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제일 귀한 곳, 수상가옥村 바탐방 엑프놈 수상가옥마을에 가다

기사입력 : 2025년 02월 18일

##IMG_5460_WS▲ 캄보디아 바탐방주 액프놈 수상가옥마을 풍경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명소로 앙코르와트와 톤레삽 호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특히 톤레삽 호수는 압도적인 규모와 풍부한 생태 자원으로 유명하며, 시엠립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필수 방문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호수는 건기에는 약 2,700km²의 면적을 유지하지만, 우기에는 16,000km²까지 확장된다. 대한민국 충청북도(7,407km²)보다 훨씬 크고, 경기도(10,192km²)의 1.5배에 달하는 크기다. 하지만 이처럼 거대한 호수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필수적인 것이 오히려 가장 부족하다. 바로 ‘물’이다.

톤레삽 호수에는 단순히 관광객이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수상가옥촌은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인 여행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속의 삶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수많은 과제가 남아 있는 현실 공간이다.

지난 1월 말,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 캄보디아가 지원하는 엑프놈(Ek Phnom) 수상가옥 마을을 방문했다. 이곳에는 3,883개 가구, 16,713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그중 2,055명의 아동이 굿네이버스 캄보디아의 결연을 통해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지역에는 8개 초등학교와 2개 중학교가 있지만, 교육과 생활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물 위에서 살지만, 물이 가장 부족한 사람들
굿네이버스 캄보디아의 장동원 지부장은 “물 위에서 사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물’입니다.”라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전했다.이곳 주민들은 마실 물과 생활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물과 함께 중요한 문제는 전기다. 20여 년 전, 필자는 방송국 코디네이터로 시엠립의 한 수상가옥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배를 타고 두 시간을 들어가야 마을이 나왔고, 그곳의 집들은 전기도, 깨끗한 물도 없이 생존을 이어가고 있었다. 비가 오면 양철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귀를 멍멍하게 만들었고, 전등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처음 방문한 이의 눈에는 ‘과연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악해 보이지만,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세대를 거쳐 이곳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마을에는 학교도 있고, 작은 가게도 있으며, 배를 이용한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상가옥촌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사랑해서’는 아닐 수도 있지만, 이곳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다.

20년 만의 변화, 희망이 싹트다
20년 만에 다시 찾은 수상가옥 마을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태양열 전기의 보급이었다.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어 최소한의 조명과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정수 시스템을 통해 깨끗한 식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굿네이버스 캄보디아의 Good Water Station 프로젝트와, 사회적 기업과 협력한 Good Solar 사업 덕분이었다.

굿네이버스 캄보디아는 엑프놈 마을에서 유일하게 상주하는 NGO다. 수상가옥촌은 캄보디아 현지 주민들조차 선호하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중학교까지만 있는 교육 환경, 우기와 건기에 따라 극단적으로 변하는 교통 사정, 열악한 위생 환경, 기반 시설 부족 등으로 인해 이곳에 장기적으로 상주하며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돕는 손길은 포기하지 않았다.

수상가옥마을 아이들에게 꿈이 생기다
아엑프놈 지역 담당 매니져 소카씨는 매주 주말 바탐방에 있는 가족들을 찾아갔다가 월요일이면 다시 근무지로 돌아온다고 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굿네이버스 캄보디아가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야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그 보람이 원동력이 되어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방문에서는 후원 가정을 직접 찾아갈 기회도 있었다. 소카씨는 만나는 아이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넌 꿈이 뭐야?”
9살 여자아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경찰이 되고 싶어요!”
“왜 경찰이 되고 싶니?”라고 묻자, 아이는 수줍어 하며 말했다.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어요.”

#IMG_5363 (3)_WS▲캄보디아 바탐방주 굿네이버스캄보디아 사업대상 현지 초등학교에서 정인솔 뉴스브리핑캄보디아 편집장이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우리와 동행한 지역 담당 직원 중에는 과거 후원받았던 학생이 있었다. 그는 지금은 NGO 직원으로 성장해 마을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엑프놈 지역에서 자란 손 시우후어 씨의 집에는 6년 근속 기념 감사장이 걸려 있었다. 꾸준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으로 성장한 손 시우후어씨는 어릴적 조건 없이 받은 사랑을 다시 흘려보내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작은 변화가 모여 희망이 되다
엑프놈 마을에 2013년 첫 발을 내디딘 굿네이버스 캄보디아는 지금까지 꾸준히 다양한 지원을 이어왔다. 정기 건강검진, 결식아동 지원, 이동 치과 클리닉, 식수위생 개선, 청년 역량 강화, 지역 개발, 사회적 경제 사업, 조합 운동까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아이들이 자라고, 성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번 방문을 통해 굿네이버스 캄보디아가 만들어가는 변화는 단순한 복지 지원이 아니라, 희망을 심고 꿈을 키워가는 과정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수상가옥촌이 더 이상 고립된 마을이 아니라, 변화와 가능성이 피어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작은 손길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희망이, 오늘도 그곳에서 이어지고 있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