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브랜드… 가볍고 튼튼한 낙하산 원단이 경쟁력
현장 맞춤 제작부터 재봉 작업까지, 쇼핑 공간에 담긴 발리의 여유와 실용적인 디자인
인도네시아 발리의 선셋로드(Sunset Road)에 위치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티켓 투 더 문(Ticket to the Moon)’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매장 중앙에 길게 걸린 형형색색의 해먹이다. 당장이라도 몸을 누이고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느긋한 분위기다. 누군가 실제로 해먹에 누워 있지 않아도 공간 자체가 이미 휴식을 즐기고 있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한쪽에는 가볍고 알록달록한 가방과 여행용 소품들이 진열돼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러 대의 재봉틀 앞에 앉은 재봉사들이 작업을 이어간다. 고객은 마음에 드는 색상과 디자인을 선택해 자신만의 상품을 주문할 수도 있다. 단순히 완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제품의 제작 과정과 브랜드의 철학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브랜드는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1996년 발리에서 시작해 세계 여행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티켓 투 더 문의 출발점은 거창한 사업계획이 아닌, 한 여행자의 작은 아이디어였다.
자유를 찾아 떠난 여행자, 찰리의 해먹이 브랜드가 되기까지
프랑스 출신의 창업자 샤를 앙투안 데코티(Charles Antoine Descotis), 일명 찰리(Charly)는 유럽을 떠나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던 배낭여행자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해먹에 관심이 많았으며 1994년 인도 여행 중에는 폴리에스터 천의 양 끝을 나무에 묶어 직접 잠자리를 만들었다. 흙바닥의 먼지와 벌레를 피해 편하게 쉬기 위한 방법이었다.
당시 인도 서부에서 다른 배낭여행자들과 생활하던 그는 여러 개의 해먹을 나무에 매달아 잠을 자는 문화를 경험했다. 때로는 하나의 나무에 30개가 넘는 해먹이 걸릴 정도였다.
1996년 발리에 도착한 찰리는 새로운 소재를 발견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낙하산용 나일론(Parachute Nylon)이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천보다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신축성이 있고 작은 주머니에 접어 넣을 수 있어 여행자에게 적합했다.
그는 이 원단을 이용해 휴대용 해먹을 개발했다. 해먹에 보관용 주머니를 부착하고 로프와 금속 고리를 이용해 손쉽게 설치하도록 만들었다. 제품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삼중으로 맞물리는 봉제 방식도 적용했다.
찰리는 직접 만든 해먹을 유럽의 음악 축제와 거리 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회사를 키우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그는 2013년 현지 매체 ‘Indonesia Expat’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업이 여행하는 생활방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여행자들이 제품에 관심을 갖고 판매에 동참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1998년 브랜드를 정식 등록하고 발리에 첫 매장을 열었으며 2000년에는 자체 생산시설을 설립했다. 여행 중 떠올린 아이디어가 하나의 제조 브랜드로 자리 잡은 순간이었다.

해먹의 핵심은 원단… 가볍고 튼튼한 낙하산용 나일론
티켓 투 더 문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소재에 있다. 대표 해먹에 사용하는 낙하산용 나일론은 가볍고 내구성이 높으며 수분 흡수가 적어 세탁 후에도 비교적 빠르게 건조된다. 통기성과 유연성을 갖춰 해먹에 누웠을 때 몸의 움직임에 맞게 원단이 자연스럽게 감싸는 것도 특징이다.
대표 제품인 오리지널 해먹은 폭 200cm, 길이 320cm의 넉넉한 크기에도 무게가 약 600g에 불과하다. 컴팩트 모델은 약 500g으로 작은 가방에 넣어 휴대할 수 있다. 주요 제품에는 70데니어(70D) 나일론 원단이 사용되며, 일부 제품은 유해물질 시험 기준인 OEKO-TEX STANDARD 100 인증 원단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소재의 장점은 해먹뿐 아니라 가방과 소품에도 이어진다. 백팩과 슬링백, 접이식 쇼핑백, 파우치 등은 가볍고 휴대하기 쉬우면서도 선명한 색상 배합이 돋보인다.
매장에서는 100% 면 소재로 표시된 티셔츠도 만날 수 있었다. 기능성 나일론을 중심으로 발전한 브랜드가 일상복으로 제품군을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랜드는 공식 온라인 매장에서도 부드럽고 통기성이 좋은 면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서양의 백패커와 아웃도어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휴대성과 실용성은 한국과 일본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작고 가벼운 가방, 감각적인 색상 조합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화려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색감과 단순한 형태는 특별한 여행 장비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내 취향대로 만드는 가방… 재봉틀이 돌아가는 매장
선셋로드점의 또 다른 특징은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서비스다. 고객은 다양한 색상과 조합을 선택해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완성된 상품 중 하나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만의 디자인을 만드는 과정까지 쇼핑의 일부가 된다.
특히 매장에 설치된 여러 대의 재봉틀과 작업에 집중하는 재봉사들의 모습은 일반적인 기념품 매장과는 다른 인상을 남긴다. 원단이 재단되고 봉제돼 하나의 상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제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쉽게 알기 어려운 대량생산 소비시장에서 작업자의 존재를 소비자에게 드러내는 방식은 브랜드의 신뢰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버려지는 원단도 다시 제품으로… 생산 방식에 담긴 철학
브랜드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가치는 자원 절약과 공정한 생산이다. 해먹을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버리지 않고 가방과 파우치 등 새로운 상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 대표적이다. 일부 제품에는 재활용 소재도 사용하지만 모든 제품이 재활용 원단으로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티켓 투 더 문은 발리에 자체 생산시설을 운영하면서 현지 직원들의 노동환경과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회사 측은 공정한 임금, 사회보장 및 연금 혜택, 이익 공유, 수평적인 조직문화 등을 주요 원칙으로 소개한다.
2023년에는 세계공정무역기구(WFTO)의 보증 회원이 되며 이러한 경영방침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창업자 찰리의 활동은 기업 운영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인도네시아 숨바(Sumba)섬의 코디(Kodi)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참여했다. 지역 주민들과 협력해 식수 접근성 개선, 학교 건설, 말라리아 예방, 기반시설 확충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회사에 따르면 관련 재단의 직접적인 프로젝트는 현재 마무리됐으며, 현지 협력자들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0년 동안 이어진 브랜드의 정체성, ‘자유로운 휴식’
2026년 창립 30주년을 맞은 티켓 투 더 문은 현재 해먹을 넘어 다양한 여행용품과 일상용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가 처음 추구했던 가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적은 짐으로 자유롭게 여행하고 어디에서든 자신만의 휴식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매장 한가운데 길게 늘어선 해먹들이 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단순한 상품 진열을 넘어 여행자의 여유로운 삶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공간이다.
티켓 투 더 문은 여행 장비의 실용성과 일상의 감성을 결합해 성장한 브랜드다. 발리에서 시작된 한 여행자의 작은 아이디어가 30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벼운 원단과 튼튼한 봉제 기술만큼이나 여행과 휴식을 대하는 일관된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