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환경전문기자, 캄보디아 재입국 금지…언론 자유 침해 논란

기사입력 : 2025년 02월 05일
▲ 몽가베이 캄보디아 특파원이자 캄보디아 해외기자클럽(OPCC) 회장인 제럴드 플린

▲ 몽가베이 캄보디아 특파원이자 캄보디아 해외기자클럽(OPCC) 회장인 제럴드 플린(왼쪽)

환경 전문 기자 제럴드 플린이 캄보디아 재입국을 금지당했다. 이민 당국은 그가 비자 신청 시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지만, 플린은 자신의 환경 관련 보도가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영국 국적인 플린은 2019년부터 캄보디아에 거주하며 환경 전문 매체 몽가베이의 캄보디아 특파원 및 캄보디아 해외기자클럽(OCPP) 회장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불법 벌목 등 민감한 환경 문제를 꾸준히 보도해 왔다.

플린은 2025년 1월 5일 태국 여행 후 시엠립 공항을 통해 캄보디아로 돌아오려 했으나 이민 당국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했다. 당국은 그의 이름이 2024년 11월 25일부터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통보했다.

플린은 현지언론에 당국이 구체적인 설명 없이 비자상 직업이 ‘전기기사’로 표기된 점을 문제 삼으며 이를 ‘가짜 비자’로 간주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언론인임을 강조하며 이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플린은 “당국은 제가 최근 비자를 전기기사로 일하기 위해 신청했다고 주장했지만, 저는 전기 기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캄보디아에서 오직 기자로만 일해왔다”며 황당함을 표했다.

그는 최근 비자를 받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이용해 온 동일한 비자 대행업체를 통해 신청했으며, 해당 업체도 당국에 자신을 전기기사로 신고한 적이 없다고 확인해줬다고 덧붙였다.

플린은 이번 입국 금지 조치가 자신의 언론 활동과 더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조치는 그가 캄보디아의 탄소 상쇄 사업을 비판적으로 다룬 프랑스24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시행됐다.

플린은 “저의 일부 보도가 캄보디아의 환경 문제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했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실체를 온전히 이해해야 하고, 언론은 기후 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 환경부는 성명을 통해 프랑스24 다큐멘터리가 구식 영상을 사용했으며, 카드뮴 산맥의 산림 파괴 수준에 대해 대중을 의도적으로 오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플린에 따르면, 2024년 11월 23일에는 환경운동가 6명이 구금됐으며, 이 중 2명은 프랑스24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인물들이었다.

속 비어사나 내무부 이민국 국장은 현지언론의 논평 요청에 대해 짧게 답하며, 플린의 입국 금지 조치는 “목적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텝 아스나릿 정보부 대변인은 현지언론에 “아직 공식적인 정보를 받은 바 없으며, 현재 이 사건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해외기자클럽은 여러 국제 단체와 함께 제럴드 플린의 재입국 금지 결정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이 같은 자의적인 결정을 규탄하며, 플린이 그의 중요한 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귀국을 허용할 것을 당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플린이 캄보디아로 돌아가 비판적 언론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이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캄보디아의 자연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보존 노력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태국 외신기자클럽(FCCT)도 이메일 성명을 통해 캄보디아 당국의 플린 입국 거부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성명은 이번 조치가 이미 위축된 캄보디아 언론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이번 사태는 캄보디아의 언론 자유에 또 하나의 치명타를 가하는 사례로, 최근 몇 년간 현지 및 외신 기자들이 심각한 위협을 받아 왔으며, 이로 인해 다수의 언론사가 폐업에 내몰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