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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결혼이 이렇게 쉬운데
결혼 청첩장 하나를 받았다. 석 달 전까지 청소원으로 일하던 여직원이 보낸 것이었다. 작년 말에 열여덟 생일을 넘겼으니 십대에 결혼을 하는 셈이다. 2년 전에 한국으로 일하러 간 언니를 따라 한국에 가겠다고 해서 2년 동안 틈틈이 한국어 공부까지 시켰었다. 그런데, 한국행을 포기하고 결혼을 선택한 것. 지난 연말부터 남자 친구를 사귀기기 시작했는데, 이 때부터 청소를 하면서도 전화기를 붙들고 살다시피 하고 수시로 문제가 생겨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월 중순, 우리 학교에서 초급반 학생들을 가르치며 프놈펜대 한국어과 2학년에 다니는 여학생이 결혼했다. 올해 나이 21세, 두 살 위인 신랑도 대학생이라 변변한 벌이도 없고 양쪽 집안 모두 경제적으로 옹색해서 신혼부부를 도울 형편이 못 되는데 용감하게(?) 결혼을 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을 가진 다음 결혼하라고 양쪽 집안에서 결혼을 극구 반대했지만 둘이 동거에 들어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결혼을 허락하고 식을 치러 준 것이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여학생이 학업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캄보디아 여성들은 대개 20세 전후에 결혼한다. 남자들의 경우에도 25세 이전에 반수 이상이 결혼하는 것 같다. 프놈펜 거주 남녀 평균 결혼 연령은 지방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십대에 결혼하는 경우도 흔한데 만 18세가 되기 전에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25세 이상이면 여성 대부분이 결혼을 하기 때문에 나이가 25세 이상의 여성에게 ‘아이가 몇 명이에요?’라고 물어도 캄보디아에서는 별로 실례가 되지 않는다. 설령 미혼 여성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기분나빠하지 않는다.
연애결혼이 주류를 이루고, 남녀가 만나서 결혼을 하기까지 거치는 교제 기간도 매우 짧다. 최근 1년 사이 내 주위에 있는 캄보디아 남녀 십여 명이 결혼했는데 지인의 소개로 결혼한 한 쌍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연애결혼이었다. 1년 이상 교제한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만난 지 1년 미만에 결혼을 했고, 두세 달 연애 끝에 결혼하는 경우도 있었다. 둘이 좋다면 부모들이 쉽게 결혼을 허락하는 것 같다. 결혼 당사자는 물론 양쪽 집안이 서로 살피고 재고 확인하는 한국의 결혼 풍조와는 크게 달라서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속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
극히 일부의 특권층을 제외한 일반 캄보디아 사람들은 집안이나 직업 학벌 등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 다 고만고만한 서민층이요 남녀 모두 남보다 특출한 조건을 갖춘 경우가 드물어서 그런 것 같다. 결혼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것도 매우 간단하다. 분가를 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지만 분가를 하더라도 몇 십 달러짜리 사글세방 하나에 간단한 생활 도구와 침구가 신혼살림의 전부다.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것은 부유층에게나 해당된다.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남자가 처가에게 몇 천 달러의 지참금을 주는데 이것이 결혼 비용의 거의 전부다. 살 집을 마련하고 각종 살림살이를 갖추고 예물이나 선물을 준비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한국의 결혼 문화와는 크게 다르다.
통계청 조사 자료에 의하면, 2010년도 한국의 초혼 연령은 남자 31.8세, 여자 28.9세로 나타났다. 캄보디아와 비교하면 7~8년 늦게 결혼하는 셈이다. 해가 갈수록 초혼 연령이 더 늦어지고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도 늘어난다고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라고 한다. 돈이 없어도 척척 결혼만 잘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한 수 배울 일이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