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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정상회의EAS 등 뭘 남겼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사흘간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정상회의가 20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끝으로 모두 폐막했다. 프놈펜 평화궁전에서 열린 이들 정상회의에서는 영유권 분쟁 해소를 위한 아세안 차원의 `행동수칙’ 협상이 초반부터 무산되는 등 분쟁당사국들의 뿌리깊은 불신과 반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세안과 중국의 협상에 이어 미국과 중국 역시 입장차이 만을 확인했다. 특히 `친(親) 중국 행보’를 거듭하던 캄보디아가 분쟁당사국인 필리핀과 충돌하는 등 아세안의 내부 분열상이 또 다시 표출됐다.
그러나 경제부문에서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 선언이 이뤄지는 등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수뇌부가 참가하는 `아세안글로벌대화’를 출범, 국제현안 협의에 아세안이 본격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도 의미있는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영유권 분쟁 이견 확인..내분 재연
필리핀 등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은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차원의 합의점을 도출한다는 방침 아래 의장국 캄보디아를 압박했다. 캄보디아 역시 내분사태를 우려, 신중한 입장을 보인 가운데 아세안 회원국들은 중국에 조속한 시일안에 최고위급 협상에 나설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중국은 분쟁 당사국의 개별접촉을 강조하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며 아세안 차원의 행동수칙 협상 개최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행동수칙을 둘러싼 해법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태가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캄보디아가 아세안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국제쟁점화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 필리핀 등이 강력 반발하는 등 아세안의 내홍이 다시 불거졌다. 필리핀은 베트남과 브루나이 등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국가들만이 참여하는 공동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등 독자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아세안은 지난 7월 외무장관회담 당시 영유권 분쟁을 공동성명에 반영하자는 분쟁 당사국들과 이를 저지하는 의장국 캄보디아가 충돌, 성명 채택 자체가 무산되는 초유의 내부 분열상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강경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들의 자제를 촉구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을 직접 거명하거나 필리핀, 베트남 등을 지지하는 발언도 유보했다.
다자 FTA 협상개시 잇따라..경제통합 행보 가속
정상회의 기간엔 아세안과 주변국가들이 참여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자간 FTA 협상 개시 선언이 이어졌다. 회원국들은 정상회의 기간에 RCEP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2015년 타결 목표로 내년 초 협상에 나서기로 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RCEP에는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중일, 뉴질랜드, 호주, 인도 등 주변 6개국이 참여한다. 아세안이 주도하는 RCEP가 최종 타결되면 전체 국내총생산(GDP) 19조달러(약 2경1천536조원), 34억 인구의 거대 경제블록으로 출범하게 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도 선언했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 천더밍(陣德銘) 중국 상무부장,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일본 경제산업상은 3국 통상장관회의를 열어 FTA 협상 개시를 발표했다.
아세안 정상들은 또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는 미국과 교역투자 증진을 위한 협정을 채택하는 등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통관절차 간소화, 투자자 보호 등 세부적인 협력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관측통들은 이를 계기로 양측 기업들의 상대시장 진출과 고용 창출, 기업간 협력이 한층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했다.
아세안 글로벌대화’ 출범..아세안 역할확대 적극 모색
아세안 정상회의는 세계경제 등 현안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아세안 글로벌 대화(ASEAN Globa Dialogue) 출범시켰다. 첫 글로벌대화에는 특히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수뇌부 등이 대거 참가, 세계경제 등 국제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회의는 세계경제 침체가 지속될 경우 아세안 회원국들 역시 그 파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의 토대 위에서 마련된 것으로 아세안의 역할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국제사회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 교환과 아세안의 역할 확대 등을 협의하기 위해 글로벌 대화를 마련했다”고 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대화를 거쳐 역내는 물론 전 세계 경제정책 결정에 아세안의 역할을 반영하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 아세안이 향후 세계경제 현안에 목소리를 높일 방침임을 시사했다.
아세안 통합시한, 1년 가량 연기 합의
아세안 정상들은 오는 2015년 1월1일 출범을 목표로 추진하던 아세안공동체 창설 시한을 같은해 12월31일로 연기했다. 아세안 정상들은 각 부문에 걸쳐 진행되는 통합준비 작업을 점검한 뒤 현실 여건을 감안, 만장일치로 통합시한 연기에 합의했다.
아세안 통합을 경제와 안보, 사회문화 등 3개 부문에 걸쳐 추진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내부 이견으로 통합 일정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입장도 천명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최근 실무회의를 거듭하며 표준과 법률 등 각 부문에 걸쳐 통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부문에서 통합 로드맵 상의 세부 일정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왼쪽부터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친나왓 태국 총리, 응 웬 떤중 베트남 총리, 이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 훈 센 캄보디아 총리, 노다 일본 총리.
아세안인권선언 채택..평화화해연구소도 출범
아세안 정상들은 처음으로 인권선언을 채택, 발표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이 국제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을 들어 우려를 표명했지만 선언문 채택 자체만으로도 적잖은 의미와 상징성이 있다는게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인권선언에는 불법체포와 고문 방지, 여성과 아동의 권리보호 등이 포함돼 있다.
회원국 정상들은 이와 관련해 일부 내용에서 유명무실할 소지가 있다는 국제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수용, 최종 문안에 실질적인 이행장치를 포함시켰다. 역내 분쟁과 갈등의 평화적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아세안평화화해연구소(AIPR)’ 발족 역시 중요한 성과물로 꼽힌다.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의 훈 센 총리는 “AIPR의 공식 출범을 계기로 번영과 동반 성장에 필수적인 평화와 안보, 화해가 한층 증진될 것”이라며 연구소 출범에 적잖은 기대감을 표시했다./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