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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133화 프레이벵주 “바 프놈”과 메써 신화
캄보디아에서 처음 만난 프놈펜 사람들은 코 베어 가는 사람들 마냥 거칠고 야박했다. 주변 사리에 눈이 어두웠던 외국인에 대해서 금전이 얽힌 술수는 눈앞에서 푼돈을 쉽사리 가로챘다. 이런 가운데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제자들은 고등학교 졸업시험에서 최고 등급인 ‘A’나 ‘B’가 아닌 대부분 ‘C’나 ‘D’등급의 고만고만한 범인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시골뜨기여서 명절이나 국경일 연휴면 무리 지어서 동급생의 고향 순회를 일삼았다. 그때 찾아간 프레이벵의 “바 프놈” 정상은 붉은빛 사원 덕분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지역명 프레이벵(Prey Veng)은 크메르어로 ‘긴(웽[veng]) 숲(뿌레이[prey])’이라는 뜻이다. 캄보디아 남부에 자리하며 메콩강이 지나고 남쪽으로는 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래서 베트남 전쟁(1955-1975) 당시에는 베트콩의 은신처로 전락해서 미군의 폭격을 사정없이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은 ‘긴 숲’이라는 지명에 맞지 않게 프랑스 식민지 시기 자행된 대규모 산림벌채와 개간으로 인해서 평원이 드넓은 곡창지대로 변모해서 2020년부터는 전국적으로 바탐방주를 능가하는 최고의 벼농사 규모를 자랑한다.
프레이벵주의 “바 프놈(Ba Phnom; 수호신의 언덕)”은 푸난(Funan) 시대 이래 가장 오래된 종교 및 문화 유적지 중 한 곳이며 시바신을 숭배하는 신성한 장소였다. 쩬라(Chenla)와 크메르 제국 왕들에게도 중요한 순례지였으며 불교 의식과 정령 숭배 흔적도 발견된다. 특히 19세기까지 토착 신을 위한 인신 공양 의식이 행해져서 프랑스 식민지 시기 기록에도 전하며 이러한 관행은 1872년에야 근절됐다고 한다. 토착 신은 메써(Me Sar)라는 여성 신령으로 그녀의 강력한 기운을 달래기 위해서 중범죄를 저지른 남성이 제물로 바쳐졌다고 한다.
메써 신화에 따르면 고대 캄보디아의 왕은 바 프놈에서 살았다고 한다. 왕은 아들인 메께아리펄 왕자를 그리스의 군사학교로 보내서 전투에 대해 배우도록 했다. 그리스 왕은 메께아리펄 왕자를 무척이나 아껴서 개인 교사까지 붙여 주면서 모든 전투 기술을 훌륭하게 익히도록 지원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인 메써 공주와 결혼시키고 그리스 군대의 수장으로 임명하면서 만약 메께아리펄 왕자가 캄보디아로 달아난다면 즉시 목이 잘릴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메써 신령을 위해 인신 공양 의식에서 사람을 대신해 희생제에 오른 돼지
결혼해서 아들도 낳고 3년이 지났을 무렵 캄보디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졌고 왕은 그리스에 있는 메께아리펄 왕자의 귀환을 재촉했다. 메께아리펄 왕자는 자신의 귀환에 대해서 그리스 왕이 분노할 것이 두려워 아내와 자식을 버려두고 몰래 캄보디아로 돌아와 버렸다. 그리고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국가를 위기에서 타개하도록 공을 세웠다. 그러나 그리스 왕은 왕자가 도망친 사실에 분개해서 군대를 동원하여 그의 목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서 그리스 군대는 특별히 메께아리펄 왕자만이 열어볼 수 있는 상자를 제작해서 캄보디아 왕에게 보냈다. 상자에 적힌 메시지는 ‘누구라도 이 상자를 열어야 하며 열지 않고 방치한다면 그리스 군대의 침략을 받아서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했다. 메께아리펄 왕자는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상자라는 것을 직감했지만 캄보디아를 지키기 위해서 상자를 열었고 그와 동시에 목이 잘려서 상자에 담겨 그리스로 보내졌다.
캄보디아 왕은 7일 동안 자식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포고령을 내려 매년 3일 동안 추모제를 지낼 것이며 그때는 산 사람의 목을 바치는 의식을 거행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남편의 죽음이 안타까웠던 메써 부인은 아들과 함께 캄보디아로 와서 코끼리 얼굴을 잘라 남편의 몸에 얹어서 소생시켰다. 그리고 왕의 명령에 따라 메써 부인은 군대의 수장이 되어서 캄보디아를 지켰으며 죽은 이후에는 신령이 되어 지역민의 수호자가 되었다.
글 이영심
前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