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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달걀로 바위 치기
28일 오후 4시 20분 프놈펜역 광장 투표소, 11개의 투표소 중 한 투표소에서 개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100여 명의 유권자와 각 정당의 참관인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선거관리요원이 기표지를 한 장씩 들어 보이며 확인을 한 다음 화이트보드 위에 득표 결과를 하나하나 적어 나갔다. 최종 결과는 캄보디아 인민당(CPP) 151표, 캄보디아 구국당(CNRP) 370표, 기타 정당 합계 10여 표. 선거관리요원의 최종 결과 발표가 끝나자마자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CNRP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시내에서 시위가 있을 예정이니 가급적 외출을 삼가세요.”
“뚤꼭 지역 CNRP 당사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교통체증이 발생했습니다.”
“총선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심하십시오.”
선거 다음 날부터 심각하게 돌아가는 프놈펜 시내 분위기에 놀란 분들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초 CPP가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CNRP가 약진하면서 선거 결과에 대한 시비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 하루 뒤에 나온 집권당인 CPP의 잠정 발표에 의하면 국회의원 재적 123석 중에서 CPP가 68석, CNRP가 55석을 얻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CNRP는 부정선거를 그대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63석을 얻어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면서 선거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CNRP는 양당과 선거관리위원회,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부정선거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CPP와 선거관리위원회가 처음에는 반대 입장을 취했지만 CNRP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시위 조짐이 일자 CPP가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CNRP를 이끌고 있는 삼랑시 총재는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국민의 힘으로 잃어버린 표를 찾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캄보디아에서 선거 승리는 곧 정권 교체를 의미한다. 28년간 총리직을 수행하며 무소불위의 권력 기반을 구축한 훈센 정부로서는 엄청남 사건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12년은 더 총리직을 수행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자신의 아들을 포함한 권력자 2세들을 이번 선거에 대거 참여시켜 권력 승계까지 준비하던 훈센 총리로서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다. 설령 이번 선거 결과가 이대로 굳어져 CPP가 재집권을 한다 하더라도 훈센의 앞날은 순탄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4년간의 망명 생활에서 돌아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삼랑시의 CNRP가 강력한 견제, 비판 세력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 결과가 뒤집히거나 중대한 문제가 돌출된다면 캄보디아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한 달 동안 치러진 선거 운동을 지켜보며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인상을 받았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며 프놈펜 시내를 누비는 CPP의 유세 행렬, 오직 CPP와 훈센 총리의 선전에만 열을 올리는 방송과 신문들, 가가호호에 붙여진 CPP의 홍보 스티커…거의 CPP만 보였고 CPP만 있었다. 그런데 민심은 달랐다. 훈센 총리와 찌어 심 상원의장, 헹 삼린 국회의장 등 3거두가 자신의 지역에서 모두 CNRP에 선두를 내 주었고, 훈센 총리의 아들과 사위 등 CPP의 주요 인사 2세들 8명이 모두 낙선했다. 삼랑시가 이번 선거에서 기치로 내 건 ‘변화’에 대한 열망이 표로 나타난 것이다. 도시를 중심으로 젊은층이 대거 CNRP로 결집하면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여기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더 이상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래서 바위에 금이 갔다. 역시 민심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