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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118화 뿌레아꼬 뿌레아께오 이야기
“뿌레아꼬 뿌레아께오”는 두 형제에 관한 전설이다. 형은 ‘뿌레아꼬(신성한 소)’라는 흰소인데 인도신화에서 시바신을 추종하여 캄보디아에 힌두교를 전파한 ‘난디’로 간주된다. 동생은 ‘뿌레아께오(신성한 보석)’라는 사람으로 불교의 ‘부처’로 간주된다. 크메르인은 두 형제가 있어서 캄보디아 땅에 평화와 번영이 보장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1431년이래 태국의 침략을 방어하지 못한 크메르 왕국은 프놈펜과 롱와엑 등으로 밀려났다가 1594년에 태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이때 수도가 함락되고 빼앗긴 보물은 “뿌레아꼬 뿌레아께오”라는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옛날 한 마을에 가난한 부부가 살았는데 어느 날 아내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손가락에 끼는 꿈을 꾸었다. 이를 기이하게 여긴 남편은 점쟁이로부터 축복받은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과 함께 아내가 초록색 망고를 먹지 않게 하라는 금기사항을 듣는다. 어느덧 아내는 배가 불러서 출산이 임박했고 대부분의 임산부가 그렇듯이 특히 초록색 망고가 너무나 먹고 싶어졌다. 남편에게 부탁했지만 금기를 떠올리고는 따 주지 않고 밭일을 하러 나가버렸다.
결국 충동을 누를 수 없던 그녀는 직접 망고나무에 오르고 말았다. 점쟁이의 금기사항을 어김에 따라 썩은 나뭇가지에 발을 디딘 아내는 땅바닥으로 추락해서 목숨을 잃었다. 이때 그녀의 뱃속에서 송아지와 아기가 출산되었는데 송아지는 태어나서 들판으로 달려가 아버지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한편 마을에서는 어미를 죽이고 태어났다하여 이를 흉조로 여기고 아버지와 뿌레아꼬, 뿌레아께오를 추방하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레아꼬는 신비한 능력으로 사람들의 병을 치유하고 소년(뿌레아께오)도 자비를 베풀어 죽은 사람들을 살려냈다.
어느 날 멋진 청년이 된 뿌레아께오는 연못가에서 물놀이를 하던 크메르왕국의 막내 공주와 사랑에 빠졌다. 함께 있던 언니들의 질투가 더해지고 자유연애적 발상이 용납되지 않던 전통사회에서 이러한 소식은 왕의 진노를 샀고 공주는 당장에 처형되고 말았다. 하늘에서 지켜보던 인드라신은 잘려나간 그녀의 목을 다시 붙여서 목숨을 되살리고, 계시를 통해 그녀를 뿌레아께오의 거처로 안내했다. 뿌레아꼬는 사랑하는 동생과 공주를 위해 자신의 배를 열어서 막대한 재물을 풀고 성대한 궁전을 지어서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했다.
▲ 프놈펜 실버파고다, 캄보디아어로는 뿌레아께오 사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크메르왕은 시암왕이 영토를 빼앗으려는 야욕으로 닭싸움을 제안함에 따라 골치를 앓았다. 이때 죽은 줄 알았던 공주가 뿌레아께오와 함께 왕궁으로 귀환했고 뿌레아꼬가 장닭으로 변신해서 닭싸움을 승리했다. 코끼리를 등판하는 싸움에서도 뿌레아꼬가 코끼리가 되어 시암왕의 야욕을 저지했다. 이에 따라 시암왕은 싸움에 계속 지는 이유에 대해서 의혹을 품었고 마지막으로 제안한 소싸움에 물소 모형의 병기를 투입했다. 병기는 살아있는 동물의 힘을 능가했기 때문에 아무리 뿌레아꼬라고 해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뿌레아꼬는 동생 부부에게 자신의 꼬리를 잡게 해서 하늘을 날아 도망치지만 그때 남편의 손을 놓친 공주는 지상으로 추락해서 석상으로 변했다. 시암왕은 뿌레아꼬의 정체와 신묘한 능력을 알아차리고는 형제를 차지하기 위해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한 번은 롱와엑 지역의 울창한 대나무숲에 숨었는데 시암왕이 그곳에 은화를 잔뜩 뿌리자 마을 사람들이 돈을 줍고자 대나무를 다 잘라서 형제가 발각됐다. 물소로 변신해서 숨었는데도 시암의 군대는 찾아냈고 결국은 시암 왕국으로 끌려가서 벽이 7겹이나 두터운 궁전에 지금까지 갇혀 있다.
뿌레아꼬와 뿌레아께오 이야기는 전설에 불과하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야기 속 형제에 대해서 상당히 매혹되었다. 전국의 일부 사원에서는 실제로 태국에 잡혀갔어도 형제의 조각상은 남아서 조국을 지키게 하려는 사람들의 염원을 엿보게 한다. 이처럼 역사적인 정황이 포착되듯이 태국이 크메르 왕국을 멸망시키고자 수년간 침략하고 문화재를 약탈했던 시대에 구전으로 창작됐을 것이다. 양국의 전쟁을 닭과 코끼리, 소싸움으로 희화화했지만 태국의 집요함으로 인해서 다 털리고 수세에 몰렸을 당시의 크메르 왕국이 눈에 밟히는 듯하다.
글 이영심
前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