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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군 폭격 사과는 안 하고 인권·민주화 문제만 거론
20세기 최악의 대학살로 꼽히는’킬링 필드’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캄보디아의 가장 아픈 역사다. 미국은 이 사건을 주도한 크메르루주 정권을 태생시킨 원죄가 있다. 지난 19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사건 이후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했지만 이 같은 과거사는 의도적으로 외면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22일 보도했다. 반면 훈센 총리에게는 현 정권의 인권 탄압을 의식해 냉담한 태도를 취했다. 오바마는 공식 석상에서 총리와 의례적 인사말 두 마디만 나눴다.
테아리 셍 크메르루주희생자협회 회장은”오바마 대통령이 훈센 정권과 싸우고 있는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만나고 집단 학살의 기반을 만든 미군 폭격에 대해 캄보디아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했다”고 말했다. 게리 바스 미 프린스턴대 전쟁범죄학 교수는”고통스러운 역사를 공개적으로 쫓아낼 기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캄보디아의 악연은 1960년대 베트남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은”전쟁을 끝내겠다”며 베트남 월맹군의 보급선으로 불린’호찌민 루트’를 끊기 위해 전투기를 동원해 1970~1973년 캄보디아에’융단폭격’을 가했다. 공산세력을 몰아내려던 이 공습은 미국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삶의 터전이 파괴된 캄보디아 국민들은 당시 친미 성향을 보인 정권에 대한 반감이 커져 반군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들의 지지를 받은 게릴라단체 크메르루주가 새 정권으로 등장하게 됐다. 크메르루주의 공포정치에 1975~1979년 170만명이 희생됐다.
미 전직 대통령들은 베트남, 동유럽을 순방해 과거 역사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지만 오바마는 캄보디아의 과거사 책임 논의를 회피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그러나 미 당국자들은 과거사 협의가 인권을 탄압하고 있는 현 훈센 정권을 도와주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이번 방문의 비공식 회담 내내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훈센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