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AI 소식 속에서, 캄보디아에 사는 교민 여러분께 꼭 필요하고 굵직한 이야기들만 모아 전달해 드립니다.

AI가 수능 만점을 얻는 시대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픈AI가 선보인 인공지능 모델 ‘GPT-6 아스트라’는 2026학년도 수능 시험에서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는 물론 까다로운 탐구 영역까지 전 과목 만점을 기록하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동안 일부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고난도 문제까지 포함해 수능 전체에서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은 것은 최초입니다. AI가 사람이 치르는 가장 복잡한 평가마저 완벽히 풀어낼 정도로 정교해졌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성과입니다.
게다가 이번 모델은 답을 내놓기까지 걸린 ‘생각의 시간’과 컴퓨터 계산량(토큰)도 이전보다 훨씬 절약했습니다. 실제로 22만 5천 토큰어치 문제를 입력받고도, 답을 내는 데 쓴 출력은 13만 토큰뿐이었습니다. 다른 상위 모델들과 비교하면 적게는 절반, 많게는 8분의 1 수준입니다. 문제를 붙잡고 오래 고민하지 않고도 정답을 찾아낸 셈이니,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효율만큼은 확실히 한 단계 올라선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대단한 성적표를 그대로 다 믿어도 될까요?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해서 이 AI가 세상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문제 해결 능력이 제일 뛰어나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 전문 기관의 종합 지능 평가에서는 수능 점수가 조금 떨어졌던 다른 AI 모델이 아스트라보다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정해진 유형의 시험 문제에는 강하지만, 시험의 형식이나 평가 방식이 바뀌면 순위가 뒤바뀌는 한계도 함께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사람 없이 마우스를 움직이는 AI
이번 아스트라 발표에서 오픈AI가 가장 힘주어 소개한 건 사실 수능 점수 같은 모델의 능력치가 아닙니다. 바로 ‘컴퓨터 사용(Computer Use)’ 능력입니다. 브라우저를 스스로 열어 자료를 찾고, 양식에 정보를 입력하고, 문서와 스프레드시트를 만들고 고치고, 웹사이트를 제작한 뒤 화면을 보면서 오류까지 직접 잡아냅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허공에 뜬 투명 화면을 손으로 휘저으며 데이터를 다루던 장면,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이제 그렇게 손으로 직접 조작하는 것조차 촌스러워 보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화면 앞에 앉아 스스로 판단하며 마우스를 움직이는 주체가 AI인 겁니다. 오픈AI는 이 과정에서 웹 검색 정보를 바탕으로 정교한 3D 오브젝트를 렌더링하고 실시간 프로그래밍 코딩을 완성해내는 등 수준 높은 작업물들을 스스로 만들어냈습니다. 동시에 AI가 실수로 거래를 하거나 파일을 지우거나 필요 이상의 권한에 접근할 위험도 이전보다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최고 인기라는데, 정작 쓰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데 이렇게 화려한 신모델을 정작 새로 써보고 싶어도 못 쓰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지난 10일, 오픈AI는 월 200달러짜리 최상위 요금제 ‘챗GPT 프로’의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아스트라 인기가 폭발적이라 서버가 감당을 못 한 탓입니다. 오픈AI가 유료 요금제 가입을 막은 건 2023년 11월 이후 무려 2년 10개월 만입니다.
공교롭게도 발표 직전인 9월 4일에는 로그인, 파일 업로드, 검색, 이미지 생성 같은 챗GPT의 여러 기능이 한꺼번에 먹통이 되는 장애까지 겹쳤습니다. 알트먼 CEO는 기존 유료 사용자들에게 직접 사과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고 일 잘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어 놓고 정작 서버가 버티지 못해 문을 걸어 잠근 꼴입니다. ‘머리는 좋지만 체력이 약한 모범생’을 보는 듯해 실소가 나옵니다.
“AGI가 도착했다”는 선언, 사실일까?
여기서 더 크게 논쟁이 붙은 발언이 나왔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9월 6일,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챗GPT에서 o1, 그리고 아스트라까지 4년이 걸렸다. AGI가 도착했다”고 적었습니다. AGI, 즉 범용인공지능은 사람처럼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생각하고 판단하는 AI를 뜻합니다. 오픈AI 사장 그렉 브록먼도 발표 현장에서 “AGI 시대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훗날 사람들이 AI 역사를 돌아볼 때 바로 이 시점을 AGI의 시작으로 기억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 건 아닙니다. AI 연구자 개리 마커스 뉴욕대 명예교수는 아무 근거나 기준도 없이 과학적 질문을 기업의 선언으로 가로챘다고 반박했습니다. 그가 직접 세운 열 가지 AGI 판정 기준에 아스트라를 대입해보니 겨우 한두 개만 충족했다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젠슨 황은 지난 3월에도 다른 자리에서 이미 AGI를 달성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엔비디아는 AI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칩을 더 많이 파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 선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이런 사정들도 함께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그 뒤에서 들려온 무거운 목소리
같은 주에, 훨씬 무거운 소식도 있었습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에서 3년간 AI 훈련을 연구해온 27살 영국인 연구원 제이콥 콕슨이 지난 9일 회사를 그만두며 글을 남겼습니다. AI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 기술이 10년 안에 인류를 없앨 수도 있다고 진짜로 믿고 있으며, 이것은 결코 과장된 홍보가 아니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례적인 건, 이 말에 동료 연구자가 직접 동의하고 나섰다는 점입니다. 앤트로픽에서 AI 안전 연구를 이끄는 에반 허빙거는 같은 날 콕슨의 주장에 동의한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AI가 인류를 통제할 수 없게 될 확률을 개인적으로 10% 이상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앤트로픽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초지능에 대한 안전 문제를 풀 확실한 계획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오픈AI의 한 안전 담당 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규제나 업계의 자발적 속도 조절이 없다면 3년 안에 그 확률이 70%에 이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이 숫자들에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확률의 근거도, 계산 방식도 저마다 다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AI를 가장 가까이서 만들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이게 정말 안전한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신기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한쪽에서는 AI가 수능 만점을 받고 스스로 컴퓨터를 조작하며, AGI가 도착했다는 선언까지 나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그걸 만든 회사조차 서버가 감당을 못 해 쩔쩔매고, 그 안에서 일하는 연구자들은 이 기술이 정말 안전한지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한 채 사표를 던집니다. 같은 기술, 같은 한 주에 벌어진 일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지만, 화려한 성적표와 현실 세계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시험장을 완벽하게 통과한 AI라도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현실, 그리고 사람의 이해관계와 감정이 뒤엉킨 복잡한 문제 속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AI가 보여주는 단편적인 성능 지표에만 매료되어 기술의 한계와 실생활에서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AI가 똑똑해진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의심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그 똑똑함의 성적표 한 장을 보고 “그럼 이제 다 맡겨도 되겠네” 하고 넘기는 것과, “잘하는 건 알겠는데 어디까지 맡길지는 내가 정한다”고 선을 긋는 것은 전혀 다른 태도입니다.
특히 캄보디아문화, 캄보디아어처럼 AI 성능표에 아예 등장하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후자의 태도가 더더욱 필요합니다. AI가 무서운 건 우리보다 똑똑해서가 아닙니다. 그 실력을 만든 사람들조차 다 재보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가 너무 쉽게 열쇠를 건네기 때문일 겁니다.

글 정인휴
KLC한국어전문학교 원장
유튜버 (까로나C)
재캄보디아한인회 교육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