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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1등 신랑감
청춘기에 우리 집에는 금기가 어찌나 많았던지. 딸부자집이라 그 중에서도 금연(禁戀), 즉 <연애금지>가 가장 강력한 강령이었다. 무릇 금기란 깨라고 있는 법이고 하지 말라는 일일수록 끌리게 마련이다. 운명의 장난이 나만 피해갈리 없었으니, 사회새내기 봄날 금지된 장난(?)에 이끌리고 말았다. 파쇼부친 전 사뭇 주눅이 들었으나 의외로 수월하게 결혼 승낙이 떨어졌다. 순전히 “부잣집 도령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라고 하셨다. “초년 부자”와 “초년 미인”에 대해 “오래가지 못할 상서롭지 않은 징표” 쯤으로 여기시던 당신의 신념 탓이었다. 어쨌든 그 시절 보편적인 청춘들은 결혼이란 참된 정열의 결실로 생각했었다.
결혼풍속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재산, 계급, 신분 등의 이해관계가 대부분 혼인의 진정한 정체라고 한다. 그나마 저울질할 건더기가 없는 서민계급만이 그런 상거래적인 특성으로부터 제외되었다. 물론 상대의 역량이나 외모, 장래성 같은 우성유전자를 선호하는 본능적인 탐색치가 서로 맞아 떨어 질 때에야 비로소 연애심리가 발동할 테지만, 노골적인 저울질보다 개인의 애정을 끝까지 관철시키려는 유일한 계층이었다. 사랑과 권력을 한꺼번에 거머쥐는 신데렐라는 드라마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리라.
화폐가 역사에 등장한 이후로, “화폐는 남편의 가치를 결정 한다” 는 카알라일의 말처럼 모든 계급을 망라하여 금전결혼이 성행하게 되었다. 한국의 1등 신랑감이 ‘안성기’ 에서 ‘송해’ 로 바뀌었다는 우스개가 있다. 86세까지 건강하게 돈 잘 벌어오는 데다 집을 자주 비울뿐더러 전국각지의 특산물까지 챙겨오기 때문이라나. 결혼정보회사의 조사에 의한 실질적인 1등 신랑감은 서울 소재 대학을 나온 고소득자로서 준수한 용모에 키 175센티미터 이상의 차남이라고 한다. 얄미울 정도의 스펙이다. 캄보디아 처자들의 최고 신랑감도 단연 한국남자다. 이곳 처자들은 나만 보면(뚜쟁이 상인가?) 한국으로 시집갈 거라는 포부를 밝힌다. 아직도 “첫눈에 반하는 사랑” 에 대한 미련을 저버리지 않은 나로서는 “결혼이 거래냐?” 힐난하고 만다. 누군가 캄보디아 서민 처자들에게 있어 결혼이란 곧 취업을 의미한다는 귀띔을 해주며 냉소적인 눈빛을 보내왔다.
옛날에는 솜씨 좋은 대장장이를 마을에 붙들어 두기 위해 일부러 불구로 만들기도 했다. 탁월한 사람을 오래 붙들어 두기란 녹록치 않은 노릇이다. 개인이 꿰 찬 것들 또한 세파 앞에 얼마나 부서지기 쉽던가. 보험금을 노리거나 노후연금을 독식하고자 배우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뉴스를 장식하는 세상이다. 안락한 세상살이를 위해 진심 대신 조건을 교환하는 결혼세태와 무관하지만은 않을 듯싶다. 어찌됐든, 친정부친의 판단이 아주 빗나가지만은 않은 듯도 싶다. 용케 소박은 면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