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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캄보디아 설날에 생각나는 것
4월14일은 캄보디아 최대의 명절인 설날, 설날 며칠 전부터 긴 휴가에 들어간 곳이 많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사람들로 터미널은 분주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설이나 추석 풍경을 보는 듯하다. 설날을 전후해서는 대부분의 시장이나 상가가 문을 닫고 프놈펜 시내가 매우 한산해져서 평소에 귀찮을 정도로 호객 행위를 하던 모또 택시 잡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열흘 이상 쉬는 곳도 많다고 하니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있어서 설은 대단한 명절임엔 틀림없다.
설날 아침에는 마침 이곳에 여행 온 후배와 함께 왕궁 구경을 갔다. 지나가면서 밖에서 본 모습과는 달리 내부가 깨끗이 정돈되어 있고 나무와 꽃, 잘 가꾸어진 정원들이 화려한 건물과 어우러져서 정갈하고 고풍스럽게 보였다.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까지 화려한 금장식으로 치장하여 고아하고 중후한 멋을 자아냈다. 한쪽 건물에는 각종 불상과 왕궁에서 사용하던 집기와 그릇, 악기, 장식품들을 전시하여 오랜 전통의 불교문화의 흔적과 왕국으로서의 영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절에는 그 곳을 찾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입구마다 차량들이 이중 삼중으로 주차를 하고 있고, 음식물과 꽃, 향을 든 사람들이 법당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기도 했다. 조상을 모신 절 주변의 탑마다 참배를 하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로 붐볐다. 설이나 추석에 조상의 묘를 찾아서 성묘하러 가는 우리의 풍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는 뚤스렝 박물관을 찾아갔다. 왕궁이나 사원이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 땅에 오래 살면서 이룩해 놓은 찬란한 역사라고 한다면 뚤슬렝 박물관은 결코 가지지 말았어야 할 어둠의 역사다. 폴포트가 이끌던 크메르루지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진 고문을 당하고 결국은 거의 대부분이 죽음으로 생을 마감했던 무시무시한 감옥이 바로 이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고문을 받고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사진과 그것을 자행했던 사람들의 사진, 그리고 고문용 철제 간이침대와 고문 도구들이 여러 방에 걸쳐서 전시되고 있었다. 불과 3년의 크메르루지 집권 기간에 1000만 명 남짓의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140만 명이 살육당했다고 하니 당시의 참상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박물관이라면 다양한 유물과 자료로서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곳이지만, 뚤스렝 박물관에는 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평온했던 여학교 교정과 교실 건물이 썰렁하게 남아 처참했던 역사를 증언해 주고 있을 뿐. 그러나, 마지막 전시실에서 마주친 수백 개의 희생자 실물 유골은 섬뜩하게 가슴을 치면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당신들은 이 세상의 어떤 동물보다도 잔인해질 수 있는 동물이다! 당신들은 아직도 이념의 허울 속에서 고귀한 생명들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찬란했던 왕조의 유물이 있고 뿌리 깊은 불교문화의 흔적이 살아 있는 나라 캄보디아, 반면에 치욕의 역사로 인해 아직 채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는 나라 캄보디아. 국가 최대의 설 명절에 가족끼리 이웃끼리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자리 저 편에서 어제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던 캄보디아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들의 역사. 이들의 얘기가 그리 오래지 않은 우리들의 역사, 우리들의 얘기라는 생각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