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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204화 캄보디아인이 좋아하는 숫자
2023년 18개 정당이 출전한 7.23 총선에서 장기 집권 여당인 캄보디아국민당(CPP)의 정당 번호는 제일 마지막 순번인 18번이었다. CPP는 캄보디아에서만큼은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위세를 자랑한다. 이에 숨죽인 야당들이 ‘18’이라는 숫자의 한국어 발음이 욕말의 발음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설움이 조금은 해소되지 않았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당시 캄보디아 인류학자는 CPP의 정당 번호인 ‘18’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설명하려고 했다.
이에 따르면 가장 먼저 소승불교 차원에서 설명했는데, 부처의 뛰어난 제자(아라한, Arhat) 18명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았다. 또한 10과 8로 분리해서 부처를 곁에서 보좌한 10대 제자와 깨달음’을 위한 수행덕목인 8정도(八正道)의 조합으로 설명했다. 다음으로 힌두교 신앙 체계를 빌려 왔는데, 시바 신에게 바쳐진 총 108개의 탑을 예를 들면서 18이 신성한 숫자인 108과 닮았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세 번째는 대승불교적으로 번뇌를 해방하는 염주의 갯수가 108개라는 점에서 성스럽다고 했다. 다음으로 유대교에서는 1+8에서 도출된 9가 강력한 영적 숫자라서 위대하다고 했다. 이처럼 장황한데, 18을 행운의 숫자라고 설득하는 원천으로 제시하는 순서가 ①소승불교, ②힌두교, ③대승불교, ④유대교, ⑤중국 신앙 체계, ⑥서양 신앙 체계, ⑦명상 신념 체계, ⑧ 기타(성인이 되는 나이)의 순서라는 점은 흥미롭다
한편 중국계 캄보디아인이 상권을 장악한 프놈펜이나 대도시는 중국어로 행운을 뜻하는 문구와 유사한 발음을 가진 숫자의 조합이 어디에나 유행이다. 이를테면 CKCC(한캄협력센터)의 강의실마다 비치된 데스크톱 PC의 윈도우 접속 암호는 ‘168’을 기억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프놈펜에서 가장 대중화에 성공한 토착 커피숍 브랜드 “브라운까페” 매장의 와이파이 암호도 굳이 종업원을 찾지 않아도 ‘168’을 반복해서 입력하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상당히 보편적이라서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khmer440.com)에서 외국인이 공개 질의한 내용을 봐도 그렇다. 그는 캄보디아에 온 첫날부터 씨엠립, 프놈펜, 시하눅빌의 레스토랑과 게스트하우스의 상호명과 와이파이 암호에 ‘168’이 어디에나 있었다고 전했다.
‘168’이라는 숫자는 캄보디아에서 어떤 중요성이 있는 것일까? 숫자 168은 중국어로 ‘계속해서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뜻의 “一路發(yīlùfā)”와 발음이 유사하다. 그래서 오늘날 캄보디아 사회에서도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따라 행운의 숫자인 168을 좋아한다. 거의 모든 종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숫자 ‘8’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에 유명 코미디언의 폭로로 비리가 적발되면서 전국 매장이 모두 폐쇄된 유명 피부 클리닉의 브랜드명 “S88 Beauty”에서도 등장한다. 이렇게 8에 대한 애착은 중국계 캄보디아인이라면 ‘돈 많이 버세요.’라는 뜻의 “恭喜发财(gōngxǐfācái)”에서 发(fā)와 발음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련된 숫자가 포함된 자동차 번호판은 엄청난 금액으로 판매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인이 불운의 숫자로 인식하는 4에 대해서 캄보디아인들은 그냥 숫자라고 생각할 뿐 나쁜 의미가 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고 한다. 서구권에서 불행을 초래하는 숫자로 알려진 13에 대해서도 고려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즉, 전반적인 분위기로 봐서는 숫자에 대한 미신에 대해 좋은 것은 취하되 좋지 않은 의미까지 따라 수용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한국인이 18이라는 숫자를 욕말로 쓴다고 해도 캄보디아인이 생활에 적용할 것 같지는 않다. 또한 흔히 아는 숫자 7에 대해서는 오히려 캄보디아 역사적으로 뽈뽓 정권을 타도한 1월 7일과 연결해서 행운의 숫자로 인식하려는 경향이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