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198화 태국에서 인기인 캄보디아산 먼지버섯

기사입력 : 2024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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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6월경이면 뿌레아위히어주의 안쎄(An Ses) 국경 검문소에서 캄보디아산 먼지버섯(학명: Astraeus hygrometricus)을 판매하려는 상인들이 장사진이다. 그런데 올해는 태국에서 버섯의 통관을 거부하는 바람에 캄보디아인들이 수레마다 버섯 포대를 가득 싣고는 평소처럼 수입을 재개하라고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수레에 실린 버섯은 거뭇거뭇하고 동글동글해서 도대체 무슨 버섯인가 궁금했다. 게다가 당시 태국의 갑작스러운 통관거부로 애써 채집한 버섯이 상하게 될 것을 염려하는 상인들이 울상짓는다는 기사는 우려를 자아냈다.

130871550_2693134480903268_856559952525790959_n▲먼지버섯을 땅에서 파낸 모습

그 소식이 있기 전 5월 중순에는 먼지버섯을 채집하는 산악족의 발길을 활기차게 보도하던 기사가 있었다. 먼지버섯은 캄보디아에서 “프썻 빡(Mushroom Pak)”이라고 불리는데, 뿌레아위히어, 오다민쩨이, 뽀삿, 꺼꽁 등의 산악지대에서 자연적으로 채집한다. 잡풀이 무성하고 나뭇잎이 쌓인 습한 토양에서 2~3년 동안 뿌리내린 균사가 4월에서 5월 사이에 수확할 정도로 자란다. 버섯갓은 땅속에서 지름 2~3cm 정도의 알맹이로 자라는데, 채집하려면 지표에 정수리가 하얗게 드러난 것을 찾아 숟가락으로 흙을 조심스럽게 걷어내고 손으로 주우면 된다. 버섯은 1kg당 3만~4만 리엘에 거래되는데 대부분 태국으로 수출한다.

한국인들에게 먼지버섯은 식용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에서도 식용 가능성에 대해서 다소 불확실하다. 북아메리카에서는 식용불가로 인식되는 모양인데,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먼지버섯은 식용 가능한 종이라고 부연했다. 이로 말미암아 한국에서 등산로마다 눈에 띌 법한 이 버섯에 대해서도 요리 가능성을 타진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고 해도 네팔이나 남부 벵골에서는 현지인들이 맛있게 소비하는 “음식”이다. 캄보디아산 먼지버섯을 특미로 취급하는 태국에서도 통조림 버섯을 생산하는 공장까지 있어서 성황이다.

noname01▲태국에서 유통되는 먼지버섯 통조림

주로 한국인의 블로그에서 포착된 먼지버섯은 지상에서 두껍고 튼튼한 가죽질의 겉껍질이 위쪽에서 6~8조각으로 터져 바깥쪽으로 뒤집혀 꽃을 피운 모습이다. 이 정도로 자란 것은 캄보디아산이라고 해도 식용이 불가능하다. 아무튼 묘하게 눈길을 끄는데, 다 자란 버섯의 꽃받침 같은 겉껍질은 흑갈색으로 거북등처럼 갈라진 무늬를 이룬다. 가운데 하얀색 구체는 포자낭으로 꼭대기는 살짝 튿어져 있다. 포자낭이 터지면 안에 있던 홀씨가 먼지처럼 뿜어져 나온다. 홀씨는 지름 7.5~11㎛의 갈색 공 모양으로 표면에 돌기가 있다. 한국에서는 가야산, 소백산, 속리산, 지리산, 한라산 등지에 분포한다.

이 버섯은 보통의 버섯과 달리 묘한 맛이 난다고 한다. 삶거나 튀기거나 익히는 등 다양하게 음식으로 조리할 수 있다. 먼지버섯의 효능에 대해서 실험실 연구에서는 항산화 활동이 높고 항염증 활성을 나타냈다. 실험용 쥐에서도 간을 보호하는 능력이 입증됐다. 중국 전통 의학에서는 다 자란 먼지버섯의 포자 먼지로 상처의 출혈을 멈추고 동상을 줄이는 용도로 쓴다. 인도의 고산족은 포자 먼지에 겨자씨 기름을 혼합해서 화상 연고로 만든다. 이러한 먼지버섯을 북아메리카에서는 초자연적으로 지상에 떨어진 ‘타락한 별’이라고 부른다.

한편, 태국의 먼지버섯 통관거부 사태를 직면한 캄보디아 당국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태국과 8번의 회담을 열었다. 캄보디아 측은 태국 측에 캄보디아 상품, 특히 버섯에 대해 너무 많이 제한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태국 측은 먼지버섯의 수입을 용이하게 하기로 합의했지만, 내년부터는 캄보디아 측이 먼저 허가를 요청할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안쎄 국경 검문소는 평소처럼 캄보디아산 먼지버섯의 통관을 재개했다.

80-이영심

글 이영심

前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