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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배흥수 캄보디아증권거래소(CSX) 부회장 인터뷰“캄보디아 증시의 다음 도약,기업의 투명성과 투자자의 신뢰에 달렸다”

입력 2026.10.19 15:00뉴스브리핑 캄보디아

한국과 캄보디아가 함께 구축한 자본시장… 최근 거래 급증 속 성장 가능성과 과제를 듣다

캄보디아 증권시장이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오랫동안 은행 대출과 예금에 의존해 온 금융시장에 주식과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과 투자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뉴스브리핑캄보디아는 지난 10월 6일 캄보디아증권거래소(Cambodia Securities Exchange·CSX)를 방문해 배흥수 부회장(Vice Chairman & Chief Operations Officer)을 직접 만났다.

CSX는 캄보디아 정부(55%)와 한국거래소(KRX·45%)가 공동 설립한 합작 거래소로 한국의 증권시장 운영 시스템과 제도적 경험을 바탕으로 캄보디아 자본시장의 기반을 구축해 왔다.

한국거래소에서 파생상품시장, 코스닥 상장 심사, 상장지수펀드(ETF) 운영 등을 담당했던 배 부회장은 지난 2년여 동안 캄보디아 증시의 변화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캄보디아 증시의 최근 활기는 지속될 수 있을까.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이 상장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이며 한국과 캄보디아의 금융협력은 앞으로 어떤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배 부회장에게 캄보디아 자본시장의 현주소와 미래를 물었다.

“한국의 증권시장 모델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았습니다”
Q. 한국과 캄보디아가 공동 설립한 CSX의 의미와 부회장님의 역할을 소개해 주십시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외환 딜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선물거래소와 한국거래소에서 파생상품시장, 코스닥 상장 심사, ETF 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CSX의 특징은 한국의 증권시장 시스템과 운영 경험이 캄보디아에 이전됐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주식투자를 해본 분이라면 캄보디아 증시의 제도와 시스템이 상당히 익숙할 것입니다. 한국 증권회사들이 현지에 진출하는 데에도 유리한 환경입니다.

경영 역시 양국이 역할을 분담합니다. 캄보디아 측이 최고경영자를, 한국거래소 측이 최고운영책임자를 맡으며 주요 의사결정은 양측의 합의를 거치도록 돼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45%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서 경영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루 거래대금 10만 달러에서 최근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Q. 최근 캄보디아 증권시장 거래가 크게 늘었습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무엇입니까?

처음 캄보디아에 왔을 때는 하루 거래대금이 약 10만 달러 수준이었고 어떤 종목은 하루 동안 단 한 주도 거래되지 않았습니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시장이 상당히 조용했는데, 최근 한두 달 사이 거래가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캄보디아는 전통적으로 은행 중심의 금융시장입니다. 그런데 최근 예금금리가 낮아지고 은행의 대출 여건도 어려워지면서 기업과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검토하고 개인투자자들도 주식의 배당과 자본이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이러한 관심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기업들이 은행 대출 대신 증권시장을 활용하면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
은행 대출에는 만기와 이자 부담이 있지만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는 원금 상환 만기가 없고 이자 지급 의무도 없습니다. 따라서 공장 증설이나 연구개발처럼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기업에 유용합니다.

상장하면 기업의 회계와 지배구조를 심사받기 때문에 대외 신뢰도도 높일 수 있습니다. 우리사주나 스톡옵션을 통해 직원들이 기업 성장의 성과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CSX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위한 Main Board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위한 Growth Board가 있습니다.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처럼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시장입니다. 특히 Growth Board는 상장 요건을 완화해 중소·중견기업에도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합니다.

“기업들이 상장을 주저하는 이유, 경영정보 공개에 대한 부담입니다”
Q. 캄보디아에는 상당한 자본력을 가진 기업들이 많지만 인터뷰 당시 주식 상장기업은 12개에 불과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회계와 경영정보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가족이나 소수 경영진 중심으로 운영해 온 기업들은 외부 주주를 받아들이고 재무정보를 공개하는 데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장은 기업이 체계적인 경영구조를 갖추고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도 자본시장 발전 과정에서 기업의 상장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있었습니다.
캄보디아에서도 기업들이 상장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제도적 지원과 인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상장기업이 늘어나면 국민들도 주식투자를 통해 기업 성장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정보의 불평등을 느끼면 결국 시장을 떠나게 됩니다”
Q. 부회장님께서는 인터뷰 중 ‘투명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셨습니다.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주식투자에서는 누구나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했다가 손실을 본 것과 다른 투자자보다 정보가 부족해 불리했다고 느끼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경험을 통해 더 나은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고 떠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중요한 경영정보가 모든 투자자에게 공정하고 신속하게 공개되는 공시제도가 중요합니다.

캄보디아에도 관련 제도가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정보가 더 폭넓고 효과적으로 공유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의 CSX 상장, 현지화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Q.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CSX 상장이나 회사채 발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는 회사채 발행이 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계 금융기관은 모회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현지 채권시장의 활용 필요성이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식 상장은 한국 기업의 현지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투자해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이익을 가져가는 방식에서 나아가 현지 증시에 상장하면 캄보디아 투자자들이 주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현지 주주들의 요구를 경영에 반영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현지 인재들의 경영 참여도 확대될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 경제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량기업에 장기 투자해야… 시장의 미래는 신뢰에 달려 있습니다”
Q. 앞으로 5~10년 뒤 캄보디아 자본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십니까?

기업과 시장의 정보가 더욱 투명하게 공개되고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런 기반이 갖춰지면 상장기업도 늘어나고 자본시장이 국가 경제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자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습니다. 주식은 은행 예금과 달리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따라 단기 매매하기보다는 기업의 가치를 충분히 살펴보고 우량한 기업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캄보디아 경제의 다음 성장,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배흥수 부회장과의 대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한계를 분명하게 짚었다는 점이다.

최근 증권거래가 늘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지만 캄보디아의 주식 상장기업은 인터뷰 당시 12개에 불과했다. 상당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이 상장을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배 부회장은 경영정보 공개와 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부담을 지적했다.

투자자에 관한 그의 설명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주식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누구나 공정하게 정보를 얻고 투자할 수 있느냐에 따라 시장에 대한 신뢰는 달라진다. 그는 정보의 차이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느끼는 투자자는 결국 시장을 떠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캄보디아 경제의 다음 성장을 위해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기업의 자산과 규모가 커지는 만큼 경영의 투명성도 높아지고 있는가. 성장의 기회는 더 많은 국민에게 열려 있는가. 이미 마련된 제도는 실제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한국과 캄보디아가 공동 설립한 CSX는 한국의 증권시장 시스템과 운영 경험을 토대로 출발했다. 이제 그 제도를 얼마나 많은 기업이 활용하고 투자자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발전시키느냐가 남은 과제다.

배 부회장은 한국 기업의 현지 상장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캄보디아 투자자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현지 인재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면 양국의 경제협력 역시 한층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캄보디아는 경제 규모의 확대를 넘어 성장의 질을 높이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답은 앞으로 늘어날 거래대금이나 상장기업 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들이 경영정보를 공개하고 투자자들이 공정한 시장을 신뢰하며 경제성장의 성과를 더 많은 국민이 공유할 수 있을 때 캄보디아 자본시장의 성숙도 함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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