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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180화 소승불교 전통행사 “미억보찌어의 날”
요즘 캄보디아는 물고기 남획을 방지하고자 강에 불법적으로 설치된 그물이나 어망을 회수하는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메콩강 일대는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자 전 세계적인 관심과 이목을 끌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한 보도는 대규모로 물에 뛰어든 사람들이 흙탕물을 첨벙거리면서 사람 팔 길이만 한 물고기를 움켜쥐고 함박웃음을 짓는 장면을 내보냈다. 어떤 이는 양손에 그물을 잡고서 물속을 이리저리 훑고 있었고, 또 어떤 이는 통망 여러 개를 살피며 일행들과 갑론을박하는 모습이었다. 이게 무슨 역발상이란 말인가?
눈을 씻고 현지어로 된 기사를 좀더 꼼꼼하게 살펴보니 씨엠립주의 뿌러쌋바꽁군 엄뻘면 벙까옹리 주민들이 캄보디아 전통 기념일의 일종인 ‘미억보찌어의 날’을 준비하고자 공동낚시 축제를 개최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축제는 코로나19 규제조치가 완화된 이래 외지인의 관광유입을 촉진하고자 시행하는 관심 끌기용 이벤트가 아니었다. 합동 낚시 행사는 어렸을 때부터 마을 사람들이 해왔기 때문에 고대부터 마을의 전통이었다. 대신 남획으로부터 물고기를 보호하고자 1년 동안 손이 타지 않도록 보존한 특정 호수 한 곳에서만 매년 시행한다.
▲헹삼린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부 관리들이 미억보찌어의 날에 우동 산에서 승려들에게 공양하는 모습
이처럼 즐겁게 채집하거나 낚은 물고기는 미억보찌어의 날을 기해 부모나 노인을 대접하고 승려들을 위한 공양물이나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선행을 베푸는 용도로 재탄생할 것이다. 이처럼 2020년 이래 국가 공휴일에서 제외되어 달력에서는 확인되지 않지만 미억보찌어의 날은 캄보디아인들의 사고체계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음력 날짜를 헤아려보면 마침 한국 달력에서는 정월 대보름이다. 한국인에게는 호두나 땅콩 같은 부럼을 깨물면서 한 해 건강을 빌고, 오곡밥으로 농사가 풍년이 되기를 기원하는 세시풍속이 더 와닿는 날이다.
미억보찌어의 날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석가모니(기원전 560년경~기원전 483년 또는 기원전 400년)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지 9개월 후인 기원전 588년 3월(크메르 전통 달력의 셋째 달을 팔리어로 ‘미억(Meak)’이라고 함) 15일에 인도에서 불교를 창시한 날로써 기념한다. 이날 처음으로 1,250명의 아라한(Arhat: 원래 부처를 가리키는 명칭이었으나, 후에 불제자가 도달하는 최고의 지위), 즉 부처의 가르침을 통해 깨달음에 도달한 승려들이 자발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때의 아라한들을 일컬어 사부대중(四部大衆 Fourfold Assembly)이라는데, 남스님, 여스님, 남신도, 여신도를 통칭한다.
미억보찌어의 날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석가모니의 마지막 설법일이자 열반, 즉 생사고해의 윤회를 끊고 무(無)가 될 것을 선언한 날이다. 석가모니는 자신이 3개월 후에 열반에 들 것을 정확하게 예언했다고 한다. 그의 열반일은 캄보디아에서 비싹보찌어의 날(Visak Bochea Day)로 기념하는데 올해는 미억보찌어의 날로부터 3개월째인 5월 4일이다. 한국은 음력 4월 8일을 기해 석가모니의 탄생일을 가장 크게 기념하는 데 반해 캄보디아를 비롯한 소승불교 문화권에서는 석가모니가 돌아가신 날을 이처럼 강조한다.
캄보디아 불자들은 미억보찌어의 날 아침에 집을 청소하고 부모나 노인을 위해 음식을 요리한다. 그리고 음식과 선물을 가지고 오전에는 사원의 승려들에게 각각 공양하고, 오후에는 장애인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어서 공덕을 쌓는다. 그 후에 다시 사원으로 돌아와서 불교의 계율에 대해 설법을 듣는다. 저녁이 되면 연꽃, 향, 촛불 등을 들고 사원 주변을 도는 행렬에 동참하는데, 그때 석가모니 부처와 그의 가르침(Dharma) 그리고 승가(Sangha)에 대한 존경을 담는다. 이렇게 마음을 정화하고 죄를 피하며 계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미억보찌어의 날에 관광객이라면 주변의 아무 불교 사원이라도 행사에 주목할 수 있다. 화려하게 장식된 사원 주변을 둘러보면서 캄보디아 불자들이 참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거나 행렬에 동참해서 함께 걸을 수 있다. 사원 내부에도 진입해서 의식을 관람하고 한국 사찰과는 다른 분위기도 느껴봄 직하다. 혹시 좀 더 여력이 된다면 프놈펜에서 가까운 깜뽕스프주의 우동(Udong) 산을 여행해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수백 명의 승려와 정부 관리들이 대거 집결해서 행사를 거행한다는데 규모가 더 크고 특별한 의미가 있다.
글 이영심
前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
2018년 미억보찌어의 날 불교 신도 행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