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든 말든 틱톡이 먼저”…’템플런’ 유행에 앙코르와트 몸살

기사입력 : 2024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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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양식 사원 유적지 주변을 질주하고 뛰어넘는 유명 게임 ‘템플런’을 현실에서 재현하는 동명의 챌린지가 유행을 타고 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900년 가까이 된 유적들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경악을 금치고 못했다.

방문객들이 좁은 돌길을 달리고 통로를 뛰어넘는 짧은 동영상이 틱톡, 페이스, 유튜브 등 동여상 플랫폼에 올라오고 있다. 일부 동영상은 2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매일 이를 모방한 새로운 동영상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30년 동안 앙코르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 온 환경보호론자 사이먼 워락은 잠재적 문화재 훼손과 문화적, 종교적 문제에 대한 무감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이나 서양의 다른 교회에서는 그 누구도 하지 않는 행동을 왜 캄보디아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사람들이 돌에 부딪혀 넘어지거나 물건을 쓰러뜨려서 문화재가 손상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사원의 정신적, 문화적 가치도 손상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워락은 캄보디아 측 관계자들과 앙코르와트를 감독하는 공무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눴으며, 그들 역시 이러한 우려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앙코르와트는 여전히 국민들에게 깊은 존경을 받고 있다. 모든 돌에는 조상들의 영혼이 담겨 있다고 여겨진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사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인 유적지 관광증가, 지속가능성, 현지생활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오늘날의 과제를 시사한다. 또한 인플루언서와 소셜 미디어가 관광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나타낸다.

캄보디아에서만 이러한 행동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도네시아와 스페인 등 성지와 같은 종교적 장소를 포함한 다른 인기 관광지에서는 관광객의 무례한 행동에 대한 강경한 조치가 취해지는 반면, 앙코르와트 유적공원을 감독하는 압사라 당국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아직 코로나19 사태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으로는 일부 캄보디아인들은 이러한 트렌드가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도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휴가철 관광객에게 소셜 미디어는 여행에 대한 영감의 주요 원천 중 하나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MZ세대 4명 중 3명은 휴가 중 소셜 미디어 트렌드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절반 가량은 팔로워들에게 자신의 여행 경험을 과시하고 싶다고 답했다.

템플런 챌린지에는 드레스와 숄을 입고 달리는 20대가 등장하는 영상이 많다. 지난해 미스 태평양 아시아계 미국인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캄보디아계 미국인 안젤리나 도허티도 자신과 다른 여성이 게임 속 동작과 비슷하게 사원을 달리고 뛰어다니는 영상을 올리며 이 트렌드에 동참했다.

2001년 영화 라라 크로프트: 툼레이더가 앙코르 톰 사원에서 촬영되면서 앙코르와트가 전 세계에 소개됐다. 그 후 2011년에 이맨지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게임인 템플런이 등장했는데, 플레이어는 사원 유적을 달리는 캐릭터를 조종하여 장애물과 추격하는 적대적 생명체를 피해가며 앙코르와트 유적과 유사한 석조물 통로를 달린다.

유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앙코르와트는 100개가 넘는 사원으로 구성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고고학 유적지 중 하나이다. 이 유적공원은 캄보디아에 큰 경제적 원동력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앙코르와트는 66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여 8천만 달러 이상의 티켓 판매를 기록했다.

유적지 보호를 위해 현지당국과 협력하고 있는 세계유산기금 캄보디아 지부의 지네브라 보아토 이사는 “이러한 트렌드가 일시적으로 앙코르 지역 사원에 대한 관심을 높였지만, 안전한 접근과 교육적 목적의 방문, 현지의 종교적, 정신적, 사회적 중요성에 대한 존중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트렌드를 “부정적인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