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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한국에서 앙코르와트를 보러 온 손님들을 안내하러 가는 길에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캄보디아 학생 둘을 데리고 갔다. 태어나서 아직 한 번도 앙코르와트에 가 보지 못한 여학생들이었다. 캄보디아 사람이라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앙코르 유적을 처음 보는 기회라 가면서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관광 코스에 들어서자 처음부터 끝까지 사진 찍는 데 골몰해서 유적을 제대로 보고 지나가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새로운 장면이 전개될 때마다 유적 앞에서 온갖 제스처와 표정을 지으며 연실 셔터를 눌러 댔다. 한국 손님 안내보다 사진 찍느라 뒤쳐지는 학생들을 재촉하는 게 일이었다. 이틀을 여행하는 동안 찍은 사진이 300 컷이 넘었다. 사진들을 하나하나 컴퓨터로 돌려 보면서 재잘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한 마디 던졌다.
“사진 찍느라고 봐야 할 것을 제대로 못 봤지?” ”아니오. 다 봤어요.”
“줄곧 사진만 찍던데?” ”재밌잖아요. 그리고 사진을 가지고 있으면 오래오래 기억에 남고.”
캄보디아 사람들만큼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주말이나 저녁이면 휴식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왕궁 앞 잔디 광장은 프놈펜 사람들의 단골 촬영장이다. 왕궁이나 강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친구나 연인 사이가 주류고, 가끔은 결혼사진 찍는 커플들도 눈에 띈다. 사진을 찍어 주고 돈을 받는 전문 사진사들도 여럿이 상주하다시피 한다. 사진을 찍은 다음 돈을 지불하고 며칠 후에 같은 장소에 나와 사진을 찾는다. 지난 물축제 기간에는 현장에서 곧바로 사진을 빼 주는 즉석 인화기까지 갖다 놓고 손님을 받고 있었다.
사진 찍기의 하이라이트는 결혼식 때다. 복잡한 절차에 따라 결혼식을 며칠에 걸쳐 치르다 보니 사진도 많이 찍는다. 결혼식이 끝나면 한두 권의 앨범으로 만들어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여 준다. 그리고 애지중지 간직한다. 프놈펜 시내에는 곳곳에 사진 현상소가 있는데, 이곳에 가면 컴퓨터 앞에 앉아 사진을 편집하는 종업원들을 볼 수 있다. 특히 결혼사진은 한 장 한 장 세밀하게 편집한다. 크기나 배경을 바꾸는 것은 물론 얼굴 모양이나 색깔도 수정해서 작품(?)으로 만들어 낸다. 이런 사진 현상소에 사진 인화를 맡기면 보통 한 시간 이내에 원하는 크기의 사진으로 뽑아 주는데, 사진 값은 한국의 반값 이하다.
요즘은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이 있어서 사진을 즐기기에 전보다 훨씬 편해졌다. 돈이 궁색한 젊은이들조차 거의 휴대폰은 소지하고 다니는데, 전화 통화보다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찍는 데 더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 같다. 기회만 있으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서로 돌려보면서 즐거워한다. 전화기 안에 돈은 들어 있지 않아서 전화를 걸 수는 없어도 사진을 저장해 놓고 수시로 들여다본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에게 사진을 찍어 나누어 주곤 하는데 사진을 받으면서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다. 카메라 앞에서는 캄보디아 젊은이들의 표정은 항시 밝고 자연스럽다. 카메라 앞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져 버리는 한국 사람들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어떻게 그런 자연스러운 표정과 미소가 나오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