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217화 중등교육과 바칼로레아 또는 “박둡(BacII)”

기사입력 : 2024년 10월 09일
▲ 고등학교 졸업시험 전에 부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응시자들의 몸수색하는 모습

▲ 고등학교 졸업시험 전에 부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응시자들의 몸수색하는 모습

캄보디아의 교육은 학교가 있기 이전까지 사원에서 남성 위주로 제공됐다. 주로 언어와 문학, 종교, 목공과 기술, 공예, 건축 및 악기 연주 등의 직업 과목을 가르쳤다. 프랑스 식민지 시기(1863-1953)에 프랑스 모델에 기초한 학교 교육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초등, 중등, 고등, 전문 수준으로 구분되었다. 독립기(1960년대)에는 전통적인 교육과 함께 프랑스에서 도입된 서구식 정규 교육 시스템을 발전시킴으로써 부흥기를 맞았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 인도차이나반도의 불안정한 정세와 함께 거듭된 내전은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했다.

1979년 베트남 사회주의자의 지원을 받은 정부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회 시스템을 구축했다. 당시에 확립한 4+3+3 교육제도는 1986년 5+3+3+4, 1996년 6+3+3+4 시스템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개혁은 제도의 현대화와 더불어 자유경제 시장으로의 정치이념의 전환에도 기반을 두고 있다. 이에 따른 현재 교육 시스템은 유치원교육(3년), 초등교육(6년), 중등교육(중학교 3년 및 고등학교 3년), 고등교육(4년)의 4단계이다. 의무교육은 헌법을 통해 국가가 모든 시민에게 최소 9년 동안 초등 및 중등교육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지난해 중학교 졸업시험은 10월 2-3일에 실시했다. 시험과목은 11개로 크메르어문학, 역사, 도덕, 시민, 지리,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생태학, 외국어이다. 응시자 18만여 명 중 합격자는 17만3216명(94.78%)이었다. 이 중 14%는 매우 좋음, 30% 정도는 좋음, 55% 정도는 보통의 점수 분포를 이루었다. 작년 응시자 16만여 명 중 합격자 15만3649명(94.75%)과 비교하면 진학률 증가 또는 중퇴율 감소가 엿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몬돌끼리, 라따나끼리, 스떵뜨렝 및 빠일린 같은 외딴지역의 응시자가 적었다.

▲ 2022년10월24일 껀달주에서 중학교 졸업시험 모습

▲ 2022년10월24일 껀달주에서 중학교 졸업시험 모습

고등학교 졸업시험은 지난 11월 6-7일 시험을 위해 137,413명(여 73,279명)이 지원했다. 시험의 전공 분야에 따라 자연과학에 41,379명과 사회과학에 96,034명이 지원했다. 시험과목의 경우에 크메르 어문학, 역사, 수학, 외국어는 공통과목이고, 전공에 따라 자연과학은 화학, 물리학 및 생물학, 그리고 사회과학은 지구환경, 지리 및 시민윤리를 치른다. 시험은 모두 필기시험으로 진행되는데, 인터넷에 떠도는 시험지를 토대로 볼 때 문제 유형은 과목에 따라 빈칸 채우기, 선택형, 서술형 등으로 다양하게 출제되는 듯하다.

시험결과는 최고 등급 A부터 B, C, D, E 그리고 불합격(F)으로 나오며, 불합격은 졸업이 아니라서 졸업자의 혜택이나 상급학교에 진학하려면 12학년을 1년 더 다녀서 재응시해야 한다. 올해 최고령 응시자 헴씨낫(57세) 씨는 여러 차례 시험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그는 어르신들에게 크메르어를 가르치는 비정규 교사로 일하는데, “고등학교 졸업장을 꼭 따서 계약직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재시험에 미련이 없는 불합격자들이라면 학사에 준하는 2년제 전문학교에 진학해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할 수도 있다.

결과에 따라 대학교에 입학할 시 교육부 장학생으로 선발될 수도 있다. 2023-2024학년도 선발 예정 인원은 8,619명인데 장학생이라고 해서 성적 우수자만 뽑지는 않는다. 성적우수자 5,393명, 여성우대 1,163명, 소외계층 1,513명, 외딴지역민 550명의 4개 범주로 선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D나 E등급의 학업 성취도는 B등급 이상과 견주어 편차가 크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가난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보니 성적이 하위권이거나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기가 일쑤이다. 참고로 2022년 합격률은 72.33%이며, 등급별로는 A 1,049명, B 7,232명, C 19,053명, D 31,166명, E 32,450명이다.

한편 이 시험을 “박둡(Bac II)”이라고도 부르는데, “박(Bac)”은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바칼로레아(Baccalauréat)의 짧은 형태이고 “둡(II[deux])”은 ‘제2’를 뜻한다. 이에 대해 프랑스 식민지 시기에는 바칼로레아를 ‘제1’과 ‘제2’로 나누어 실시했다고 한다. 현행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선행고사와 3학년 때 본고사 개념으로 총 2회를 치른다고 하니 여기에서 명칭의 유래를 짐작할 수 있겠다. 아무튼, 교육청소년체육부의 공식 명칭은 “고등학교 졸업시험(현지어: 뿌럴렁 싼냐밧 머츔썩싸 또떼야품)”이다.

 

80-이영심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