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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꽃노년, 아름다운 황혼을 위하여
친정아버지 생각을 하면 학창시절 밥상머리의 잔소리부터 떠오른다. 언제나 일방적으로 화제를 주도하셨고 다른 식구가 말할 기회를 원천봉쇄하셨다. 늘 변함없는 레퍼토리였지만 매번 처음으로 말씀하시는 투의 열의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자식사랑의 표현이라야 당신 자랄 적 기준에 따른 훈시가 전부였고 어머니께 살가운 내색은커녕 상명하복의 관계에 가까웠다. 그러다보니 아버지의 퇴청 헛기침소리는 행복 끝, 불행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유교문화권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부친은 남자다움을 모토로 길러지고 길들여졌다.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 남자들이 사내아이대접, 가장대접을 받은 마지막 엄숙주의 세대 쯤 될 터이다. 얼마 전 <50대 남자 소리 없이 울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막강한 존재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회와 가정 안팎으로 주류에서 밀려나 성가신 존재가 된 기분은 몹시 언짢으리라. 그러나 그 엄숙주의를 엄호하느라 손에 물마를 새 없이 인고의 세월을 함께 견뎌온 건 다름 아닌 그 시대의 아내라는 사람들이다. <네 쌍 중 한 쌍이 황혼이혼을 하고 대부분 아내 쪽에서 이혼을 요구 한다>는 기사 또한 같은 무게로 다가온다. “차라리 벽에 대고 말을 하지!”, 자칫 어긋나기 시작하면 백년해로는 재앙이 될 뿐 아니라, 황혼이혼이 남의 얘기가 아닌 게 되기도 한다. 그 청춘의 희생이 아깝고 꽃노년의 꿈이 무색하게도.
여자들끼리 모임에서는 화제만으로도 연령대를 짐작할 수 있다. 남편 흉이 늘어지는 부류는 갓 퇴직해 부부가 집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 오십대 후반이다. 한창때는 세상일 혼자 꾸리는 양 얼굴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더니 갑자기 방안퉁수로 변해, 거의 생활 장애인 수준인 주제에 나긋나긋하게 부탁하면 성별이라도 바뀌는지 퇴역장군처럼 굴뿐더러, 본인이 은퇴할 나이면 마누라도 피장파장 너덜너덜한 연식이 됐으련만 옛날 생각만 고집한다고 하소연이다.
키에르케고르의 말처럼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다. 절망은 철저한 고립감에서 오기 마련이다. 사회에서 따돌림 당하면 가정이라는 최후의 피난처라도 있지만, 집안에서조차 외면당하면 더 이상 갈 곳을 잃고 만다. 황혼자살의 통계치가 시사하듯 황혼이혼보다 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다. “오래된 부부관계는 기적이다”, 노부부가 나란히 바다의 낙조를 바라보는 작품사진에 곁들인 의미심장한 문구다. 우아한 부부보다 서로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며 사는 부부가 더 오래간다고 한다. 싸움 형식의 대화라도 부부사이에 무관심보다 낫다는 의미일 테다. 하물며 자신 앞에서 풀어지는 남편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을 아내란 없는 법이다. 오래된 아내 앞에서 오래된 아이처럼 풀어지시라. / 나순 (건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