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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비
짐을 매어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날
어둔 새벽부터 시름없이 나리는 비내일도 나리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나리는 비적이 말리는 정은 날보다도 더하오
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매어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오
- 이병기 시인의 ‘비’ -
* 날씨가 너무 더우니 어딘가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다. 그런데 정말 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일도 하기 싫다. 신문도 만들기 싫다. 덥고 짜증만 난다. 나이 들면 느는게 짜증인가 보다.
일도 하기 싫고 해서 책이라도 펴본다. 그래서 찾아낸 시가 이병기님의 ‘비’ . 먼길 가려는 남편을 보내고 싶지않은 마음이 절로 보인다. 이런게 사랑이라는 거겠지…젊은 시절 시를 쓴다고 온통 난리를 칠 때는 이런 시가 가슴에 아로세기어 졌었다. 얼마나 절절한가?
나이가 드니 모든 것이 굼뜨다. 단박에 해치울 일도 이리저리 궁리하느라 생각만 길어 간다. 늙은 쥐가 독을 뚫는다라는 말도 이제 생각하면 별로 현명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세상이 온통 스피드 전쟁이니까… 그래도 할 일이 있다는 것만 해도 행복하다. 맨날 툴툴거리면서. 나이나 잊고 살아 가야겠다./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