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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물의 나라
노태우 전 대통령은‘물태우’라는 별명을 얻었다. 물에 물탄 듯 줏대 없이 처신한 탓에 붙여졌다고 하는데, 대통령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물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까싶다. 물 불어나는 광경을 보라. 드세진 물살은 도도하게 길을 내고 집채만 한 것도 가랑잎처럼 띄워 산산이 파괴해서는 결국 강으로 바다로 쓸어내 버린다.“세상에 물보다 더 유순하고 약한 것은 없다. 하지만 물이 단단하고 강한 것을 공격하면 그 어떤 것도 막아낼 수 없다.”는 노자의 경구처럼.
캄보디아가 본격적인 우기로 접어들었다. 당국은 JICA와 공동으로 하수도 설비를 재정비 중이라고는 하나 대수롭지 않은 비에도 도로가 수로가 돼버리곤 한다. 우기 내내 매일처럼 겪어할 이 수난은 한 나라의 수도로서 체면을 구기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불편과 경제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터이다.
5천 년 전까지만 해도 프놈펜 일대가 바다였다고 한다. 메콩강 토사의 퇴적평야인 프놈펜은 그 도시화의 역사가 호수를 메우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연 저수지였던 호수와 빈 늪지는 하나, 둘 메워져 도로와 건물로 채워지고, 그것들은 온통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프놈펜 전체가 커다란 콘크리트 그릇이 되어가고 있다. 이곳 특유의 국지성 강우가 퍼부으면 빗물은 꼼짝없이 그 그릇 안에 갇히고 말아, 소홍수의 피해는 점점 심화될 터이다. 도시화의 급물살을 탄 프놈펜으로서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장엄한 문명인 앙코르 왓트의 갑작스런 종말요인 중,‘수평거리 1㎞당 표교 차 1m 구배’라는 지나치게 정교한 수리시스템이 문제였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일테면, 토사의 유입이나 시설의 훼손에 의해 배수 구배가 약간만 삐끗해도 시스템이 망가져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겨버릴 수 있다는 견해다. 그러고 보면 지나친 정교함이란 대단한 결함인지도 모른다.
프놈펜도 현대 도시에 걸 맞는 과감한 배수시스템을 고려해야할 대목이 아닌가싶다. 일본과 미국, 말레이시아 등, 강우량이 많은 도시에서는 홍수대비책으로 도로나 건물 지하에 거대한 지하저류터널과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해 두고 있다. 강우 시에 저장했다가 천천히 방류하는 방식으로 웬만한 폭우에도 끄떡없다고 한다. 단시간에 물폭탄 양상으로 쏟아지는 열대스콜 지대인 프놈펜으로서는 원론적인 방식의 재정비는 물론이고, 지하저수조나 인공호수 같은 즉각적인 방식이 보완되어야 마땅하다. 시쳇말로 가장 무식한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듯./ 나순 건축사
*뉴스브리핑 캄보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