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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캄보디아 사람들의 가족관
프춤번 연휴가 끝난 지 1주일 가까이 지났는데도 고향에 내려갔던 기숙사 학생들 중에서 돌아오지 않은 학생이 몇 명 있었다. 월요일 첫 수업에 맞춰 돌아온 학생은 반수가 채 되지 않았다. 연휴가 시작되기 4,5일 전부터 학교에 나오는 학생이 줄기 시작해서 연휴 하루 이틀 전에는 아예 한 명도 안 나온 반도 있었다. 쫄츠남(설날)이나 프춤번 같은 연휴가 되면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공사장 같은 곳은 명절이 시작되기 1주일 전부터 시작해서 1주일 후까지 휴무가 이어진다. 공장 같은 곳도 보통 닷새 정도는 쉰다. 특별한 일이 없는 사람들은 한 달 가까이 빈둥대기도 한다.
프춤번 기간에는 프놈펜 시내가 한산하다. 고향으로 내려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큰 시장은 며칠간 철시를 하고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프춤번 1주일 전부터 지방으로 내려가는 버스는 손님으로 북적댄다. 버스래야 대부분 한국산 중고 봉고차 같은 것이지만 차 안에는 물론 지붕 위에까지 손님과 짐을 가득가득 싣고 달린다. 15인승에 30여 명 정도를 태우는 것은 보통이다.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요금이 비싸지기 때문에 미리 일을 접고 서둘러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다. 고향이 멀지 않은 사람들은 오토바이에 가족을 태우고 내려가기도 한다. 두세 시간 거리 정도는 가볍게 생각한다.
프춤번은 쫄츠남과 함께 캄보디아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절이다. 이 두 명절에는 온가족이 고향집으로 모이는데, 그 중에서 프춤번은 조상을 추모하는 명절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떠돌아다닌다고 믿는다. 더러는 모진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가 이 날이 되면 가족들이 주는 음식으로 허기를 채운다고 한다. 남은 사람들은 그들이 안식을 찾아 평안해지고 후손들에게 음덕을 내려 주기를 빈다. 그래서 프춤번에는 온가족이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이나 꽃, 향 같은 것을 정성껏 준비해서 조상의 유골이 모셔진 절을 찾아 명복을 비는 예를 갖춘다. 조상의 유혼이 깃든 절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니 어떤 집은 대여섯 곳 이상의 절을 순례하기도 한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가족 관계가 매우 끈끈하다. 모든 일이 가족을 우선해서 이루어진다. 명절마다 온가족이 한데 모이는 것은 기본이요 가족 구성원 중에 무슨 일이 있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거기에 매달린다. 부모나 형제, 아이가 아프다고 결근하는 직원이 종종 있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의 가족관을 좀 이해하게 되면 한국의 잣대만으로 이를 나무랄 수가 없다. 가족을 우선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당연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일 잘하고 믿음직한 직원이라면 그의 가족과 관련되는 일에 관대하고 호의적인 반응을 해 주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
‘캄보디아에는 고아가 없다.’
물론 맞는 말은 아니다. 부모가 없어 갈 데가 없는 아이들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캄보디아 사람들의 가족관을 좀 알게 되면 이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갈 것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자기의 피붙이를 거둬들이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부모를 잃게 되는 일을 당하게 되면 가까운 친척이 그 아이를 맡아서 돌본다. 부모가 없다고 고아원으로 보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잘 살건 못 살건 그 아이들을 거두어 자기의 친자식처럼 키운다. 돈독한 가족관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결과다. 일 때문에 가족에 소홀하고, 공부 때문에 도리를 제쳐두고, 돈 때문에 핏줄을 거역하는 일이 다반사인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