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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미국에게 버림받은 몽족의 비극
2003년, 30년 전에 끝났어야 할 인도차이나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미국 중앙정보국에게 버림받은 라오스 북부 고산족인 몽족의 비극을 취재하던 유럽 기자들이 라오스 정부에 체포․구금당한 일을 계기로 ‘잊혀진 전쟁’이 다시 세상에 알려지고 있었다.
2003년 7월, 라오스 정부는 프랑스 주간〈렉스프레스〉의 프리랜서 기자인 벨기에 출신 티에리 팔리즈(46) 기자와 프랑스인 사진 기자 뱅상 레이노(38), 이들의 통역을 맡은 몽족 출신 미국인과 현지의 몽족 안내인 4명 등 7명을 체포해, 라오스 보안군 살해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각각 15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석방노력이 진행되면서 베트남 전쟁기간에 미 중앙정보국에 포섭돼 반공전선에 섰던 불행한 소수민족의’30여년 고난’이 전세계 언론을 타고 전해지고 있었다.
몽족이란 중국의 소수민족 묘(苗)족 혈통으로 베트남,라오스,태국등에 흩어져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CIA는 라오스 공산반군인 파테트 라오군에 맞설 집단으로 몽족을 지목하고 적극 지원했다. 라오스의 몽족은 라오스 중부와 북부 산악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심폐기능이 발달하고 지구력이 좋아 산악작전에 유리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라오스 정규군도 존재했지만 장비나 훈련이 열악했고 특히 정신무장이 안된 나약한 군대였기 때문에 밑빠진 독에 물 붙는 것보다는 몽족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훈련시켜 정예부대를 육성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미군이 도망치듯 철군한 뒤 75년 정권을 장악한 라오스 공산당은 몽족을’마지막 뿌리까지 잘라내야 하는 미군 앞잡이’로 지목하고 소탕에 나섰다. 20여만명의 몽족은 타이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탈출로가 봉쇄된 1만5천여명의 몽족은 현재까지 정부군의 소탕에 맞서 60~70년대 구식무기를 들고 주린 배를 움켜쥔 채 밀림을 전전하며 게릴라전을 벌여왔었다.
2001년 12월 3명의 조사단을 파견했던 미국의 민간단체인’사실확인위원회’는 의회에 제출한 조사 보고서에서’75년 인도차이나에서 철군하면서 중앙정보국의 지원을 받아 싸우던 몽족과 미안족, 카무족, 라오족들을 내팽개쳤다’면서 ‘그들은 26년 동안 미국이 버림당한 자신들을 구해줄 거라는 희망 속에서 살아왔다’며 이들을 위한 미국 정부당국의’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 행정부가 몽족에 대해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국과 유엔이 주가 되어 크메르 루지 전범을 재판한다고 만든 전범재판이 다시 열린다. 그러나 미국은 1969년부터 75년까지 몬둘끼리, 스베이리엥, 쁘레이 벵주에서 저질은 학살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마치 몽족처럼…/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