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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프놈펜의 저녁 풍경
오후 4시가 넘으면 되면 프놈펜 남쪽과 남서쪽 공단 지역 일대는 사람의 물결로 뒤덮인다. 봉제공장 근로자들의 퇴근 시간이기 때문이다. 근로자 대부분은 걸어서 공장 근처의 숙소로 향하지만 일부는 소형 트럭을 이용해서 공단 지역에서 좀 떨어진 프놈펜 외곽 지역의 숙소로 퇴근한다. 트럭 한 대에 100여 명 가까이 태우고 꼬리를 물고 달리는 퇴근 차량 행렬로 공단 일대의 도로는 극심한 체증을 겪는다. 4시에 시작되는 근로자들의 퇴근 행렬은 보통 8시까지 이어진다. 4시가 정시 퇴근 시간이지만 특근이나 야근을 하는 공장도 있기 때문이다. 퇴근 대열의 근로자들 표정을 보면 대부분 밝다. 마치 큰 시험을 끝내고 나오는 수험생들의 표정이라고나 할까. 장시간 고된 노동에 시달렸으련만 피곤함보다는 그것을 끝내고 휴식의 시간을 맞는 해방감 때문이리라.
근로자들의 퇴근 시간이 되면 공단 근처의 시장은 성시를 맞는다. 찬거리를 사려는 손님으로 시장 골목골목은 걷기가 힘들 정도로 복작인다. 공장 대부분이 아침 7시에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장을 보거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때는 저녁 무렵이다. 그래서 공장 주변에는 식재료나 생활필수품을 파는 시장과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미장원이나 세탁소 식당 빵집 과일가게 약국 같은 생활 편익 시설들도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육류나 해산물 야채 볶음과 국물류 면류 등을 준비해 놓은 음식 판매대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는 근로자들도 많다.
저녁 5시가 넘으면 프놈펜 시가지 동쪽으로 달리는 오토바이 행렬이 부쩍 늘어난다. 혼자보다는 뒤에 한두 사람을 더 태운 오토바이들이 주류를 이룬다. 낮 기온이 보통 35도를 오르내리고 밤에도 거의 25도 이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하루 일과를 끝낸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강변을 즐겨 찾는다. 메콩강과 톤레삽강이 만나는 왕궁 일대는 저녁때만 되면 프놈펜 시민들이 몰려드는 단골 장소다. 가족 단위나 친구, 연인들이 강둑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거나 공원을 걸으며 저녁 시간을 보낸다. 강변에 위치한 훈센 공원이나 나가호텔 주변의 공원도 저녁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로 붐빈다. 최근에 여러 위락시설들이 들어서고 있는 다이아몬드섬은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놀이시설과 게임장, 영화관, 패스트푸드점, 일반 식당 등이 두루 갖추어져 있어서 젊은이들의 취향에 딱 맞는다.
저녁 6시쯤이면 수백 대의 오토바이가 서 있는 식당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바비큐 식당들이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같은 육류는 물론 한치나 새우 게 등 해산물을 야채에 곁들여 구워 먹는 식당들이 프놈펜 시내 곳곳에서 성업중이다. 음식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담소를 나누며 맥주나 음료를 마시며 저녁 한 끼를 때우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런 식당에 들어가 왁자지껄 떠들며 고기 파트를 즐기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때 모이기만 하면 숯불 피워 고기를 구워 먹는 데 사족을 못 쓰던 한국인들의 엊그제 모습이 떠올라 미소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
밤 9시가 넘으면 사람들로 붐비던 강변 근처의 공원 일대는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일시에 빠져나가 썰렁해진다. 장기 체류 외국인이 주로 몰리는 왕궁 근처나 몇몇 유흥 주점, 일부 식당들이나 심야까지 문을 열 뿐 대부분의 상가나 식당들이 일찍 문을 닫는다. 10시가 되기 전에 주택가는 정적에 싸이고 시내 전체가 한적해진다. 밖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즐길 만한 것이 별로 없어서 또한 그렇다. 그래서 캄보디아의 저녁 시간은 짧고 밤은 길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