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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잘 굴러가는 세상이 됐으면
프놈펜 시내를 거치지 않고 도시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로 통하는 도로가 학교 앞에 있다. 외곽 도로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길이 자주 막힌다. 특히 퇴근 시간이면 더욱 심해서 이 시간에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지각하기 일쑤다. 여기뿐만이 아니라 시내의 교통 체증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30분이면 프놈펜 시내 어디든지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한낮에도 막히는 곳이 있어서 차 안에서 발이 묶일 때가 많다. 승용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증가 속도도 차량 못지않다. 교통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도로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곳곳에 대단위 아파트와 연립주택, 플랫 하우스가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도로를 확충하는 공사는 별로 발견할 수 없다. 비가 잦은 우기에 곳곳의 도로가 패어서 차량 통행에 어려움을 주고 있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프놈펜의 간선 도로는 대개 왕복 4차선, 일반 도로는 2차선이다. 이렇게 좁은 도로를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가 함께 달려야 하니 자동차가 늘어나는 만큼 교통 체증이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 도로 확장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불과 몇 년 안에 프놈펜에 사는 사람들은 엄청난 교통 체증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캄보디아에는 시내버스가 없다. 큰 도시를 연결하는 버스 노선이 일부 있지만 사람을 실어 나르는 데는 승합차가 더 많이 이용된다. 캄보디아에는 봉고나 그레이스 같은 한국의 중소형 중고 승합차들이 즐비한데 이것들이 승객 수송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12인승에 2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우고 거기에 짐까지 가득 실은 채 전국 곳곳을 누빈다. 대부분 에어컨도 잘 안 나오는 차량이지만 값싸게 탈 수 있어서 캄보디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중장거리 대중교통 수단이다. 화물 차량도 전체의 반수 이상은 한국의 중고차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소형 화물 차량은 대부분 현대나 기아에서 나온 것들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된 모델들도 있지만 여기서는 씽씽 잘 달린다. 한국의 자동차 기술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여기 와서 실감하게 된다. 오토바이가 많기로 유명한 캄보디아에서 또 하나 눈에 뜨는 것이 대림 오토바이다. 일반인은 일본제나 중국제를 많이 타지만 영업용 오토바이(모토) 중에는 대림 오토바이가 아주 많다. 뒤에 사람이나 짐을 싣고 다니기에 편리하고 튼튼해서 모토 택시 기사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물론 오토바이도 모두 한국에서 중고로 들여온 것들이다. 그러나 승용차만은 단연 일본의 도요타가 챔피언이다. 열 대 중 일곱 대 정도는 도요타라서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길에 나가 보면 굴러다닐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있어서 흥미롭기까지 한 곳이 프놈펜이다. 오토바이에 이것저것을 붙여서 다양한 운송 수단으로 쓴다. 뒤에 긴 짐칸을 단 르목이 가장 대표적인데 짐뿐만 아니라 여기에 사람을 20명 이상 태우고 달리기도 한다. 한 대가 한국의 마을버스 한 대 몫을 너끈히 해 내는 것이다. 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툭툭이도 있고, 옆이나 뒤에 진열장 같은 것을 단 다음 그 안에 음식이나 물건을 싣고 팔러 다니는 이동 오토바이도 있다. 도로에는 자전거도 많지만 앞에 안락의자 같은 것을 달고 뒤에서 페달을 밟아 달리는 인력거도 프놈펜의 명물이다. 사람을 태우는 것은 물론 짐을 실어 나르는 데도 편리하게 쓰인다. 길에는 손수레 행상도 아주 많다. 각종 음식이나 빵, 만두, 군고구마, 옥수수, 과일 등을 싣고 다니며 손님을 찾는다. 길이 복잡하지 않을 때에는 소 두 마리가 끄는 달구지가 지나가기도 한다. 각종 질그릇을 가득 싣고 차량과 오토바이 사이를 느긋느긋 지나는 풍경이 여간 정겹지가 않다. 바퀴가 달린 온갖 탈것들이 다 뒤섞여서 움직이는 도시 프놈펜, 길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답답하지 않게 좀 더 행복한 곳으로 잘 굴러가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