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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건기와 결혼식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다. 날마다 구름 한 점 없이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낮 기온이 보통 37도를 오르내린다. 한밤의 최저 기온도 25도 아래로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도 더워서 우리같이 냉온대에서 살던 사람에게는 요즘이 캄보디아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시기다. 그러나, 이제 5월로 접어들었으니 긴 겨울을 참고 지내던 시절만큼이나 반갑다. 곧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고 그 덕분에 더위가 조금 가시는 우기로 들어서니까.
캄보디아의 건기는 결혼 시즌이다. 건기에 집중적으로 결혼식을 올린다. 아마 농번기를 피해서 대사를 치르는 전통이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는 것 같다. 시골이나 도회지 어디를 막론하고 특히 주말이면 곳곳에서 결혼식이 펼쳐진다. 결혼식 날이 되면 ‘우리 지금 결혼합니다!’라고 동네방네 알리기라도 하듯이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확성기 볼륨을 크게 올려 음악을 틀어댄다. 질질 끄는 듯한 캄보디아 전통 현악기 선율을 하루 종일 듣는 것도 우리 같은 이방인에게는 고역이지만 그런 환경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제는 대로변의 자동차 소음 정도로 익숙해졌다.
올해는 유독 내 주변에 있는 캄보디아인들의 결혼이 많았다. 직원 두 명과 선생님 한 분이 결혼식을 치르는 바람에 출혈(?)이 심했다. 좀 친하다 보면 결혼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일가친척의 결혼식 청첩장까지 들어와 어찌 해야 할지 난감해질 때가 있다. 캄보디아의 결혼 청첩장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봉투와 내용물을 화려하게 인쇄해서 멋을 낸다. 그리고, 대개 봉투 겉면에 받는 사람의 이름까지 인쇄해서 돌린다. 어떤 청첩장에는 겉봉투 안에 작은 봉투가 하나 더 들어 있다. 축의금을 넣는 데 쓰라는 뜻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청첩장을 받으면 받은 봉투에 돈을 넣어 축의금을 낸다. 이름까지 인쇄돼 있으니까 그냥 돈만 넣어서 내면 된다.
결혼식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피로연이다. 어느 결혼식 피로연에 가건 분위기가 거의 비슷한데, 손님이 앉는 원탁이 죽 놓여 있고 그 앞쪽에는 무대가 마련돼 있다. 악단의 연주에 맞춰 가수들이 번갈아가며 노래를 부르고 가끔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원탁에 손님이 차면(보통 10인용) 음식이 나오는데 중국식 코스 요리와 비슷하다. 전채부터 시작해서 돼지고기 쇠고기 오리고기 닭고기 생선 요리와 국물 요리 밥 음료 술 후식 등 웬만한 집이라면 한국의 호텔 결혼식 이상으로 음식이 화려하게 나온다.
결혼식 피로연장은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이 되면 노래와 함께 춤판이 벌어진다. 신랑 신부와 가까운 사람들은 물론 손님들이 어우러져 흥겹게 춤을 추는데, 남녀가 일정한 템포와 몸짓으로 춤사위를 구사하는 걸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춤 동작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는 느낌이 든다. 양가의 가족이나 친척, 가까운 지인들이 모여 새벽부터 치르는 가정 의식에서 시작된 결혼식은 하루가 꼬박 걸린다. 간소하게 치를 경우에 그렇고 아직도 며칠에 걸쳐 결혼식을 치르는 집도 있다고 한다.
며칠 전에 청첩장 하나가 새로 들어왔다. 오래 전에 학교를 마친 제자 하나가 자기 여동생 결혼식을 알리는 청첩장이었다. 오래도록 나를 중요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고맙다. 건기가 끝나가는 무렵이니 이것이 마지막 청첩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