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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한 게으름뱅이 일꾼 ‘끄러바이’
캄보디아에서 국도나 시골길을 따라 여행하다 보면 만사태평하게 물웅덩이에서 멱을 감고 있는 끄러바이(=물소, Water buffalo)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때로는 도로나 진흙밭에서도 볼 수 있는 끄러바이는 캄보디아 농민들 생활에 주요한 노동력을 창출해 주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되는 귀한 식구와 같다. 끄러바이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동물일지는 몰라도 인도, 남미, 남부유럽, 중동, 북부 아프리카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서식하고 있으며 현재 대략 1억5800마리가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다(이 중 97%가 아시아 종).
캄보디아에서 끄러바이는 쟁기를 끄는 등 농사를 위해 사용된다. 나중에 죽으면 가죽으로 신발이나 기타 가죽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고기를 먹거나 우유를 짜서 먹기도 한다. 배설물은 거름으로 쓰이며 말려서 연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캄보디아에서는 끄러바이 고기를 먹지 않지만, 시장에서 파는 소고기에 끄러바이 고기가 섞여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도 하고 있다.
끄러바이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물 또는 진흙 속에서 보낸다. 이러한 생활 태도 때문에 사람들은 끄러바이가 소(꼬)보다 힘은 좋지만 훨씬 더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끄러바이가 이렇게 게으른 이유는 쉽게 더위를 먹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끄러바이보다 태평하게 쉬고 있는 끄러바이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다.
캄보디아 최대의 명절 ‘프춤번’기간 중 (죽은 자의 영을 기리는 명절, 9월말/10월 초중순경) 사람들은 절에 찾아가 조상들의 넋을 기리고 승려들의 설법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프놈펜에서 약 35km 떨어진 ‘뷔히어 쑤어’지역에서는 매년 프춤번 명절 때 마다 끄러바이 경주가 열리는데, 이를 보기 위해 수 백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기도 한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끄러바이의 등 위에서 들썩이는 주자의 모습과, 형형색색으로 장식한 끄러바이의 뿔은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게으르지만 할 건 다 하고 노는(?) 늠름한 캄보디아이의 일꾼, 아무래도 캄보디아인의 성격을 쏙 빼닮은 가축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