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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도 넘은 자식사랑 정권세습한 태국 캄보디아·북한은?
▲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오른쪽)와 아버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37) 최연소 총리 선출
미얀마 차관 불법 승인, 통신사 주식 불법 보유, 디지털 복권 발행 관련 비리, 전처인 폿자만 나 폼베라의 방콕 국유지 헐값 매입 관련 혐의 등 수십조 원에 달하는 부정부패 혐의. 그리고 이를 비판하는 반대파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이러한 ‘화려한’ 과거를 가진 태국의 23대 총리 탁신 친나왓은 결국 2006년 미국 방문 중 쿠데타로 실각했다. 이후 2008년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자 해외로 도피해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싱가포르 등을 전전하며 망명생활을 해왔는데, 과연 결국 그는 응당한 죗값을 치렀을까?
놀랍게도 군주제 개혁과 왕실모독죄 개정 등을 내세워 태국 국민의 지지를 업은 제1당 행동전진당이 강제 해산된 뒤 ‘족벌 세습’의 대명사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이 군부와 손을 잡고 총리 자리를 꿰찼다. 탁신은 이미 지난해 15년간의 해외 망명을 마치고 귀국했다. 직후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수감 첫날 건강상 이유로 경찰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왕실 사면으로 형량이 1년으로 줄었고, 수감 6개월 만에 가석방됐다. 그리고 이번에는 총리가 된 딸이 사면까지 해주면서 완전히‘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패통탄은 전임 세타 타위신 총리가 해임된 다음 날인 15일 총리 후보로 지명돼 다시 하루 만에 선출됐다. 정계 데뷔 3년 만에 각료 경험도 없이 정부 수반을 맡게 된 것이다. 이로써 탁신을 시작으로 탁신의 여동생 야오와파의 남편인 솜차이 웡사왓 전 총리(2008년 9∼12월 집권), 탁신의 또 다른 여동생 잉락 친나왓 전 총리(2011∼2014년 집권) 등 탁신 일가가 4명의 총리를 배출하면서 태국 권력세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앞서 언급했듯 탁신은 2006년에 유엔 총회 참석차 출국한 사이 정권에 반감을 가진 군부가 벌인 쿠데타로 인해 실각했었다. 그러나‘왕실 개혁’과 ‘군부 타도’를 내세우며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얻은 전진당이 급부상하는 사이 탁신과 프아타이당은 군부와 손잡고 연정을 꾸리는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이에 부정부패한 정치권에 반기를 들며 ‘새로운 태국’을 갈망하던 젊은이들은 정권세습이라는 절망적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태국 의회는 양원제로 상원과 하원이 있으며 이중 상원 250명 전원은 태국 국왕이 지명한다고 말은 하나 사실상 군부가 지명한다. 하원 400명은 지역구에서, 100명은 정당 비례대표로 구성되어 있다. 2017년 군부가 집권후 개헌으로 인해 총리 선출을 위해선 상원과 하원 총합과반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태국 현지 매체 네이션타일랜드는“패통탄이 탁신의 딸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의 성취는 불가능했을지 모른다”며“막중한 도전에 직면한 그에게 국가를 발전시킬 자질이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또한 로이터 통신은 “경제 침체와 야당들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패통탄은 여러 전선에서 적들을 마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캄보디아
부정부패, 권력세습, 반대파 탄압. 가만 듣자하니 어딘가 낯설지 않다. 캄보디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 그리 멀리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캄보디아에 경우 태국과 같이 하나의 가문에서 4명이나 되는 인물이 총리직을 돌아가며 수행한 것은 아니지만 ‘햇수’로는 이들 못지않다.
훈센 전 총리이자 현 상원의장은 1985년 취임 이래 38년간 이어온 권력을 지난해 8월 22일에 장남인 당시 훈 마넷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에게 이양했었다.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은 당시 캄보디아 선거 당국이 총선 최종 결과를 확정한 지 이틀 만에 훈 마넷을 차기 총리로 공식 지명한 바 있다. 캄보디아 왕국에 진짜 왕실보다 더 강력한‘훈센 왕조’가 열린 순간이다.
캄보디아인민당은 주요 야당의 참여를 원천 봉쇄한 채 2023년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서방의 여러 나라와 인권단체들은 총선이 공정하지도 자유롭지도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캄보디아 대법원은 지난 2017년 11월 제1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이 외부 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꾀했다며 캄보디아구국당 해산 판결을 내렸고, 2023년 총선을 앞두고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또다른 주요 야당인 촛불당(CP)이 서류를 누락했다며 총선 참여를 금지했다. 당시 여당인 캄보디아 국민당 외에 유일하게 의석(5석)을 획득한 정당인 푼신펙(FUNCINPEC)도 친정부 성향으로 사실상 국민당의 독주 총선을 위해 만들어진 무대였던 셈이다.
그는 1985년 32살의 나이로 총리가 됐으나, 1993년 유엔 감시하에 치러진 첫 자유선거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1997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강권 통치를 휘두르며, 세계에서 손 꼽히는 장기 집권 독재체제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2023년 총선 당시 훈센은 “2023년 이후에는 총리의 아버지가 되고 2030년대에는 총리의 할아버지가 될 것”이라며 세습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훈 마넷 총리와 훈센 상원의장은 지난 16일 패통탄 친나왓 태국 신임총리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실제로 훈센과 탁신 가문은 개인적, 정치적 차원에서 매우 가까운 사이로, 훈센(72)은 종종 탁신(75)을 형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포착되곤 했다.
▲ 지난 5월 준위거리 준공식 현지지도 현장에 참석한 김정은(오른쪽)과 김주애(왼쪽).
■ 북한
이러한 주제에 북한이 나오지 않으면 섭섭할 것이다. 태국이 쪽수, 캄보디아가 햇수라면 여기는 그야말로 이 분야에서 차원이 다른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북한 노동당은 장장 80여년을 거치면서 사회주의 정당으로서의 역할이나 집단지도의 기능은 거세된 채 최고지도자 1인의 권력 장악과 통치를 위해 존립해 왔다.
1945년 10월 10일부터 나흘간 평양에서 열린 ‘조선공산당 북조선 5도당원 및 열성자대회’에서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이 발족했다. 이어 1946년 4월 북조선공산당, 같은해 8월 북조선노동당, 1949년 6월 현재의 조선노동당으로 거듭났다.
사실 초대 북조선분국의 수장인 책임비서는 김일성이 아니라 국내 공산주의자인 김용범이었다. 창당 초기 당내에는 김일성의 항일빨치산 세력뿐 아니라 소련파, 연안파, 남노당과 민족주의계열, 국내 공산주의세력 등 다양한 정치세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일성은 한국전쟁과 1950년대를 거쳐 1967년까지 이들 세력을 점진적으로 숙청하는 피비린내나는 권력투쟁을 거쳐 마침내 노동당을 일인독재 체제의 강력한 수단으로 만들었다. 김일성은 1949년 노동당 중앙위원장에 오른 뒤 1994년 7월 사망할 때까지 45년간 당 총비서를 지냈다.
김일성의 후계자 김정일은 1973년부터 당 조직비서 겸 선전비서를 역임했으며 김일성 사망 후 3년 뒤인 1997년 10월 추대 형식으로 노동당 총비서에 올랐다.
김정일의 후계자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이듬해인 2012년 열린 제4차 당 대표자회에서 새 직제인 당 제1비서에 추대, 사실상 김정일의 노동당 수장 직을 승계했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북한은 김정일을 ‘영원한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했다.
80여년의 노동당 역사 중에서 초기 4년을 제외한 76년이 김씨 일가의 차지였던 셈이다.
최근에는 김정은의 장녀인 김주애가 독보적인 공개행보를 지속하면서, 북한 당국이 ‘주애’라는 이름을 가진 주민들에게 개명을 강요하는 등 4대 세습을 위한 가장 유력한 후계자 후보로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밖에도 시리아(60년 부자세습), 아제르바이잔(31년 부자세습) 등 지금 이 순간에도 부정한 방법으로 세습 장기집권을 이어나가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존재한다.
한편 올해로 세계 민주주의의 날이 채택된 지 17년이 지났다. 세계 민주주의의 날은 우리나라 광복절로부터 바로 한 달 뒤인 9월 15일로 2007년 UN에서 지정한 기념일이다. 이날은 세계 민주주의의 정착 과정을 검토하고, 현재 민주주의 체제를 반성하고 보완해야 할 점을 논의하는 날로서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등 민주주의가 적용되지 못하는 국가에서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촉발하는 날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관심을 통해서 부당한 정치적 압재에 희생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당한 자유가 돌아가는 그날을 소망한다./문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