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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고구마를 먹으며
예전에는 자주 지방에 무작정 갔었습니다.
신문쟁이답게 캄보디아를 몸으로 익히고 싶다는 마음으로 조금 오래 앉아 있으면 정말 궁뎅이가 쪼개질 듯이 아픈 르목을 타고 지방에 갔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예전처럼 르목을 타거나, 멀리는 가지 못하지만 프놈펜에서 30분만 가면 나오는 두메산골 오지(?) 같은 곳에 아이들 줄 과자 좀 사 가지고 그냥 가곤 합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참 순진합니다. 힐끗힐끗 하다가도 물 한잔 달라고 하면 금방 싱긋 웃고 그 다음에는 일사천리입니다. 그러나 너무 가난해서 아무 것도 줄 것이 없기에 대부분 찐 고구마를 대접합니다. 우리네 것하고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아주 맛있습니다. 그 때마다 나는 추억을 먹고, 고구마를 대접하는 수줍은 마음을 먹고 그리고 아직도 남아있는 인정에 가슴이 아립니다.
그들은 참으로 어쩔 수 없는 무소유의 삶을 살지요.
아무 것도 없는,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가 없는 그래서 이제는 무언가가 주어지면 부담스러워 하는 그런 삶을 삽니다. 일어나서 밥먹고 들에 나가 일하고 돌아와서 밥해 먹고 자는… 그러다가 무슨 권투경기라도 있으면 둘러앉아 티브이를 보고 즐거워하고 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을까 정말로 수다를 많이 떠는, 우리가 보기에는 도무지 재미가 하나도 없을 듯한 그런 삶을 웃고 떠들며 살아갑니다.
캄보디아의 시골사람들은 참으로 소박하고 순진합니다. 그러고 보면 프놈펜에는 캄보디아에서 제일 닳고닳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출루한 삶, 주름져 굴곡진 눈가로 보이는 아득한 눈동자. 그들의 삶을 말해주는 모습입니다. 그냥 뭐라 말하기가 어려운 아쉬움이 가득한 그들입니다.
고구마를 먹으며, 그 노란 속살을 파먹으며 나의 삶이 고구마의 출루한 겉모습과는 다른, 속이 먹음직한 것으로 채워져 다른 모든 것들에게 유익이 되기를 생각해 봅니다. 진정 그렇게 변해 가기를 원합니다.
요즘은 버리는 연습을 합니다.
그런데 참 그게 안되네요? 세상의 것을 버려야만 하늘의 것이 보인다는 말은 진짜 맞지요? 하늘의 것을 추구하고 사는 삶이 세상의 것을 추구하면 말이 안되죠? 뭐 하늘의 것이란 게 뭐 다른 것이겠습니까? 사람의 마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하늘의 마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것을 의미하겠죠. 고구마를 같이 까먹으며, 서투른 캄보디아 말로 주절거리는 나는 이미 반 정도는 캄보디아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소박한 그 사람들이 좋고, 부드러운 고구마의 속살이 좋고 또 그들에게 배워가는 욕심 없는 삶이 좋습니다.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