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아시아한글학교 교사연수회서 각국 교육 사례 공유…늘어나는 다문화 학생에 수준별 수업·학부모 교육 중요성 부각

▲10월 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20회 아시아한글학교 교사연수회 다문화 분과 모임에서 시엠립한글학교 정윤영 교사가 다문화 교육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 아시아 한글학교 협의회)
아시아 각국의 한글학교에서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어 교육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같은 교실에 앉아 있어도 학생마다 한국어 이해도와 구사 능력이 달라 기존의 연령 중심 학급 운영만으로는 효과적인 교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의 언어 수준에 맞춘 수업부터 모국어 활용, 학부모 교육까지 각 학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지난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20회 아시아한글학교 교사연수회에서는 아시아한글학교협의회 소속 교사들이 다문화 분과 모임을 갖고 각국 한글학교의 운영 현황과 교육 경험을 공유했다.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여러 국가에서 모인 교사들은 다문화 학생의 한국어 학습을 돕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현장의 어려움을 함께 논의했다.
다문화 학생 절반 넘는 학교도…연령보다 한국어 수준이 관건
캄보디아 시엠립한글학교는 전체 학생 60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다문화 가정 학생이다. 교사 10명과 보조교사 14명이 8개 학급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을 고려해 반을 편성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캄보디아인 교사와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들이 교육에 참여하는 것도 특징이다.
필리핀 앙겔레스 지역 한글학교 역시 다문화 가정 학생 비율이 약 60%에 이른다. 다문화반 4개 학급에서 영어를 활용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며 어머니들을 위한 성인반도 4개 학급 운영한다. 인도네시아 족자 지역 한글학교는 다문화 가정 학생 비율이 50%에 가까워지면서 학생뿐 아니라 어머니를 위한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에도 주목했다.
반면 프놈펜 한글학교의 다문화 학생 비율은 약 15~20%로 연령별 학급과 별도의 한글반을 병행한다. 국어·수학·사회 수업에 더해 미술, 음악, AI 활용 컴퓨터, 그림책 마음코칭 등 다양한 특별활동을 제공한다.
학교마다 학생 구성은 다르지만 공통된 고민은 학급 편성이다. 연령에 따라 반을 나누면 한국어 수준 차이가 발생하고 수준별로 편성하면 학생들이 느낄 수 있는 거부감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8월 다문화반을 신설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한글학교에서도 이 같은 고민을 토로하며 아시아 한글학교에게 조언을 구했다.
“모국어 속에 한국어 한 단어씩”…언어 장벽 낮추는 교육
이번 모임에서 주목받은 교육 방식 중 하나는 학생의 모국어를 활용한 한국어 학습이다. 한국어만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보다 학생에게 익숙한 언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표현을 하나씩 익히도록 돕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때문에’라는 표현을 배웠다면 나머지 문장은 모국어로 이야기하더라도 해당 부분만 한국어로 말하도록 지도한다. 처음부터 완성된 한국어 문장을 요구하기보다 익숙한 언어 안에서 한국어 사용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이다.
인도네시아 발리 한국학교 유치부에서는 이러한 다언어 수업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유치부 학생 5명 중 4명이 다문화 가정 학생으로, 한국어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한다. 학생들이 한국어 듣기와 이해에는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말하기와 쓰기에는 어려움을 겪는 만큼 한국어에 자주 노출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한다.
필리핀 수빅한글학교는 드라마 ‘도깨비’를 활용한 한국어 수업과 가계도 그리기, 주제별 어휘 학습, 예절교육 등을 소개했다. 보조교사와 반복학습을 활용해 학생들이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한국어를 익히도록 돕는 방식이다.
한국어 교육 넘어 학부모와 함께하는 다문화 교육
다문화 교육은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정에서도 배움이 이어지려면 학부모와의 소통과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이 여러 학교의 사례에서 드러났다.
시엠립한글학교는 학교 안내문과 단체방 공지를 한국어와 캄보디아어로 제공한다. 캄보디아인 어머니들이 자녀의 학교생활을 이해하고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매주 수업 전에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국민체조, 동요 부르기 등으로 구성된 조회를 진행해 한국문화와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돕는다.
인도네시아 코윈재인니한글학교는 학부모 교육을 학교 프로그램의 한 축으로 운영한다. 설립 20년을 맞은 이 학교는 다문화 교육을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동포 자녀가 늘면서 학생 구성도 달라졌다. 운동회와 골든벨, 추석 행사, 전통놀이 등 문화활동과 더불어 사춘기 자녀의 심리와 부모·자녀 관계를 주제로 한 학부모 특강도 마련한다.
필리핀 앙겔레스 지역 한글학교에서는 어머니 대상 성인반의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학생들의 태권도와 전통놀이, 캘리그라피 수업 외에도 어머니 초대 행사와 운동회를 통해 가정과 학교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교육 환경은 달라도 공통 과제는 ‘지속적인 배움’
지역별 교육 여건의 차이도 확인됐다. 베트남 호치민에는 6개 한글학교가 있으며 한국국제학교 내 한글학교에서는 약 300명의 한·베 가정 학생을 교육한다는 현황이 소개됐다. 소규모 맞춤형 수업과 한베돌봄센터 연계 등도 운영 사례로 공유됐다.
인도 지역 한글학교는 통학에 1시간 이상 걸리는 지리적 제약으로 줌(ZOOM)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50년 역사의 방글라데시 다카 한인학교는 다문화 가정의 참여가 아직 활발하지 않은 가운데 기존 격주로 운영하던 고등학생 대상 논술 수업을 매주 수업으로 확대했다.
시엠립한글학교 역시 주 1회 3시간이라는 제한된 수업 시간 속에서 학생들이 한국어 기초를 꾸준히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초등과정 졸업 후에도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학급을 마련했다.
참석 교사들은 다문화 교육의 핵심 과제로 학생별 한국어 수준 차이, 적절한 학급 편성, 어머니를 비롯한 학부모 교육 등을 꼽았다. 특별활동과 한국문화 체험 역시 학생들이 한글학교에 친숙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교육 방식으로 소개됐다.
무엇보다 다문화 학생의 한국어 교육에는 충분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한국어를 일방적으로 주입하기보다 학생의 모국어와 언어적 배경을 존중하며 천천히 익혀 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다문화 분과 모임은 아시아 각국의 한글학교들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쌓아온 교육 경험을 나누고 다문화 학생의 언어 학습과 한국문화 교육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의미를 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