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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도시 변화와 서민 생활
얼마 전, 2,3년에 한 번씩 프놈펜에 들르는 손님이 학교를 방문했다. 올 때마다 프놈펜 시내가 크게 달라져서 캄보디아의 발전을 실감한다고 했다.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까지 유심히 들여다보고 그 동안의 변화를 하나하나 짚어 주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프놈펜의 스카이라인이 4,5년 전에 비해 완전히 바뀌었다. 옥상에 올라가서 사방을 돌아보면 곳곳에 삐죽삐죽 올라간 건물들이 시야를 가린다. 전에는 호수와 습지였었는데 지금은 매립이 돼서 주거단지나 상업용 건물들이 새로 들어선 곳도 많다.
프놈펜 시가지의 서쪽 끝에 위치한 뚤꼭지역은 프놈펜의 대표적인 변두리다.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주택가 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간선 도로조차 포장이 제재로 안 돼서 건기에는 먼지로 뒤덮이고 우기에는 곳곳에 물구덩이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래서 길을 잘못 찾아 들어서면 낭패 보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금은 웬만한 골목길까지 거의 포장이 돼서 한결 쾌적해졌다. 최근에는 프놈펜대학에서 공항으로 이어지는 교차로에 고가도로가 생겨 일대의 상습 교통체증이 풀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간선도로에는 가로등이 설치되고 교통 표지판과 신호등이 세워져서 음침하고 번잡스럽던 풍경이 산뜻한 도시의 면모를 띠게 되었다.
요즘 프놈펜의 교통 체증은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출퇴근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낮이나 밤에도 정체를 빚는 곳이 많다. 자동차로 5km 남짓한 거리를 달리는 데 30~40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차량과 오토바이 증가 속도에 도로가 받쳐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로가 정비되고 교통 체계가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도로 신설이나 확장,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의 도입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프놈펜의 교통 체증 현상은 날로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도시의 외관과 서비스 업종의 팽창일 것이다. 낡고 우중충했던 건물들이 새롭게 단장되고 곳곳에 새 건물들이 들어서 도시가 한결 산뜻해졌다. 대형 유통센터와 중소형 슈퍼마켓이 5,6년 전에 비해 대여섯 배로 늘어나고 고급 음식점과 호텔, 술집 등이 크게 늘어나서 저녁 9시쯤이면 암흑과 같던 도시 곳곳이 밤늦게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게 되었다. 밤 비행기로 프놈펜 공항에 내리다 보면 격세지감이라는 말로 표현해야 할 정도로 프놈펜의 시가지가 밝아졌다.
이렇게 도시의 외관이 바뀌는 동안 캄보디아 서민들의 생활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최근 3년 동안 도시민의 급료는 20%가 채 오르지 않은 반면에 물가와 집값, 교통비 등은 그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도시의 변화와 발전이 몇몇 가진 자나 외국인들에 의해 견인되고 그들의 필요에 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민 생활의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봉제 업종의 호황과 서비스 업종의 확대로 여성 고용은 증가하였으나 대다수의 남성들은 여전히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 남성 고용에 적합한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해서 그렇다.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서며 가격표를 올려다보니 고급 휴발유 가격이 1.5달러에 육박해 있었다. 1달러 남짓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참 많이도 올랐다. 겨우 1달러치의 기름을 넣고 주유소를 떠나는 모토(오토바이 택시) 기사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힘겹게 느껴졌다. 오늘 때꺼리는 무사히 장만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