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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캄보디아 선거의 계절
푸아그라, 캐비아와 함께 송로버섯은 세계 3대 진미로 꼽힌다. 송로는 떡갈나무 숲의 땅 속에서 뿌리에 공생하여 은밀하게 자라기 때문에 찾아내기 힘들뿐더러 재배도 거의 불가능하다. 송로의 세계는 비밀에 싸여있어 심마니가 산삼 횡재하듯 구하는지라 품질이 좋은 것은 부르는 게 값으로 자연산 음식 중 가장 비싸다. 특유의 풍미로 유명한 이 버섯의 향은 발정한 수퇘지의 페로몬과 비슷해 옛 유럽 사람들은 암퇘지를 이용해 송로버섯을 추적했다고 한다. 매년 11월 즈음 송로 철이 되면 밤이 이슥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버섯 사냥에 나선다. 깊은 밤에 후각이 더 예민해지기도 하는데다 경쟁자에게 들키지 않고 독식하려는 심보에서다. 심각한 문제는 돼지란 놈이 워낙 송로버섯을 좋아해 보는 즉시 먹어치워 버린다는 것이다. 이 사냥의 비법은 송로버섯을 찾을 때까지 돼지를 잘 구슬렸다가 “노다지”를 발견한 순간 잽싸게 돼지를 쫒아 버리는 데에 있다.
송로버섯 사냥꾼과 정치인은 닮은 구석이 많다. 물론 모두 도매금으로 넘기기에 무리가 있지만, 내내 빈둥거리다 송로 철만 되면 돼지 비위를 맞추는 행태나, 민생이고 정책이고 나 몰라라 하다가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의 비위를 맞추는 행태가 그렇다. 일단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이용가치가 없어진 공신들은 쉬파리 떼 대하듯 푸대접하고 그저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해하는 모양새까지.
바야흐로 캄보디아 선거철인 모양이다. 인근 캄보디아 인민당(CPP) 사무실의 확성기 유세가 연일 계속된다. 삼신할머니께서 점지해 주신 대로 낳았던 구시대 통계에 의하면 기차 길 주변 마을의 출산율이 높았다. 간헐적인 기차소음으로 한 밤 중에 깨어난 부부들이 더러 생산적인 놀이를 했기 때문이다. 진짜 생산적인 일에 몰두해야 할 낮 시간에 관광버스 버전 음악과 유세용 만담으로 혼을 빼놓아 어쩌자는 것인지. 비폭력고문 중에 연속적인 소음공세가 으뜸이라는데 선거가 있을 7월 28까지는 별 수 없을 것이라는 귀띔에 암담해지고 만다.
일본 사람들은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한 탓에 늘 카타스트로프(대재앙)의 도래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보인다는 견해가 있다. 캄보디아인들에게는 풀폿 학정에 대한 트라우마가 여전한 듯하다. 캄보디아 직원에게 인민당사에 민원제기를 부탁했더니 금기의 영역이라도 건드린 양 당혹해한다. “정치인들은 어디서나 똑같다.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약속한다.”는 후르시초프의 말마따나 눈 가리고 아웅 식 공약을 얼마나 남발하고 있을지, “캄뿌찌어!” 밖에 알아들을 수 없지만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민초들은 “그나마” 하는 심정으로 또 속아 보는 것이리라. 오랑캐나 무뢰한에게 능욕 당하느니 곰보에게라도 시집가는 쪽을 택하듯이 민주주의란 더 나쁜 경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조금 덜 나쁜 편을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