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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프놈펜에서 운전하기
프놈펜에서 운전을 한 지 6년이 됐다. 자주 차를 몰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이제 프놈펜 시내 지리는 서울보다 더 훤해서 어떤 곳이든 찾아가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캄보디아에 처음 온 사람이라면 시내가 매우 번잡스럽게 보여서 운전을 할 엄두가 잘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고 시내 곳곳을 자주 나다니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한국에 비해서 도로가 곧고 골목이라 하더라도 길 번호와 집 번호가 잘 매겨져 있어서 미리 위치를 확인하고 잘 살피면서 운전을 하면 목적지를 찾아가기가 의외로 쉽다. 고유 번호가 부여된 도로 양쪽으로 한쪽은 홀수 번호, 한쪽은 짝수 번호로 주소가 표기되어 있는 등 도로와 주소 표지만큼은 한국에 비해 한참 앞서 있다.
요즘 프놈펜 시내에서는 자주 교통 체증을 겪는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이고 낮 시간에도 길이 막힐 때가 종종 있다. 차량이 대폭 늘어났을 뿐 아니라 시민의 발이라 할 수 있는 오토바이도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편도 2,3차로밖에 안 되는 도로에 차량과 오토바이, 자전거 등이 뒤섞여 달리다 보니 교차로와 같은 곳은 여간 혼잡하지 않다. 또, 대형 매장이나 큰 음식점 앞길에는 간선 도로인데도 차량이 주차되어 있기 일쑤라 교통 체증이 가중되기도 한다. 주차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곳곳에 도로 표지판과 신호등이 새로 세워지고 고가도로와 중앙분리대가 등장하는 등 교통 시설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도로를 확장하거나 새로 내지 않는 한 프놈펜의 교통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프놈펜 시내의 규정 주행 속도는 시속 40km다. 국도의 경우에도 시속 60km가 제한 속도다. 한국에 익숙해진 운전 습관으로 운전하다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한국과 달리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차량과 함께 달리기 때문에 길이 잘 뚫린 곳이라 하더라도 더 속도를 내기 어렵다. 수시로 이 쪽 저 쪽에서 끼어드는 오토바이에 신경을 써야 하니까 더 달릴 수가 없다. 또 도로에 보행자용 횡단선이 그어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 아무데서나 사람들이 길을 건너는 것도 잘 살펴야 한다. 보통 차선 하나로 자동차가 달려야 하기 때문에 앞 차를 추월하기도 어렵다. 성질 급한 운전자 중에는 더러 반대 차선을 넘어 추월을 하기도 하는데 여간 위험하지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통 사고율을 낮추기 위하여 캄보디아 정부가 부심하고 있다고 한다. 오토바이 백미러 미부착 안전모 미착용 단속이 수년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옛날 같으면 몇 달만에 끝나는 연례행사에 그쳐서 단속 기간만 지나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곤 했는데 이번만큼은 다르다. 또, 최근에는 과속 차량 단속을 위해 스피드 건이 거리에 등장했고 밤에는 음주 운전 단속도 시작되었다. 주행 속도가 낮다 보니 프놈펜 시내에서 차량에 의한 큰 사고는 별로 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오토바이 사고는 자주 일어난다. 오토바이가 워낙 많기도 하지만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교통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사고 원인이다. 오토바이는 물론이고 차량조차도 보험에 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무질서한 것 같지만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로에서는 보행자나 오토바이, 자전거 등 약자가 우선이다. 운전 중에 이들이 끼어들어도 불평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기다리고 양보하는 데 후한 편이다. 운전대만 잡으면 급해지는 우리 한국인들이 우선 배워야 할 운전 수칙이다. 캄보디아에서는 느긋해야 안전하고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