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유튜브를 켰더니 못 보던 버튼이 하나 생겨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제미나이’ 버튼이더군요. 구글 번역에도 AI 실시간 통역 기능이 생겼습니다. 직접 써보면 놀랄 만한 성능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아쉬운 오류도 만나게 됩니다. 우리가 매일 쓰던 앱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또 다른 AI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유튜브 — 영상을 안 보고도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30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다 보지 않고 ‘제미나이 Ask(질문하기)’ 버튼(별모양 버튼)을 누르고 물어보면 됩니다. “영상의 내용을 요약해줘” “제품 사용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파트는 몇 분 몇 초지?” “이 영상과 관련된 콘텐츠를 추천해줘” 이런 식으로요. 예전에는 영상 링크를 복사해서 제미나이 앱에 붙여넣은 다음에야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앱 두 개를 오가야 했던 거죠.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유튜브 안에 AI가 직접 들어온 덕분입니다.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면서 이 영상과 관련된 이런저런 질문을 유튜브 앱 내에서 할 수 있게 되어서, 소위 ‘멀티태스킹’을 좋아하는 필자에게는 이 기능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이 기능은 AI가 영상의 화면을 직접 들여다본다기보다, 영상에 딸린 자막과 음성 스크립트를 제미나이가 읽고 정리해주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자막이 없거나 부정확한 영상은 요약 품질이 뚝 떨어질 수 있으니 잘 알고 계셔야 합니다.

구글 번역 — 크메르어 실시간 대화가 가능할까?
구글 번역 앱을 열면 왼쪽 아래에 ‘실시간 번역(Live translate)’이라는 버튼이 새로 생겼습니다. 지원 언어가 70개가 넘고, 그 목록에 한국어와 크메르어가 둘 다 들어 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크메르어가 된다고? 이제 이 번역기 하나만 들고 다니면 언어 장벽이 해결되나 싶었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직은 베타입니다. 필자가 몇 번 써본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문제는 ‘번역’이 아니라 ‘알아듣기’인 것 같습니다. 글로 적힌 크메르어는 번역기가 꽤 잘 다룹니다. 그런데 말소리를 글자로 받아 적는 단계에서 막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AI가 어떤 언어를 잘 알아들으려면 그 언어의 녹음 자료가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어야 하는데, 크메르어는 영어나 스페인어에 비하면 그 양이 턱없이 적습니다. 게다가 크메르 문자는 단어 사이를 띄어 쓰지 않으니, 기계 입장에서는 어디서 끊어야 할지가 또 숙제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자료가 부족한 크메르어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어를 통역할 때도 문제가 생기더군요. 필자가 ‘제미나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화면에는 ‘재미’라고 받아 적으면서 ‘FUN…’이라고 번역이 되는 겁니다. 제미나이 엔진을 쓰는 AI가 ‘제미나이’를 못 알아듣다니!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사람 이름, 회사 이름, 지명, 전문 용어.. 이런 것들이 통역기의 가장 약한 고리입니다. 번역·통역 앱을 아직 온전히 믿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필자는 한국어, 영어, 크메르어를 어느 정도 하는 편이라 이 기능을 보조 도구로 씁니다. 틀리면 틀렸다는 걸 알아채니까요. 그런데 상대방 언어를 전혀 모르는 분이 이걸 100% 믿고 중요한 자리에 들고 가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내가 모르는 언어를 기계가 엉뚱하게 옮겨줘도, 틀렸다는 사실 자체를 알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게 제일 무서운 지점입니다. 그런 자리에서는 아직 사람 통역사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값 물어보기, 식당에서 주문하기, 관광지에서 길 묻기… 여기까지는 충분히 쓸 만합니다. 하지만 계약서를 펴놓고 앉은 자리, 병원 진료실, 관공서 창구라면 아직 아닙니다. 실시간으로 통역을 해주는 구글번역기의 신기능이 매우 신기하기는 하지만 아직도 보완할 부분이 많이 남아 보입니다. AI가 인간의 언어를 정복하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네요^^

애플 카플레이 + 제미나이
애플 카플레이로 구글 지도를 띄웠더니, 여기에도 제미나이 버튼이 생겼더군요. 정말 반가웠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오크우드 호텔까지 경로 찍어줄래?” 바로 경로가 잡혔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운전하면서 차 화면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두드려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솔직히 위험한 행동이죠. 프놈펜 도로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제 그걸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으니 한결 편해졌네요. 다만 아직 기술 초기라 그런지 제미나이가 명령을 듣고 나서 뱅글뱅글 도는 시간이 꽤 깁니다. 말은 끝났는데 답이 안 나와서 “어? 못 알아들었나?” 하며 답답하게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제미나이 LIVE 카메라
제미나이 앱에서 ‘Live’를 켜고 카메라 버튼을 누르면, 지금 카메라에 비치는 것을 보면서 AI와 말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매우 ‘신박한’ 기능입니다.
교민 입장에서도 꽤 유용하게 쓸 수 있는데요, 번역기보다 한 수 위의 기능을 기대하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번역기는 글자만 옮겨주지만, 카메라로 크메르어 문서를 비추고 “여기서 계약 날짜가 며칠까지라고 적혀 있어?”라고 물으면, 번역이 아니라 답이 나옵니다. 식당 메뉴판, 크메르어 공문, 베트남산, 중국산 물건 케이스와 라벨까지. 이제는 제미나이켜고 Live켜고 더 스마트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보안은 잘 유지하면서 사용하도록 하세요. 화면 공유 기능은 폰 화면이 통째로 넘어가니 민감한 정보가 떠 있을 때는 이 기술을 사용하지 마시고요. 그리고 의료와 법률 관련 정보는 반드시 전문가와 재확인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앱에 AI가 스멀스멀 들어오고 있습니다. AI를 더 쉽게 쓸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허점도 많이 있네요.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지만,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파악하고 자신의 필요에 잘 맞춰서 사용하는 게 스마트한 AI 유저가 아닐까요?

글 정인휴
KLC한국어전문학교 원장
유튜버 (까로나C)
재캄보디아한인회 교육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