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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한국의 4류 정치 언제까지?
한국의 정치는 삼류도 못 된다는 것이 다수국민의 인식이다.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는 한 기업인의 독설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정치인들에게 미운털 박히기를 각오한 것 같았던 이 말로 1990년대 중반 큰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파장은 길지 않았다. 국민의 지지를 받은 말에 당사자들이 크게 반발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 뒤로 “기업은 일류, 정부는 이류, 정치는 삼류”라는 말이 나왔다. 기업이 일류가 되었다는 말에 동의할 사람은 많아졌지만, 정치가 사류에서 삼류로 승급한 데에 신경 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삼류나 사류나 국민의 기대에 한참 멀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빈손 털고 일어선 국회 국정원 국정감사를 바라보는 국민에게는 삼류라는 평점도 과분하게 비쳐진다. 되지 않을 일에 기대를 걸었으니 김칫국부터 마신 격이었다. 집권여당과 대통령은 아무 생각 없는데, 국정원 비리의 껍데기가 벗겨지기를 기대한 국민이 다 멍텅구리였던가.
국회가 2012년 대선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한 혐의를 조사하기로 합의했을 때 국민의 기대는 컸다. 막 출범한 박근혜정부와 19대 국회가 전 정권 비리 파헤치기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망설이는 것 같던 새누리당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선선히 수용한 사실부터가 그런 판단의 근거였다. 그런데요 며칠 사이 그런 기대가 부서지고 짓뭉개졌다. 오늘로 공식 종료되는 국정조사특위 결산물(활동보고서)이 나오기는커녕, 특위 공회전 책임을 떠넘기는 언설만 분분하다. 양쪽 이야기를 종합하면 누구도 책임이 없다는데, 50일이 넘은 국정조사의 결과는 하지 않음만 못하다. 21일에는 여당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혼자 떠들다 문을 닫았다.
더욱 답답한 일은 정치가 국민에게서 급속도로 이반되어가는 이 ‘정치부재의 정치’를 수습할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9월 국회가 코앞이고, 당장 결산국회를 열어야 하는데 야당은 뙤약볕 천막 안에서 극기훈련 하듯 혹서에 시달리고 있다. 대통령을 만나 타개하자는 야당 제안도 묵살되어 하반기 국정운영 기상도는 시계 제로다. 여당에 정치고수가 없는가. 중재도 하고 청와대에 고언도 해가면서, 난국을 풀어갈 사람이 이리도 없단 말인가. 그렇다면 결국은 대통령의 문제가 된다. 국정의 모든 책임이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원칙론을 떠나, 그 자신 정치인이므로 박근혜 대통령은 결코 이 문제에 뒷짐 진 자세를 보여서는 안 된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OECD 국가 27개국 가운데 2위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엊그제 전경련 국민대통합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이 사실 하나로도 국가지도자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정치개선 없는 선진국 타령은 공염불일 뿐이다.
/내일신문 문창재 논설고문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