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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문을 열고] 크마에 트붜 반
(2023년 5월 18일 연재 칼럼)
요즘 캄보디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 중 하나는 바로 크마에 트붜 반이다. ‘캄보디아인이 해낸다’라는 뜻으로 SEA게임(동남아시안게임)에 맞물려 한껏 고양된 애국심과 자긍심을 증폭시키기에 간결하면서도 효과 만점인 표현이 분명하다. 이번 SEA게임은 캄보디아가 첫 개최국으로서 참가하고 지난 17일에 막을 내렸다. 동남아시아의 11개 국가에서 1만 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 캄보디아는 역대 최고 성적인 4위를 기록하며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다음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개최국 특전이 적용되었다고는 하지만 매 대회마다 끝에서 3위, 4위에 머물렀던 캄보디아로서는 벅찬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훈센 총리는 1999년 제20회 브루나이 SEA게임에서 0메달의 치욕을 딛고 4위에 등극한 이번 대회 성과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스포츠만큼 짧은 시간에 군중을 단결시키는 힘이 있을까. 크마에 트붜 반을 외치며 각종 종목에서 메달을 휩쓴 캄보디아는 총 282개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처음으로 개최하는 SEA게임이라 부족한 점도 많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캄보디아가 이 정도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기회가 되었다는 평이다.
우리나라도 88 서울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에서 개최국으로 참가하였고 4위를 기록했다. 88년도 올림픽은 너무 어릴 적이라 매체로만 봐서 잘 모르지만 2002 한일월드컵은 캄보디아 500여명 남짓 교민들과 열광적으로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 구)대사관 홀에 모여 함께 응원하고 독립기념탑을 돌며 승전보를 울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하나가 되었던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피땀 흘린 선수단의 노력과 온 국민이 하나되어 간절히 응원한 결과 우리나라도 기적 같은 4위를 이뤄냈었다.
지금 캄보디아는 그런 짜릿한 하나됨이 수십년만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시기일 것이다. 7월 총선을 앞둔 현 정부의 굳히기 작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번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캄보디아가 한 단계 도약하는 좋은 기회리라 믿는다.