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이 아무리 좋아도 고향만큼 할까?
아침저녁으로만 조금 서늘한 바람이 불고 대낮에는 펄펄 끓는 날씨에 혼비백산하는 4월 말이다. 한국의 더위가 아무리 덥다 해도 캄보디아에 비할까? 그래서인지 한국의 가을 날씨가 그립고, 한국의 그 어는 것과 조금이라도 비슷해지는 요즘이면 누구라도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비어 절로 처연해지는 계절이다.
이럴 때 들려오는 친구의 운명소식은 폐부를 찌르는 비수만큼이나 아프다.
그렇다고 뻔히 다 아는 빠듯한 캄보디아 생활에서 세상사를 다 챙기기에는 마음도 주머니도 시원찮다. 나이 60을 바라보는 그리 많이 산 나이도 아니건만 이렇게 이역만리에서 말없이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서 보내야 하는 마음이 너무나 힘이 드는 구나.
한 가지에서 난 혈육은 아닐지라도 같이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한 가지에서 난 혈육보다 더한데… 그런데 이렇게 헤어지고 또 보내고 하는 게 어쩌면 나에게만 이런 불운이 넘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다른 사람도 다 그러련만.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못된 인간이다.
멀리 있는 친구는 이렇게 살갑게 굴고 여기서 새로 만나 인연이 쌓인 사람들은 시시로 뒤에서 씹어대기만 하니 심성이 참 놀부 저리가라다. 언제나 위만 바라보고 누가 나에게 잘해주기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세월이었다. 언젠가 철이 들어 이제는 마음을 베풀고 살아야지 하면서도 베풀지 못하고 살아가는 나다. 참 마음이라는 게 요물이다.
벌써 13년이다. 이곳에 온 지도…
그래서인지 캄보디아가 한국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온다. 다른 사람하고 특별한 것도 없는 이국생활이지만, 조금이나마 마음을 곱게 쓰고 주변을 돌아 봐야지 생각을 한다. 그래 이번 주일에는 고아원을 가야지. 그냥 과자부스러기 조금 사들고 찿아 가 그냥 머물다가 와야지.
처음에는 우리가 그들을 위로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서 위로받고 그리고 뉘우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위로할 수 있고, 우리가 보듬을 수 있고 그리고 우리가 조금이나마 도와 줄 수 있는 나라 – 캄보디아에서 나는 이제까지 무엇을 하고 살았던가? 오만에 빠진 비게덩어리는 아니었던가?
얼마 전 한국에 잠시 갔었다. 놀란 것은 예전과 달리 캄보디아를 달리 보고 있었다는 것. 그러니 이제는 우리가 용기를 내어 열심히 살아야 한다. /정지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