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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최인호 작가를 추모하며…
전등을 켜지 않아 어둑시근한 방에 TV만 혼자 떠든다. 귀가하지 않은 식구에게 마음 한 자락이 가 있어 TV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우리시대 위대한 이야기꾼 최인호씨가…지병으로 별세했습니다.>는 뉴스의 아나운서 멘트가 들려온다. 순간 가슴에 찌릿한 자극이 느껴졌다. 월간 ‘샘터’에 1975년부터 35년간 연재한 자전적 에세이 <가족>을 통해 그의 일상을 낱낱이 훔쳐본 터라,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 살았던 가까운 아저씨의 부고라도 전해들은 느낌이었다.
가정주부의 상상력은 어쩔 수 없어 <가족>에서 실명으로 등장했던 황정숙, 다혜, 도단 등, 유족들에게 생각이 미쳤다. 최인호씨가 투병 중에 집필한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이 작품을 평생 동안 스승이자 벗이자 수호신인 사랑하는 나의 황정숙 아나스타샤에게 바칩니다.”로 끝난다는 서평이 떠올랐다. 안 그래도 딸 다혜가 네 살 때부터 시작하여 성장하고 결혼하고 손녀딸이 등장할 때까지 알콩달콩 그려지는 <가족> 속의 풍경이 부러웠는데, 남편으로부터 ‘스승’, ‘수호신’이라는 찬사까지 받다니 시샘이 났었다. 혹자는 역시 역사에 길이 남는 유일한 방법은 인생에서 중요한 무엇을 성취하는 것보다 좋은 전기 작가를 만나는 것이라고 하는데, 유명 작가를 가장으로 뒀으니 복도 많다 싶었던 게… 모르긴 해도 가족모두 사생활침해로 불편을 겪기도 했을 테지만, 살아가는 내내 타계한 작가는 물론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기는 힘들 터이다.
최인호씨는 나의 사춘기에 가장 민감한 성감대는 ‘뇌’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준 작가다. 깨알 같은 문자들이 만들어낸 그저 환상에 불과할진대 한창 예민한 때라 그의 도발적인 글을 읽노라면 가슴이 벌렁벌렁했으니. 초기에는 감성적이고도 세련된 도시풍의 문체로 청년문화를 선도해 대중작가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차례차례 문제작을 쏟아내면서 여러 문학상의 영예와 함께 본격문학 작가로 거듭났다. 불혹의 나이에 가톨릭에 귀의한 이후 불교소설과 유교소설을 집필함으로써 종교의 경계를 뛰어넘어 융합과 통섭의 새 지평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내 입술은 작은 술잔”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소멸하는 것은 신의 섭리입니다”까지, 통속작가에서 구도자적 작가에 이른 것이다.
지독한 항암치료의 병상에서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으니, “유효하게 쓴 하루의 마지막에 기분 좋은 잠이 찾아오듯이, 유효하게 쓴 일생의 끝에는 기분 좋은 죽음이 찾아온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은 그의 죽음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 ‘살다’와 ‘사랑하다’의 어근을 좇아 올라가면 같은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살아있는 동안 사랑하는 일을 멈출 수 없으니 당연한 귀결일 듯싶다. 그러나 사랑하는 일이 다 그렇듯이 얼마나 어려운 노릇인가? 작가는 이제 그 힘겨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리라. 작품을 통해 사랑의 울림은 계속 되겠지만.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