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칼럼] 재외선거인의 대통령후보에 대한 단상

기사입력 : 2012년 10월 01일

낼 모레면 스물인 아들 녀석이 우동라면을 끓여준 적이 있다. “계란은 깨뜨리지 말고 넣어 줘!” 주방 쪽은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특별주문을 했다. 말간 우동국물을 선호하는지라 계란 노른자와 흰자를 휘저어 흐트러뜨리지 말라는 의미였다. 우리는 그날 계란을 껍질 채 통째로 넣고 끓인 세상 유일무이한 우동라면을 맛보았다. 이 소꿉장난 같은 살림살이의 피붙이 간에도 학생인 아들과 주부인 내가 분야(?)가 다르다보니 소통하기가 이렇듯 어렵다.
 
유권자의 46%가 대통령의 최고 덕목으로 ‘소통’을 꼽았다. 대의민주주의의 꽃은 소통이라는 의미일 테다. 유전무전, 보직실직, 남녀노소, 호-불호… 저마다 처지가 달라 타협점을 찾기란 사실 쉽지 않다. 그러나 소통에 실패했음에도 제법 그럴싸한 결과를 도출해 낸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으리라. 선의를 가진 현명한 인물이 리더였을 경우다.(결혼기념일 선물은 작은 걸로 족하다고 했건만 다이아몬드를 받은 어느 팔자 좋은 아내의 경우를 보라!) 우리 모두 수없이 목격했다시피 반대의 경우에는 제 밥그릇 챙기기식 이전투구로 치닫고 만다.
 
아들이 처음으로 선거권을 행사해야하는 시점에서 재외선거인등록신청서를 받아보니 의미가 새롭다. 언제부턴가 정당을 초월한 공공의 적은’경기침체’인 듯하다. 물신의 위력인지 보수와 진보의 경계마저 모호하다. 그래서 그런지 후보자의 정치적 입지보다 후보 개인의 성공이력이나 선대의 후광을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정당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아우라를 지닌’인물’에 더 기대를 걸게 된 탓인지도 모르겠다. 한 개인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역량이 국정에 대한 식견과 경험을 갖춘 인재 집단에서 발휘된다는 점에서 내심 회의적이다.
 
‘경제민주화’와’복지’가 공통적인 이슈로 보인다. 우리는 제로섬 게임에 대해 알고 있다. 아무리 경제가 좋아져도 국가 재정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니 ‘분배’가 핵심이다. 지혜로운 인사에 의한 지혜로운 분배야말로 소외계층을 보듬어 더불어 사는 사회로 가는 유일한 길일 터이다. 이탈리아의 사상가 주세페 프레치올리니의 참된 보수주의자에 대한 의견에 귀 기우려 볼 만 하다. <참된 보수주의자라면 부가 재능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과, 그렇다고 빈곤이 장점이 되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좋은 사회는 어차피 좀 더 적극적인 자, 정직한 자, 지혜로운 자, 재능이 있는 자가 지도적인 지위에 임할 수 있는 사회라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은 참지 못한다고 한다. (자신보다 ‘못사는’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게 아닌가,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한다.) 어쨌든 참을 수 없는 상황의 연출 여부는 우리 유권자에게 달려있다./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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