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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225화 정통음악과 힙합을 아우르는 베테랑 가수 옥냐 “케메락 세레이몬”
옥냐 “케메락 세레이몬(Khemarak Sereymun)”은 캄보디아 음악계의 베테랑이다. 그의 목소리를 실제로 접한 것은 2009년 KOICA(한국국제협력단)를 통해 바탐방주립대학교의 한국어학과 교수진으로 파견되어 이동하던 미니버스의 CD를 통해서였다. 그때 들었던 노래는 한국 영화 “미녀는 괴로워”(2006년 개봉)의 삽입곡으로 배우 김아중이 불러 히트했던 “마리야(Maria)”였는데, 그 노래의 캄보디아어 버젼을 그가 불렀다. 당시 캄보디아 가수들은 거의 번안곡만 부르던 시절이었다. 이후로 콘서트에서도 그의 육성을 실물로 접했는데, 당시 드넓은 바탐방 지방의 평원을 가로지르던 그의 보이스는 정말 시원스럽고 대단했다.
“케메락 세레이몬”이라는 이름은 연예인으로서의 예명으로 그의 본명은 “켐 분타이(Khem Bunthai)”이다. 그는 1985년 11월 3일 캄보디아 깜뽕짬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1999년 14세의 그는 압사라 TV 채널 11의 노래 경연대회(네슬레-캄보디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프놈펜에서 열리는 음악 경연대회에도 참가하고자 상경했다. 현재는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부자가 되어 거부(“옥냐”)의 반열에 올랐지만, 당시를 회고하는 그의 이야기는 고생깨나 했음을 시사한다. 이를테면 월급 90달러로 생활하려니 굶어 죽을 지경이었지만 어머니에게는 300달러라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성공을 향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수년간 프놈펜에서의 비참한 생활을 겪은 후 많은 콘서트에서 노래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2003년부터 U2 프로덕션에 가수로 발탁되어 번안곡인 “베동네악쁘러달(Heart of a Boxer)”이라는 곡이 인기를 끌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2007년 U2 프로덕션의 폐업으로 이듬해부터 썬데이 프로덕션과 계약을 체결해서 한층 더 많은 팬을 확보했다. 번안곡인 “뿌루이찌어무이짠(Worried with the Moon)”, “벙콕하으이(I was wrong)”, “똑아오까벙클라반떼(Leave the opportunity Some of you can)”, “떠욕쁘다이바랑(Get a French husband)”, “넥쓰라에꺼미은돌라(Farmers also have dollars)” 등을 계속 발표했다.
해외에서도 얼굴을 알렸는데, 대표적으로는 캄보디아-태국 수교 6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노래를 불렀다. 2010년에는 태국 방콕에서 공연했고, 2011년에는 미국에서 여동생(Khemarak Srey Pov)과 함께 듀엣으로 공연했다. 영화 “윈니연버이쌋쭌쪽치엄(Vampire)”에도 배우로 출연하여 2012년 공식 개봉했다. 수상의 영광으로는 2011년과 2013년에 각각 캄보디아 최고의 남자 가수상과 최고 가수상을 받았다. 이후 2017년 소속사를 캄보디아 최대의 “랙스마이 헝미어 프로덕션”으로 옮기고 최고의 간판 가수로서 현재까지 이른다. 그의 명성은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X Factor 캄보디아(2019)”의 심사위원으로도 입증됐다.
그는 2009년에 지금의 아내인 팔리(Phally)와 결혼했는데 이러한 사실을 거의 10년이나 팬들에게 함구 내지는 결혼 사실을 부인했던 것으로 연예뉴스는 보도했다. 당시에 품절남이라는 사실과 함께 세 자녀까지 두고 있다고 공개되자 팬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던 모양이다. 같은 소속사 가수인 “뿌리업 쏘밧(Preap Sovath)”이 그랬던 것처럼 캄보디아식 전통 결혼식 사진을 증거로 내놓으라는 요구까지 들었지만, 이들 부부는 결혼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지 사진을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로는 수시로 아내를 데리고 접대나 행사에 참석하고 가정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공개함으로써 화목한 부부의 표상을 자처하고 있다.
케메락 세레이몬은 2022년에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으로부터 옥냐 작위를 하사받은 이래로 부동산 사업과 인도주의 활동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프랑스제 향수를 수입해서 캄보디아 전역에 유통할 뿐만 아니라 씨엠립주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딴 개발 구역에서 주거지를 건설 중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 활동도 승승장구라서 작년 12월 23일에 발표한 힙합 장르 “Call Me PAPA” 곡의 조회수가 9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면서 대박이 났다는 소식이 떠들썩하다. 그는 초창기에 발라드 번안곡을 주로 불렀지만, 요즘은 오리지널 크메르팝의 선구자로서 힙합에 집중하고 있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