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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지뢰의 날 25주년 ‘지뢰청정국가’의 꿈, ’10′년을 꿈꾸는 캄보디아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지뢰 및 폭발성 잔여물이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고, 사회적·경제적 발전에 큰 장애물로 남아 있는 국가들의 지뢰 제거 능력을 지원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매년 4월 4일을 지뢰 인식과 지뢰 제거 활동 국제 지원의 날(International Day for Mine Awareness and Assistance in Mine Action)로 지정한지 어느덧 25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뢰는 15세기 중국 명나라 때 사용되기 시작해서, 1차 세계대전 때 보편화됐다. 유엔(UN)과 국제적십자위원회에 따르면 1996년까지 전 세계에 1억1000만 개의 지뢰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지뢰를 제거해 왔다.
지뢰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다. 6·25 전쟁을 시작으로 1960년대부터 심지어는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지뢰가 매설돼, 남북 DMZ에만 200만 개 이상의 지뢰가 묻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DMZ처럼 지구상에 많은 지뢰가 방치되어 온 곳은 이제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영역에서 지뢰의 위협을 체감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와 달리 캄보디아에서는 여전히 살갗으로 느껴지는 문제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지뢰 밀집 매설지역이 몇 군데로 한정된 반면 캄보디아는 국토 전역에서 지뢰가 발견된다. 오늘날 캄보디아 전국 최대 600만 개 이상의 지뢰 및 폭발성 잔여물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명 관광지나 도심지역에서는 점차 지뢰에 대한 인식이 옅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국경지대나 미개발지역 주민들에게는 실질적인 위험요소로 남아있다.
캄보디아 지뢰 매설의 역사
캄보디아 지뢰 및 폭발성 잔여물의 역사는 베트남 전쟁을 비롯한 인도차이나 전쟁부터 시작된다. 미군은 인도차이나 전쟁 동안 캄보디아 영토 내에만 약 50만 톤 이상의 폭발물을 투하했다. 이 과정에서 30만~80만 명에 이르는 캄보디아 국민들이 사망했으며 상당수의 불발탄이 지금까지 남아 인명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1975년 크메르루즈가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하면서 불과 4년 동안 약 170만 명의 캄보디아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1979년 크메르루즈가 캄보디아해방전선에 의해 패배하기까지 캄보디아는 양측에 의해 문자 그대로의 지뢰밭이 되고 말았다. 이후 크메르루즈 잔존세력이 오랜 기간 밀림에서 항전을 지속하면서 1980년대에는 캄보디아 내에 1000만개 이상의 지뢰가 설치됐다.
지뢰 밀집 지역
수년간의 지뢰 제거 노력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에는 여전히 1000㎢ 이상의 면적에 상당한 양의 지뢰 및 폭발성 잔여물이 남아있다. 이러한 지뢰는 캄보디아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 크메르루즈와 캄보디아해방전선 간의 주요 격전지였던 캄보디아-태국 국경지역인 북서부 지역에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다. 이 지역은 캄보디아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광범위한 지뢰매설 지역으로 인해 많은 캄보디아 국민들이 지뢰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지뢰 제거 현황
캄보디아 정부와 현지 자원봉사자, 해외 NGO 단체 등의 노력으로 인해 1990년대 초부터 캄보디아 전역에서 400만 개 이상의 지뢰 및 전쟁 잔여물이 제거됐다. 캄보디아는 2025년까지 모든 지뢰를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뢰 제거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이를 실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올해로 끄라쩨 주가 캄보디아 25개 주 중 지뢰제거 작업이 완료된 15번째 주가 되는 등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다. 현재 남은 시엠립, 라타나끼리, 바탐방, 꺼꽁, 뿌삿, 빠일린, 반띠어이미은쩨이이, 우더미은쩨이, 깜뽕톰, 쁘레아비히어 10개 주에서 지뢰 제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지뢰 탐지와 영웅쥐
대부분의 지뢰 탐지는 금속 탐지기를 들고 지뢰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천천히 걷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충분한 보호복을 착용하지만 이는 여전히 매우 위험하고 치명적인 작업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특히 지뢰를 탐지하는 쥐, 일명 ‘영웅쥐(Harorat)’가 눈에 띈다. 캄보디아는 2016년부터 벨기에 대인지뢰탐지개발기구인 아포포(Apopo)로부터 영웅쥐들을 지원받아 지뢰 제거 작업에 투입하여 1000개 이상의 지뢰를 발견했다. 아프리카 두더쥐붙이쥐 또는 큰도깨비쥐로 알려진 이 쥐는 체중 1.2㎏, 몸 길이 70cm로 대형 설치류과에 속하고 비교적 가벼운 동물이기 때문에 지뢰 위를 다녀도 폭발하지 않는다. 이들은 폭발물의 냄새를 탐지하도록 훈련 받아, 테니스 코트만한 넓이의 들판을 단 20분 만에 수색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이 금속탐지기로 수색하는 데는 최대 4일이 소요되는 면적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현재 아포포를 비롯하여 지뢰자문그룹(MAG), 할로 트러스트(HALO Trust), 캄보디아지뢰제거연대(지뢰제거연대) 등 7개 이상의 단체에서 캄보디아 지뢰 제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든 이 단체들의 사이트를 통해서 이들을 후원할 수 있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도움을 통해 캄보디아에 남겨진 전쟁의 상흔 중 하나를 아물게 할 수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10년 후면 모든 지뢰가 제거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10년’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도리어 생각해보면 정부를 비롯한 많은 이들, 그리고 영웅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도 지뢰 없는 ’10년’ 뒤의 캄보디아를 꿈꿀 수 있는 것이리라./문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