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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국민 생활과 선거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던 캄보디아의 경제가 몇 년 동안 불황의 늪에 빠졌다가 요즘 회복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봉제업과 농업 분야의 호황으로 수출과 고용이 늘고 외국인 투자와 관광 수입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 침체와 유럽 여러 나라의 경제 위기 상황 등 어려운 세계 경제에 비추어 볼 때 캄보디아의 이런 변화는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난 자동차 대수와 식당 술집 상점 등 프놈펜 시내의 서비스 업종의 증가 추세를 들여다보면 2013년의 1인당 국민 소득이 1,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전망이 허황된 목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의 긍정적인 경제 호조 발표와는 달리 일반 서민의 생활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것 같다. 유가를 비롯한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반면 서민들의 개인 소득은 거의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아직도 국민의 25% 이상이 극빈층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캄보디아의 현실이다. 지난해에는 몇 십 년만의 대홍수까지 엄습해 많은 농민들이 농사를 망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새로 길이 뚫리고 다리가 놓이고 건물이 들어서고 고급 차량이 부쩍 늘고 있지만 이런 현상과 일반 서민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져서 일부 부유 계층의 소득은 크게 늘어나는 반면 서민들의 소득은 별로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농지와 주거지 수탈에 대항하여 주민들이 집단행동을 일으키는 일이 요즘 자주 일어난다. 투자나 개발을 목적으로 정부와 지주들로부터 대규모의 땅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새 땅 주인과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수 년, 수십 년 동안 유일한 삶의 터전으로 삼고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짓고 살던 사람들로서는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는 셈이지만 정부가 이들을 보호해 주거나 특별한 대책을 세워주진 못한다. 절대 권력을 쥔 정부와 막강한 힘을 가진 지주들을 상대로 싸우기에는 이들의 힘이 너무 미약하다. 빈민 구제와 인권 보호를 위해 캄보디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 NGO 단체들이 이들을 돕고 있지만 땅을 빼앗기고 극빈자로 내몰리는 주민들의 삶을 원상태로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캄보디아의 TV 방송을 보면 자주 눈에 띄는 것이 주민들에게 뭔가를 나누어주는 장면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모아 놓고 쌀이나 생활필수품, 돈 봉투 등을 일일이 나누어 주는 장면이 여러 TV 채널에서 장시간 나온다. 여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이 총리 부인이다. 물론 그녀의 직함이 캄보디아 적십자사 총재니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자면 ‘포퓨리즘’의 전형인데 이 나라 사람들은 ‘시혜의 화신’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의료 혜택과 생활 편익 증진 등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이런 것들 대부분은 개인들에게 맡겨져 있다. 국민 복지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한국은 벌써부터 선거 열기에 뜨겁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치러야 하니 올해는 선거로 시작해서 선거로 끝날 것 같다. 여야가 다투어 내놓는 정책을 살펴보면 국민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실현 가능성 없는 정책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 표를 얻기 위한 방책이다. 총선을 앞둔 캄보디아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추상적인 복지보다는 당장 받는 선물이 더 효과가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