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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변하는 세상, 따르지 못하는 정치
춘추전국시대 학자 양주의 동생 양포(楊布)가 아침에 나갈 때 흰옷을 입고 나갔었는데, 돌아올 때는 비가 오기 때문에 흰옷을 검정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왔다. 그러자 집에 기르고 있는 개가 낯선 사람으로 알고 마구 짖어댔다. 양포가 화가 나서 지니고 있던 지팡이로 개를 때리려 하자 형 양주가 그것을 보고 양포를 타일렀다.
“개를 탓하지 마라. 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일 너의 개가 조금 전에 희게 하고 나갔다가 까맣게 해 가지고 들어오면 너는 이상하게 생각지 않겠느냐?” 양주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려 했기 때문에 양포의 개를 긍정적으로 너그럽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백왕흑귀(白往黒帰) 혹은 양포지구(楊布之狗)라는 말로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겉이 달라졌다고 해서 속까지 달라진 걸로 생각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겉모양보다는 본질을 정확히 보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용산참사를 일으킨 주역,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공사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되었다. 비상임 이사와 외부 전문위원 7인으로 구성된 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9월 9일 김 전 청장과 오창환 전 공군사관학교 교장, 유한준 전 국토부 ICAO 교체수석 대표 등 3명을 신임 사장 후보로 압축했다. 김 전 청장은 이후 서류심사 평가에서 5점을 받은 반면, 나머지 두 후보는 6점을 받았고 면접심사에서도 652점을 받아 658점을 받은 유한준 후보, 654점을 받은 오창환 후보보다 낮았다.
공항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비전 분야에서도 유한준 후보가 140점 만점에서 136점, 오창환 후보가 128점을 반면, 김 전 청장은 116점으로 두 후보에게 20점 이상 뒤졌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2배수에 합격하고, 국토부와 기재부의 주주총회에서 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런 일이 대명천지에 가능한 일들일까? 영남대를 나와서일까?
요즘 하도 험하게 돌아가는 세상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나이가 들어 온갖 세상사를 고민하기 때문도 아니다. 마치 하얀 옷을 입고 나갔다가 검은 옷을 입고 돌아오는 주인을 향해 짖어대는 개처럼, 우리가 서로 다른 세상에서 다르게 살아 온 차이가 많이 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부터, 아무 것도 준비가 안 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 염려가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요즘처럼 세대 간의 차이도 많이 나고 살아가는 환경도 다르고 그리고 목적도 다른 세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모든 것이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되게는 해야지. 캄보디아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