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183화 캄보디아의 킥복싱 “꾼크마에”

기사입력 : 2024년 12월 18일

326581632_683029053551419_456896185805040480_n▲세계무에타이기구(WMO) 미들급(72.5kg) 챔피온 랭킹 1위를 석권한 캄보디아인 튼티어라(Thoeun Theara/25세) 선수

“꾼크마에(Kun Khmer; 크메르 무술)” 또는 “뿌러달쎄레이(Pradal Serey; 이종 복싱)”는 캄보디아식 권투 또는 동남아시아식 킥복싱의 캄보디아판이다. 경기는 스탠드업 스트라이킹과 클린치 파이팅으로 구성되며, 목표는 상대를 쓰러뜨리거나, 기술적 녹아웃(KO) 또는 포인트로 이기는 것이다. 주요 공격은 펀치, 킥, 엘보우, 니 스트라이크로 구성한다. 이 중에서도 엉덩이를 회전하는 힘으로 다리를 차는 기술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한쪽 팔이나 양 팔로 상대를 붙잡는 클린치는 공격을 무력하게 한다. 꾼크마에는 주로 팔꿈치 타격을 사용해서 승리한다.

캄보디아는 올해 제32회 동남아시아경기대회(SEA 게임)에서 역사상 최초로 “꾼크마에”를 종목으로 소개했다. 그리고 기존 종목인 무에타이 경기를 개최하지 않고 꾼크마에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에 태국국제무에타이연맹(IFMA) 회장은 “꾼크마에”가 “SEA 게임에 포함될 자격이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해당 경기에 무에타이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또한 이번 꾼크마에 경기에 출전하는 국가가 있다면 “올해 말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실내무도경기대회(Asian Indoor and Martial Arts Games) 참가를 불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kun-Khmer27803▲꾼크마에 경기에서 모로코 선수를 상대하는 짠로타나 선수(왼쪽)

태국의 무에타이나 캄보디아의 꾼크마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유사한 종합격투기 종목이다. 그리고 주변국도 거의 모두 유사한 경기를 전통적으로 계승한다. 필리핀은 아르니스(Arnis), 인도네시아는 펜칵실랏(Pencak silat), 말레이시아는 토모이(Tomoi), 미얀마는 럿웨이(Lethwei), 라오스는 무에라오(Muay Lao), 베트남은 보비남(Vovinam)을 전통으로 하는데, 태국 무에타이의 명성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 SEA 게임의 나머지 참가국인 브루나이, 동티모르, 싱가포르는 유사한 스포츠를 주장하는 바가 없기 때문에 논란의 당사국이 아니다.

동남아시아의 종합 격투기, 이종 격투기 혹은 킥복싱은 인도의 “무스띠 유다(Musti-yuddha)”라는 복싱을 기원으로 한다. 캄보디아 사원마다 새겨져 있다는 “꾼크마에”의 역동적인 움직임도 결국은 인도의 고전 『라마야나』 또는 『마하바라타』의 서사가 바탕이다. 즉, 여타의 동남아시아식 킥복싱은 출발이 같다고 하며, 역사적인 교류의 과정에서도 필연적인 유사성이 발생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각국의 발전상을 닮아서 국제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펀치를 보이는 선수들은 태국의 무에타이 출신이다.

한편 최근 캄보디아의 언론을 장식하는 꾼크마에 대표 선수는 바탐방 출신의 “튼티어라(Thoeun Theara/25세)”이다. 작년 12월 태국 국왕배 토너먼트에서 캄보디아인으로는 최초로 본격적인 국제 경기 타이틀 매치에서 최종 우승한 선수로 기록됐다. 기존의 많은 대회 영상에서 크메르인들은 태국인들로부터 패배만 맛보았는데 드디어 국제무대에서 꾼크마에의 인지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우승으로 튼티어라 선수는 세계무에타이기구(WMO) 미들급(72.5kg) 챔피온 랭킹 1위에 우뚝 섰다

noname01▲2023년 1월 말 프놈펜에서 열린 꾼크마에 국제대표단 특별회의.

여느 복서들과 마찬가지로 튼티어라 선수도 가난한 배경에서 교육받을 기회도 없이 가족과 자신을 부양하기 위해 살아야 했다. 부모님이 하는 일에 따라 태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며 10살 때부터 빵집, 벽돌공장, 건설직을 전전했다. 15살에 복싱에 심취해서 에푸텅(Eh Phuthong)과 믄싸오피어(Meun Sophea) 선수의 시합을 즐겨 봤다고 한다. 본격적으로는 프놈펜의 농업부 체육관에서 욧푸텅(Yuth Phuthong) 코치를 통해 실력을 키웠다. 욧푸텅 코치는 에푸텅 선수의 스승으로, 그를 꾼크메르 챔피언으로 훈련할 만큼 탁월한 지도자였다.

튼티어라 선수는 2017년부터 시합에 출전해서 연전연승하다가 2018년부터는 태국에서도 명성을 쌓았다. 현재 그는 복서로서의 성공과 명성에 감격해 있는 듯하다. 작년 토너먼트에서 트로피와 벨트 외에도 상금으로 3만 달러 가량을 받았다. 여기에 추가로 팬들이 1만 달러의 금일봉과 껀달, 깜뽕스프 및 깜뽕츠낭에서 각각 한 곳의 토지를 선물했다. 2월초에는 대표 재벌인 찝몽 그룹이 튼티어라 선수가 경기에 출전하도록 헬기를 후원했다. 이처럼 그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후원은 SEA 게임을 앞두고 높아지는 크메르인의 자긍심을 엿보게 한다.

80-이영심

글 이영심

前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