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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걷고 싶은 날에
(2023년 6월 9일 연재 칼럼)
캄보디아 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을 하나 꼽으라면 무엇을 말할까 생각해 본적이 있다. 더운 날씨, 느린 행정처리, 부족한 문화생활 등.. 생각나는 것은 많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오토바이와 길거리 상인이 점령한 인도로 인해 도보 생활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걸어 다닐 공간이 부족한 탓도 있고 무더운 날씨 탓도 있지만, 날씨가 시원한 11-12월에도 막상 어딜 걸어서 이동할 수 없는 이유는 인도가 없기 때문에 이 점이 가장 아쉽다.
같은 맥락으로 교민들이 고국 방문 중 뭐가 제일 좋았는지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아무리 걸어도 땀이 나지 않는 날씨와 어딜 가든 잘 구비되어 있는 인도, 공원의 공간이다. 이러한 환경은 생활 운동에 직결된다. 한국에 한 번씩 다녀오면 1일 걸음수가 만보에 가까운데 비해 캄보디아에서는 집 앞에서 집 앞까지 툭툭이나 차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천보도 걷지 않는 날도 허다하다. 이러한 생활 패턴은 기초 체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려 쉽게 지치고 무기력해진다.
프놈펜도 요즘은 ‘보레이’라고 하는 단지들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주택 단지 내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하루 중 가장 시원한 시간인 새벽에 많은 캄보디아인들이 산책, 조깅, 에어로빅 등 운동을 한다. 걷기에 목마르고 활동 에너지가 샘솟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교민들이 보레이 단지로 이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캄보디아에서도 러닝머신에서 걷거나 뛸 수 있고, 보레이 단지 안에서 매일 산책을 할 수도 있지만 가로수 울창한 도심 속 인도를 활보하고 싶을 때가 있다. 널찍한 인도에 언제 오토바이가 올지 모르는 걱정 없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빨간불에 서고 초록불에 가는 상식이 당연한 곳에서 하염없이 걷고 싶을 때가 있다.
일상의 참 행복은 이런 사소하지만 안정적인 사회적 인프라와 제도 안에서 발견되곤 한다. 그것이 없는 곳에서 ‘별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깨닫게 된다. 언젠가는 캄보디아 인도도 주차장이 아니라, 개인 사업장의 공간이 아니라 공공의 편리와 안전을 위해 지켜지고 편안하게 도보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