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약이 판치는 세상-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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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7살인 짠 모니는 한 상자에 $2.5 짜리 감기약을 사는데도 심히 염려스럽다. 모니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녀는 이 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100%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이모가 가짜 약사로부터 구입한 가짜 약을 복용하여 결국 사망한 끔찍한 경험을 했다. 가짜 약은 결국 이모의 병을 악화시키기만 했고, 오히려 정품 약에 대한 면역력이 생겨 병을 이기지 못했었다. 그녀는 약을 별로 신뢰하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며, 그저 약사들이 진짜 약을 팔아주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서 가짜 약은 아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캄보디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9월 가짜 약으로 의심되는 5톤 분량의 약이 프놈펜 2개소에서 압수됐다. 또 다른 약국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약효 미달의 가짜 약 42개 종(미화 10만달러 상당)을 밀수한 혐의로 적발됐다. 이는 작년에 정부가 모든 불법 약품 판매소가 문을 닫게 되었다는 발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사항이다. 정부가 손을 쓰지 않았으면 그 가짜 약 5톤은 어디론가 팔려나갔을 것이다. 정부가 불법 약품판매소가 모두 통제 하에 들어섰다는 발표내용과는 다르게 아직도 가짜 약으로 검은 돈을 벌어들이는 부도덕한 약사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결과 빈곤층을 중심으로 한 캄보디아 국민들의 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으며, 가짜 약 판매로 인해 정품 약품 판매시장도 피해를 입고 있다.

약품 수입업체 ‘초만원’

캄보디아의 자유경쟁시장 시스템은 약품 수입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재 약 218여개의 약품 수입업체가 등록되어 있다. 상무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캄보디아는 지난 2011년 15,345톤(9870만 달러 상당)의 약품을 수입했다. 이 중 0.18%(27.62톤)이 가짜 약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로참 캄보디아(캄보디아 유럽상공회의소)의 제약그룹 회장 겸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의 캄보디아-라라오스 지부장인 베노잇 마티뉴는 지금처럼 약품을 대량으로 수입하면 상당량의 가짜약과 미등록 약제가 수입되는 부실 관리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캄보디아에 수입되는 대다수의 가짜 약품들이 베트남과 같은 이웃 나라에서 제조된다고 말하며, 이런 가짜 약을 구성하는 물질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약들은 의약 표준에 전혀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가짜 약을 규제하기 위해 정한 규정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법률 집행의 어려움과 재정 부족 같은 여건이 가짜 약을 효율적으로 진압하는데 있어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가 겪고 있는 불법 약품, 약국은 전혀 새로운 사회문제가 아니다.

지난 4년 전, 캄보디아 약국협회장 임 얀은 전국적으로 1,000여개의 합법적으로 등록된 약국이 있으며, 이보다 2배나 더 많은 미허가 약국이 영업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그는 캄보디아에서 유통되는 약 중 10%가 가짜약이며, 이보다 더 많은 양의 약품들이 보건부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것들이라고 말했었다.

게다가 일부 허가 약국에서 자칭 약사라고 부르는 약사들이 대부분 전문적인 보건교육을 받지 않은 자들이며, 약국 소유주가 자신의 이름을 약국에 걸고 약을 팔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며, 이윤을 극대화하여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짜약이 이윤을 높이는데 좋은 방법이 될 것이며, 캄보디아의 대다수가 빈곤층이고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정품 약품 보다 가짜약이 대중적으로 더 인기를 얻고 있다.

생명을 앗아가는 이윤

가짜 약 판매가 헤로인 생산과 맞먹는 수지맞는 장사가 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에 유혹받고 있다. /23면으로 이어짐 23면에서 이어짐/ 가짜약 거래 구조를 수사한 인터폴요원 앨린 플랜콘에 따르면 가짜 약 판매로 원금 1,000달러를 투자해 45만 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헤로인 제조에는 $1,000 투자로 2만달러를 벌 수 있다고 한다.

가짜약 생산과 판매가 업자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해도, 이에 대한 댓가를 고스란히 받는 무고한 생명, 경제적 피해는 심각하다. 게다가 가짜약으로 인해 사람들이 약에 대해 불신하게 되는 풍조가 생기며, 심지어는 필요시 정품 약품을 복용하는 것을 꺼리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미국 대사관의 데이빗 리첼솝은 가짜약들이 캄보디아 국민들로부터 약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빼앗아 간다고 지적했다.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제약 업체들도 가짜 약들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인도의 한 제약회사의 예측보고서에 따르면, 가짜약 퇴치 기술 및 안전장치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약을 제조하는 비용보다 8~1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짜 약은 세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무역기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가짜약 판매로 인해 2.5~5% 정도의 잠재적인 세수를 잃고 있다고 언급했다.

2005년 옥스팜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인들이 가계부채 중 45% 이상이 건강문제로 발생하는데, 이 중 대다수가 약품 구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경제적 측면에서도 가짜 약은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노력

뿌리 깊게 구조화된 가짜 약 밀매 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는 필수약품이사회(EDB – 보건부 산하 가짜 약을 퇴치하고 유통로를 차단하기 위한 특별 팀)를 설치했다. 또한 이 위원회에서는 정부 8개 부처와 프놈펜 시청에 대표단을 만들어 가짜약 퇴치 업무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도록 조치했다.

헹 분키읏 보건부 식약청장은 불법 약품 판매소는 2011년에 ‘완전히’ 철폐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짜약 유통량은 2010년~2011년까지 급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9월 대량의 가짜약이 적발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이런 발표내용이 과연 사실인가 회의를 들게 만들었다. 사실 헹 분키읏은 정부의 규제안은 충분하지만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부가 현 규제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재정적 압박으로 인해 감시원들이 지방을 비롯한 전 지역을 관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캄보디아 지방의 잡화점에서 가짜약들이 판매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2010년 세계 가짜약 시장은 750억 달러에 달했다(2005년에 비해 90% 성장). 그동안 적발된 가짜약 중 절반 이상 아시아에서 제조된 가짜약과 연관되어 있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세관원, 경찰, 제약협회 대표들과 함께 가짜약 유통과 싸우기 위한 업무팀을 결성했다.

사노피의 베노잇 마티뉴는 캄보디아 정부가 가짜약 문제와 싸우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큰 규모로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회문제와 싸우는 것은 사노피 또는 캄보디아 보건부만이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고 말하며, 국제적 수준의 액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미국과 캄보디아는 메콩강 하류 유역국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가짜약 퇴치 국가캠페인을 실시했었다. 2주간의 캠페인 동안 가짜약의 효능에 대해 알리는 2만여장의 포스터가 전국에 부착됐다. 5월 말, 동남아시아 5개국 출신의 미술가들이 프놈펜에서 가짜약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었다. 총 34명의 예술인들의 작품은 프놈펜 프랑스 문화원, 독일 문화원에 전시됐으며 이후 주변 국가에서도 전시회를 열었었다. 당시 전시회의 프로젝트 매니저였던 맘 보리반은 이런 종류의 전시회가 사람들로 하여금 약을 구입할 때 더욱 조심하도록 교육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말했다.

가짜약으로 자신의 이모를 잃은 짠 모니 양에게 이런 경종은 너무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가짜약과 싸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느 누구도 가짜약 때문에 우리 이모처럼 죽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이코노믹 투데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