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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캄보디아의 4월
지난 해 11월 건기가 시작 된 후 지금까지 프놈펜에는 딱 한번 비가 내렸다. 비라고 해야 한국의 소나기같이 20여 분 짧게 내린 비였다. 두어 달 시원한 건기가 끝나고 3월 중순으로 들어서면서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요즘 프놈펜의 낮 최고 기온은 영상 33~36도를 오르내리고, 최저 기온도도 영상 28도 정도에 머문다. 해가 뜨고 서서히 기온이 올라가는 한국의 날씨와 달리 요즘과 같은 건기의 캄보디아의 날씨는 해만 뜨면 곧바로 더워져서 한밤중이 되어야 30도 아래로 살짝 내려간다. 나무 그늘이나 건물 안에 있어도 송송 땀이 맺히고 몸을 움직여 뭔가를 좀 하게 되면 온몸이 금세 땀에 젖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습도가 낮아서 불쾌지수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우기에는 조금 올라가지만 요즘과 같은 건기의 습도는 50~70% 정도를 유지한다. 대지가 바싹 말라 있어서 곳곳에서 불이 자주 나기도 한다. 그래서 과수원 같은 곳은 화재 방비에 비상이 걸려 있는 시기다.
프놈펜 같은 대도시에서도 단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이 건기에 특히 많다. 지역에 따라 하루에 한두 차례 전기가 나가는데, 한번 나가면 두세 시간은 보통이고 길게는 대여섯 시간 정전이 되기도 한다. 공단 지역이나 대형 주거 지역도 수시로 정전된다. 대부분의 공장과 아파트, 업무용 빌딩, 쇼핑센터, 호텔, 중대형 식당 등은 필수적으로 자가 발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전이 잦다 보니 소형 발전기를 구비해 놓고 사는 가정집도 있다. 그런데, 프놈펜 시내 곳곳이 이맘때가 되면 단전에 시달리는데 유독 우리 동네는 몇 년 동안 순간 정전 빼놓고는 단전되는 일이 없었다. 누구 말에 의하면 인근에 캄보디아에서 ‘힘 좀 쓰는 사람’의 저택이 있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높으신 분’의 덕을 좀 보고 사는 셈이다.
캄보디아는 전기가 매우 부족한 나라다. 현재 전기 혜택을 보는 인구가 전체 국민의 20% 내외라고 한다. 캄보디아 전기 사용량의 50% 정도는 베트남이나 태국, 라오스에서 들여오고 나머지를 수력 발전이나 화력 발전으로 충당하는데, 화력 발전의 대부분은 지역별로 운영되는 소규모의 디젤 발전이다. 건기가 되면 유량이 부족해서 일부 수력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거나 발전량이 떨어져 전기 부족 사태가 가중된다. 이렇다 보니 전기 요금이 인근의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디젤 발전에 의존하는 일부 지방은 프놈펜 전기 요금의 세 배가 넘어 전기가 들어와도 맘대로 쓰지 못하는 집이 많다. 전기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이나 안정된 품질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정밀 산업이 발달하기 어려운 이유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어느 시인의 싯구가 떠오른다. 캄보디아의 4월은 캄보디아에서 사는 외국인들에게 1년 중 가장 견디기 어려운 달이다. 더워서 그렇고 물과 전기가 부족해서 그렇다. 4월에는 또 이 나라 최대 명절인 설날이 있는 달이다. 공식적으로는 3일간 연휴지만 연휴 앞뒤로 며칠씩은 일이 제대로 안 된다. 서둘러 귀향하고 느긋하게 돌아오는 캄보디아 사람들에 맞춰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기는 캄보디아의 결혼 시즌이다. 전통적으로 이 시기에 결혼식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일하랴 결혼식장 찾아다니랴 무척 바쁘다.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직원 3명이 결혼식을 치렀는데 이번 주말에 또 직원 결혼식이 있어서 지방에 갔다 와야 한다고 한다. 4월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캄보디아인이나 외국인이나 다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