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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캄보디아는 지금 ‘K-브랜드 전성시대’…한국 기업들의 거침없는 확장

입력 2026.10.27 09:04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이마트24·푸라닭·뚜레쥬르·서울우유 등 유통·외식시장 잇단 진출과 사업 확대
한류 열풍이 소비시장으로…K-브랜드의 현지 정착과 지속 성장 가능성 주목

한국 편의점에서 즉석 라면을 끓여 먹고, 한국식 치킨을 즐기며, 세련된 베이커리 카페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 프놈펜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 브랜드의 모습이다. 한때 한인 교민이나 일부 한류 애호가들의 소비 영역에 머물렀던 한국 상품과 서비스가 캄보디아 현지 소비시장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캄보디아 진출 양상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한국 식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편의점과 외식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유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지 유통망을 구축하고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K-팝과 드라마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다면, 이제 K-푸드와 K-브랜드는 그 관심을 실제 소비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음식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한국식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캄보디아는 K-브랜드의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 K-편의점의 진격…이마트24, 2년 만에 42개 매장으로 확대

한국 편의점업계 최초로 캄보디아에 진출한 이마트24는 K-브랜드 확장의 대표적인 사례다.

2024년 6월 현지 합작법인 사이한 파트너스(Saihan Partners)와 손잡고 프놈펜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마트24는 올해 10월 초 기준 캄보디아 내 운영 매장을 42개로 늘렸다. 초기에는 프놈펜 주요 상권에 집중했으나 최근에는 시아누크빌과 씨엠립, 바탐방 등 지방 거점 도시로 진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실적도 성장세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올해 캄보디아 매장의 일평균 매출은 진출 초기인 2024년보다 41%, 방문 고객 수는 17% 증가했다. 매장당 일평균 매출과 고객 수는 한국 내 이마트24 평균 점포의 약 두 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현지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이마트24는 당초 5년간 100개 매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중장기적으로 200개까지 확대했으며, 올해 말까지 7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성장의 배경에는 한국식 편의점 문화를 접목한 차별화 전략이 있다. 떡볶이와 컵밥, 어묵, 핫도그 등 즉석조리 K-푸드를 선보이고, 매장에 라면 조리기를 설치해 고객들이 직접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편의점이 상품 구매 공간에서 간편한 식사와 휴식을 즐기는 장소로 기능을 확장한 것이다.

최근에는 현지 생활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출점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캄보디아 에너지기업 BVM페트롤리엄과 협력해 지난 9월 27일 프놈펜 남부 국도 2호선 인근에 첫 주유소 결합형 매장인 ‘BVM 쿠어 스로우점’을 개점했다.

양사는 캄보디아 전역의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러한 형태의 매장을 최대 5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이용이 많은 현지 교통환경을 고려한 전략으로, K-편의점이 도심 상권을 넘어 일상적인 이동 동선까지 진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 K-푸드의 영토 확장…치킨부터 외식 프랜차이즈까지

편의점과 함께 K-푸드 시장에서도 한국 브랜드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12일에는 한국의 오븐·후라이드 전문 치킨 브랜드 푸라닭(PURADAK)이 프놈펜 노레아(Norea)에 캄보디아 1호점을 열었다. 현지 기업 Saisons Franchise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푸라닭은 차별화된 조리 방식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캄보디아 치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푸라닭은 기존 K-치킨의 대중적인 이미지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독창적인 메뉴 구성을 더한 브랜드다. 캄보디아에서도 블랙과 골드 색상을 활용한 매장 디자인과 한국식 치킨 메뉴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서 캄보디아 시장에 진출한 더본코리아의 본가(Bornga), 홍콩반점(Paik’s Noodle) 등도 한식의 다양한 메뉴를 현지 소비자들에게 소개해 왔다.

K-푸드의 확산에는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숙해진 치킨과 라면, 떡볶이 등은 현지 소비자들이 비교적 쉽게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한국문화의 일부가 됐다.

특히 젊은 소비층에게 외식은 음식의 맛뿐 아니라 매장 분위기와 서비스, 사진과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경험까지 함께 소비하는 활동이다. 한국 외식 브랜드들이 메뉴 개발과 함께 인테리어, 포장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프놈펜 외식시장은 이미 다양한 국제 프랜차이즈와 현지 브랜드가 경쟁하는 시장이다. K-푸드의 인기가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국 특유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현지 소비자의 가격 부담과 식습관을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 K-베이커리와 유제품, 현지 유통망 확보로 재도약

베이커리와 유제품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시장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TOUS les JOURS)는 현지 파트너십을 재편하며 캄보디아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2011년 처음 캄보디아에 진출했던 뚜레쥬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사업 규모가 축소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2024년 4월 동남아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EFG(Express Food Group)와 새로운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재정비했다.

EFG는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등에서 100개 이상의 외식 매장을 운영해 온 기업으로,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와 유통·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다.

뚜레쥬르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프놈펜 깜푸치아크롬과 뚤뚬뿡에 매장을 개점했다. 최신 브랜드 디자인과 카페형 베이커리 콘셉트를 적용해 빵과 음료를 즐기며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강조했다.

유제품 시장에서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 현지 유통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올해 6월 캄보디아 식품 유통 전문기업 푸루소(Fu Lu Shou)와 수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푸루소는 프놈펜을 비롯한 캄보디아 24개 지역에서 145개 도매상과 연결된 유통망을 보유한 기업이다.

서울우유는 이를 활용해 한국산 유제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식품의 소비 영역이 외식과 간편식을 넘어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유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처럼 K-베이커리와 유제품 기업들의 움직임은 캄보디아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이 일시적인 유행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 한국의 브랜드 경쟁력과 캄보디아의 유통망이 만나다

최근 K-브랜드의 캄보디아 진출에서 눈에 띄는 공통점은 현지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이다.

이마트24와 푸라닭, 뚜레쥬르 등은 마스터 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MF)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상표권과 상품,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면 현지 파트너가 투자와 매장 운영, 가맹사업 확대 등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는 한국 기업이 현지 시장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위험을 분담하면서 캄보디아 기업이 구축한 사업 기반과 소비시장에 대한 이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브랜드의 경쟁력과 현지 기업의 유통망이 결합하면서 시장 진출 속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동시에 캄보디아 내 일자리 창출과 물류·유통산업의 성장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현지 식자재 조달과 상품 공동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이 확대된다면 양국 기업 간 협력의 범위도 더욱 넓어질 수 있다.

그러나 매장 수의 확대가 반드시 성공적인 시장 정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브랜드의 장기적인 경쟁력은 안정적인 공급망과 일관된 품질 관리, 현지 소비자들의 반복적인 구매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 한류의 인기를 넘어, 캄보디아의 일상에 자리 잡으려면

K-브랜드의 확장은 캄보디아 소비문화의 변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특히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실제 상품 구매와 외식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 브랜드의 진출이 늘어날수록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의 음식과 생활문화를 접할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K-컬처에 대한 관심과 K-브랜드에 대한 지속적인 충성도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한국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계속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소비시장은 젊은 인구와 도시화, 현대적 유통시설 확대를 바탕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현지 기업들 역시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K-브랜드가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한국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캄보디아 소비자의 취향과 구매력을 반영하는 현지화 전략이 중요하다. 단순히 한국에서 성공한 상품을 그대로 판매하기보다는 현지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와 메뉴 구성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상품의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K-팝이나 한국 드라마를 통해 브랜드를 처음 접한 소비자가 실제 구매 이후에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일회성 경험이 반복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도 고려할 만하다. 캄보디아산 농산물과 식재료 활용, 현지 인재 채용 및 교육, 공동 마케팅 등은 한국 브랜드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한인사회에도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기회이자 과제다. 한국 브랜드의 대중화는 식품 수입과 유통, 물류, 마케팅 등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 반면 기존 한인 소상공인들에게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도 남긴다.

무엇보다 K-브랜드의 확장이 캄보디아 소비자들에게 한국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으로 축적되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 기업의 품질과 서비스가 한국 브랜드 전반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캄보디아에서 한국 브랜드가 매장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되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새로운 매장의 개점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를 얼마나 자주 찾고 오래 신뢰하며 자신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선택하느냐다.

K-팝과 드라마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의 문을 열었다면 K-푸드와 K-브랜드는 그 문화를 일상에서 경험할 기회를 넓히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K-브랜드의 다음 성장 단계는 매장 수나 진출 속도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한국이라는 이름이 처음 방문할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다시 찾을 이유는 결국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에서 나온다. 한류의 인기를 지속 가능한 소비문화로 연결하는 힘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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