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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길 칼럼

[편집인 칼럼]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입력 2026.10.30 17:03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사람이 모이는 곳엔 늘 잡음과 부딪힘이 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기에 좋든 싫든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한창 건물을 올리는 공사장에서 어떻게 먼지가 나지 않을 수 있겠나. 먼지 하나 없이 고요하다면 오히려 공사가 멈춘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캄보디아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한인회에서도 회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떤 나라에서는 한인회가 두세 개로 갈라지고, 어떤 곳에서는 법적 다툼까지 벌어진다. 올해 캄보디아 한인회장 선거 역시 적잖은 잡음 속에 치러졌다. 오는 수요일에는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겠다는 당선인의 공개 설명도 예고돼 있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평등한 공동체, 누구든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서로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우리는 그런 사회를 꿈꾼다. 그러나 자유로운 의견 개진에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려는 태도다.

폭로와 반박이 이어지는 동안 정작 당사자가 아닌 교민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한인회에서 크고 작은 일이 터질 때마다 이런 말들이 들린다.

“한인회장 하면 월급이 나와요? 이 작은 사회에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다 그 나물에 그 밥이지.”
처음에는 궁금해서 묻다가도 결국 냉소적인 태도로 돌아선다.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그 냉소가 한인회 자체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한인회는 몇몇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거주국에서 우리 한인사회를 대표하고, 공동체의 목소리를 모아 전달해야 하는 조직이다. 한인회든 다른 어떤 단체든 목소리에 힘을 싣는 첫 번째 방법은 결국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다. 그런데 새 한인회가 출범하기도 전에 동포 사회가 등을 돌려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비판하려면 알아야 하고, 동의하려 해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조건 믿고 응원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잘못하는 일이 있다면 따져 묻고 잘하는 일이 있다면 인정하면 된다.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자.” 그 정도의 마음이어도 괜찮다. 다만 냉소에 그치지 말고 정말 두고 보았으면 한다. 두고는 봐야 하지 않겠나.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이 칼럼은 뉴스브리핑캄보디아 2026년 11월 02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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